전생에서 만난 인연의끈을 제대로 끊지 못하면, 후생에서도 그인연은 계속된다. 돌고 도는 세상, 어제의 행복이 오늘의 불행이 될수 있고,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희망이 될수 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옷깃을 스치던 두남녀, 이들의 전생은 100번동안에 인연과 악연의 끈에 끈을묶고 만들어진것이라 한다.
장르/미스테리
제목/인연
글/기억저편에
#1
"저기요 잠깐만!"
김교수에 말도 안되는 인연에 대한 따분한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의 술약속을 위해 바쁜 걸음으로 걷고 있을때, 잠시 옷깃을 스친여자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쎄게 부딛친것도 아닌데, 그걸 일일이 따지려 드는 여자보다 선수쳐서, 나는 미안하다고 정중히 사과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라, 여자는 다시 나를 부른다
"저기 그게 아니라..."
"네?"
여자의 얼굴은 여름태양빛에 그을린탓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검은피부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귀여운 인상이 었다. 그런데 처음보는 여자가 왜 나를 두번이나 불러세울까, 하는 생각이든다.
"우리 어디서 만난적 있나요?"
"아뇨!"
어딜봐도 여자는 오늘처음 봤다. 김교수가 말한 인연처럼 낯이익지도 않았고, 마음속에도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이건 필히 김교수가 말한 인연의 가상이론이 아닌것 만큼은 분명했다.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좀 아쉬운감이 있기는 하지만, 어쩌겠나 더이상 할말이 없는것을..
"저..저기..혹시 시간 있으세요?"
뜻밖에 데이트 신청이다. 난 잘생긴 외모도 큰키를 가진것도, 부자처럼 보이지도않은 지극히도 평범한 남자일뿐인데, 여자가 먼저 나에게데이트신청을 걸었다는것에, 잠시 멍해졌다. 아니 그것보다 더 마음을 설레이는건, 이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먼저 말을 걸었다는것에 더욱 충격이었다.
"차라도 한잔 할까요?"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는데, 이제부터는 내가 리더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를 쳐다보며 앞에 보이는 작은 카페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제가 급한 약속에 방해되는건 아니겠죠?"
여자는, 자기 소개에 앞서 내생활까지 존중해 주었다. 물론 급한 약속은 없었다. 친구들과 잡은 술약속은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아주 사소한문제였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안심하라는듯, 고개를 흔들며'아니에요' 하고 답을 해주었다.
"계속 급하게 가려고 해서....그러시면 다행이네요."
내가 급하게 가려고했나, 생각이 없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여자와 마주치는 순간부터 마음이 급해져갔던것 같다. 지금 여자를 앞에 두고도, 이상하게 마음속은 긴장이 되는게 아니라, 급해졌다. 여자가 싫은게 분명 아닌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걸까
"제이름은 김수진이라고 해요!"
"아...네 저는 한진우 라고합니다."
곰곰히 생각에 잠기던 내모습에 분위기가 조금은 썰렁해졌나, 여자는 무거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자기 소개를 했고 나역시나 그마음을 눈치채고 급히 내소개를 했다.
"저 실은 그렇게 가벼운 여자아니에요."
"아네.."
누가 뭐라고했나..아까 처음 봤을때는 당당하게 시간있냐고 물어보던 여자가 이제는 태도가 돌변해서, 얼굴이 발개진채 수줍은 목소리로 말하는걸 보니 좀 웃긴마음이 든다.
"실은 남자에게 먼저 멀걸어본게 이번이 처음이에요..후훗"
"그렇군요.."
이럴땐 어떤말을 해야하나, 남자에게 말을 먼저 건게 처음이라면, 내가 마음에 있다는 소리가 분명한데, 나역시나 그렇게 많은 여자경험이 없는지라 여자가 하는말 하나 하나에 어떻게 답을 해야하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데로 말하자..
"저기 수진씨 혹시 인연을 믿어요?"
"별로 믿진 않았는데, 오늘부터 믿어야 겠네요.."
"혹시 제가 낯이 익었나요.."
"음..솔직히 낯이 익다고해서, 선뜻 말을 걸지는 못하겠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낯익은곳을 많이 본다. 그리고 낯익은 사람또한 많이 만나게된다. 그럴때마다 난 이곳을 알고, 저사람을 안다.라고 할수는 없다. 저 여자의 말대로 낯이 익다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고서야 가능하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말을 걸었냐구요?"
"네.."
여자는 내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처음 만난 여자인데, 내 성격까지 잘알고 있는것 같은느낌이 팍 든다.
"뭐랄까요..그냥 진우씨를 놓쳐서는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놓쳐서는 안될것 같은 느낌이라..그럼 처음본순간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소리인가, 한마디로 첫눈에 반한남자가 바로 나였다는 소리네, 영화속에 한장면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이여자와 나는 만나서는 안될것같은 그런기분이...
#2
수진이를 만난지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거기다가 몇개월더해 겨울이라는 시간까지 만나게 되었다. 막상 얼굴을 보고 있지않으면, 미치도록 보고싶다가도, 만나게 되면, 불안해지는 느낌만큼은 그녀를 처음만난순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지만 말이다.
"진우오빠!"
꽤나 추운 날씨속에서,순간 뒷쪽에 온기가 느껴졌고,낯익은 목소리가 귓속에 들어왔다. 뒤쪽에는 수진이가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어디갈까..?"
"따뜻한데.."
그녀가 원하는데로 따뜻한 음식점으로 몸을향했다.
"수진이 여기서 보내?"
막 시켜놓은 설렁탕 한입을 입에 넣으려는 찰라,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와는 비교도 할수없을 정도로 잘생기고, 귀티가 흐르는 녀석이 웃는모습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 오빠 반갑네..여기 내 남자친구 인사해!"
"안녕하세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녀석에게 가식적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간단한 목례와 함께, 인사말을 건냈다. 하지만 녀석의 반응은 뜻박이었다.
"저기 우리 혹시 어디서 만나지 않았나요?"
"아뇨..전혀."
"수진아 나 잠깐만 여기 앉을께.."
우리의 허락도 없이, 그녀옆에 찰싹 앉은 녀석은, 계속해서 나를 쳐다본다. 그렇게 쳐다본녀석의 모습은 입술은 웃고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나에게 무슨 죄라도 진사람처럼, 암울한 눈초리였다.
"저기..저 이상한놈 아니니깐 걱정마세요 하지만 당신 정말 어디서 많이 봤어요."
"제가 좀 흔하게 생기기는 했죠.."
"아뇨..그런 느낌이 아니에요...왠지 당신에게 미안해요.."
미안하다면서, 자리앉은 매너는 뭐지..웃기는 녀석이다.
"미안하다면서 자리 앉은 이유는,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싶어서요.오늘이 아니면 할수 없을것 같은 이상한 느낌때문입니다."
눈치는 빠른 녀석인데, 뜬금없이 고맙다라니..뭐가 고맙다는거지, 오늘 처음 만났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은 녀석이 분명한데 고맙다 라는말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나..난 저녀석이 싫다. 이유는 없다. 그냥 싫다. 만약 인연이 정말 있다면, 녀석과 나는 악연이 분명한데..왜지..녀석은 나에게 고맙다라고 하는걸까..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자기 할말만 신나게 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묘한 감정이 든다. 일어나서 머리통을 사정없이 때리고싶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누구야?"
"응 아는오빠.."
"그냥 알기만하는 오빠야?"
"솔직히 나 짝사랑하는 오빠..짜증나 죽겠어...매일 나한테 전화하고.."
"뭐!"
얼굴도 잘생긴놈이 뭐가 부족해서 스토커 짓이람..하지만 화보다는 아까 올랐던 화가 조금은 가라앉는 느낌이다. 나같이 평범한놈도, 이렇게 예쁜여자랑 같이 다니는데, 저런 잘난놈은 나하나 어쩌지 못하고, 여자 뒷꽁무니만 따라다닌다는 생각을하니..웃기다.
"근데 오빠 나 큰일이야.."
"왜?"
"나 자꾸 오빠가 좋아져.."
"흐흐"
빈소린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애교를 보고있으면, 너무나 사랑스럽다. 불안한 마음뒤에 감춰진, 그녀에대한 내 애정역시나 무시할수는 없었기에
#3
"오빠 왠일이야..전화를 먼저다하고.."
2년10개월 이라는 세월동안 난 수진이에게 먼저 연락한적이 없었다. 하기싫어서 안한게 아니라, 내가 연락하려고 하면, 언제나 수진이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나와..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응..이쁘게 꽃단장하고 갈께..."
기분좋은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황급히 끊는 그녀, 안봐도 눈에 선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샤워장에가서 샤워를 하고 있을것이다. 내가 약속시간 늦는걸 싫어한다는 것을 잘알고있기에, 그녀는 언제나 내게 전화할때마다, 모든 준비를 다하고 전화를 걸었다.
"오빠.."
멀리서 그녀가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기시작했다.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그런데 그녀가 가까이 올수록, 지금껏 느꼈던 불안한 마음보다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유없이 마음은 급해져 가기 시작했다.
"어..오빠..잠못잣어?"
어느새 내앞까지 바로 다가선 그녀는, 내눈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지..갑자기 눈에 눈물이 왜 고인걸까...황급히 오른손으로 눈을 비빈후 다시 웃는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영화 보러갈까.."
미리 짜놓은 스케줄은 아니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녀와 많은것을 하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영화도 보고, 쇼핑도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그렇게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네..10분후면 크리스 마스다."
어느새, 시간은 저녁 11시 5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앞으로 10분후면, 크리스마스다. 거기다가 지금 하늘에서는 첫눈이 한송이씩 내려오고 있었다. 가장먼저 맞는 크리스마스와 첫눈이라..축복받은 날인가 오늘은...
"오빠 저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는곳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알록달록하게 꾸며놓은 장식품점이었다. 하지만 저곳..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저승으로 가는 문처럼이나 오싹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데로 가자.."
"오빠 나 저거 보고싶어.."
그녀는 잡고 있는 내손을 뿌리치고, 장식품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저지하려고 하였지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잠시 멍하게 그녀를 쳐다보다가, 빠른속도로 그녀에게 뛰어 갔다.
"헛!"
순간..그녀를 향해 빠른속도로 달려드는 트럭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더욱 빠르게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수진아 안돼!!"
"어..?"
내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는 그녀...가까스로 그녀의 몸을 밖으로 튕길수 있었지만, 어느새 새 내몸은 공중을향해 치솟고 있었다.
"이제껏 그녀를 만나..불안했던 마음이 이것이였나..."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기억과는 다른 기억들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여자와남자가 보인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계속 죽어야만했다. 절벽에서 자살할려는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 여자를 구하고 죽는 남자..결혼한 여자의 남편을 대신해, 모든죄를 뒤집어 쓰고, 망나니에 의해서, 목이 잘려가는남자. 그리고 더욱 남자를 비참하게 만든것은, 목숨받쳐 생명을 구해준 여자에겐 언제나 새로운남자가 보였다....
-쾅-
육중한 무게가 느껴지면서 엄청난 고통이 뇌속깊이 전해져 온다. 수진이...내가사랑했었던 그녀는 지금 나를보고 울고있다...그리고....그리고......그녀뒤에서는 1년전 수진이를 짝사랑했다는 남자가 놀란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그녀는...슬픔을...누군가와 나누려는듯, 남자를 꼭 안는다..그리고..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