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절대로 날 혼자 두면 안돼!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내가 도망쳐서 놓친적이 있거든? 그때 술먹고 시비 붙어서 다친적이 있었는데..-
-있었는데?-
-그 후로 못봤어. 들리는 말로는 미쳐서 정신병원에 있다던가?-
나는 다급히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의 임무는 혜주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데려다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나에게 책임은 없다!
하지만 그 집안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냐 말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갈치씨와 흑곰씨를 노려보았다.
그런 사실을 이제와서 말하다니..
"에이. 먹고 배탈이나 나라!"
그 말과 함께 나는 다급히 포장마차 입구로 향했다.
"갈치야."
"예."
"우리가 뭐 잘못했냐?;"
"자기 안주 다 뺏어 먹어서 그런가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님. 제가 형님 라면 뺏어먹으면 기분이 어때요?"
"움. 우리가 잘못했군.."
"네.."
포장마차 입구에서 그들의 의미없는; 대화를 들으며 나는 다급히 혜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스럽게도 잠시 후 혜주는 전화를 받았고 나는 반가움과 함께 짜증을 느끼며 소리쳤다.
자기가 없어지거나 다치면 내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야! 너 지금 어디야?"
"어? 아저씨!!"
혜주의 반가운듯한 목소리.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지금 어디시냐고요?"
"나? 노래 소리 안들려? 노래방이지!"
"그건 나도 아는데! 어디 노래방이냐고!"
"아.. 왜 궁금해? 안가르켜주지~!"
"젠장;"
욕이 목구멍까지 기어오르는것을 애써 참으며 나는 다시 물었다.
일단은 혜주를 찾는게 우선이였기에..
"우리 이쁜 혜주씨? 지금 어디예요?"
"우움.. 그래도 바로 가르켜주면 재미없잖아? 아저씨가 한번 찾아봐! 어? 내 노래다. 아저씨 끊어!"
"야? 야? 야! 야?!! 야!!!"
나는 당혹감에 소리를 질렀지만 전화기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한숨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는데 입구 바로 앞에 앉아있던 흑곰씨와 갈치씨의 얘기가 귀에 들렸다.
"형님. 우리보고 야 라는데요?"
"됐어.. 우리가 잘못했잖아."
"네.."
-_-
그들의 대화에 늘어나는건 한숨 뿐이였다.
일단 나는 계속 혜주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때 나는 혜주랑 위치추적 한 것을 떠올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해놓은건데 이렇게 쓸줄이야.
나는 다급히 혜주의 위치추적을 시작했다.
그러자 혜주가 있는 동네만이 나타났고 일단 그곳으로 향했다.
혜주의 학교가 있는 동네.
나는 한숨을 쉬며 주변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이 많은 건물중에서 언제 혜주가 있는 노래방을 찾냐..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결국 나는 노래방 모두를 뒤지기 시작했다.
30분 뒤.
"아저씨! 와! 탐정해도 되겠다!"
"닥쳐."
"이야. 졸라 신기해! 설마 하나씩 다 뒤진 것은 아니겠지?"
"닥치라고!!"
나는 한숨을 쉬며 조금전 상황을 떠올렸다.
30분만에 혜주를 찾을 수 있었던 나는 인상을 버럭쓰며 룸의 문을 열었다.
"혜주!! 허어어억! 귀, 귀신.."
장혜주를 부르던 나는 심장이 멎을뻔하며; 앞에 여인을 바라봤다.
검은 머리를 얼굴까지 내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
눈빛은 기괴하게 빛났고; 온통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유독 귀신을 무서워하던 나이기에 더욱더 놀라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정신을 겨우 차릴 수 있었다.
"푸, 푸하하하하! 아저씨! 진짜 언제봐도 대박이다! 크크큭."
"이, 이씨.."
"얘는 내 친구야! 푸풉.. 크크큭! 귀신이래! 주저 앉은 꼴 좀봐! 푸하하!"
젠장. 사람이 놀랄수도 있는거지.
아주 배를 들이대고 처웃는구나-_-'
곧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혜주는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주었다.
음침하고; 귀신을 좋아하는 미정이와
그리고 큰 키에 날씬한 몸매! 약간은 서구적으로 생긴 비너스라는 친구를-_-;
비너스란 이름은 원래 촌에서 살았는데 외국 유학 한달을 갖다온 후,
사투리와 영어를 함께 구사하면서; 자신이 직접 지은 애칭이라 했다.
소개가 끝이 나자 혜주는 자신 옆자리에 나를 앉히며 계속 신기하다고 하는 중이였다.
"아저씨! 다 뒤졌구나? 그치?"
"에혀. 말을 말자. 그런데 너 왜 몰래 빠져나왔어?"
"어? 친구들이랑 놀려고 그랬지. 헤헤. 우리집이 조금 엄격하잖아?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놀자!"
"야.. 야?"
혜주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시작 버튼을 눌렀다.
결국 나는 한숨을 쉬며 노래를 하는 혜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성격만 빼면 참 예쁜 얼굴이였다.
그리고 노래 실력도 꽤 수준급이였다.
어느덧 나는 혜주와 노래에 빠져들고있었다.
"사랑했어. 사랑했어. 우린 미치도록 사랑했었어.. 보고싶어. 너무 보고 싶어. 단 한번만 내게 돌아와줘.. 슬픈 내 눈물이 마르기전에.. 보고싶어. 너무 보고싶어. 내 사랑이 다 식기전에..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해. 가려거든 오지마.."
혜주의 노래가 끝이 나자 나는 어느새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애절한 이 곡은 나 역시 좋아하고 있었기에 혜주의 실력에 감탄한것이였다.
"이야. 너 가수해도 되겠다."
"가수? 하긴 나같이 이쁘고, 노래도 끝장나는 여고생이라면 모두가 탐내겠지?"
-_-
역시 쟤는 칭찬을 해주는게 아니야..
어느새 놀라움은 혜주의 자화자찬으로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고,
잠시 후 혜주가 마이크를 건넸다.
"뭐야?"
"아저씨도 노래해봐."
"어?; 시, 싫어."
"왜? 노래방에 왔으면 해야지! 그게 매너야!"
이게 또 억지를-_-;
"안돼. 나 음치야."
"그러면 나 집에 안들어간다? 원래 노래방 왔다가 갈려했는데.."
움찔.
내가 움찔거리자 혜주는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재차 말했다.
"내가 안들어가고 길거리를 방황하다가 다쳤다고 생각해봐.. 거기에 나의 이 미모를 남자들이 가만 두지 않겠지? 흑. 나는 강제로 삐리리를 당해서 삐리리리리를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러다가 저 멀리 흑산도나 월미도에 팔려나가겠지? 평생을 삐리리 하며 살겠지? 그렇겠지? 흑.."
어느새 혜주는 서글프고 속상한 표정이 되어 청산유수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혜주의 모습에 단련이 된 나다.
너의 생쇼에 내가 또 넘어갈것같으냐?!
그와 함께 혜주의 마지막 말이 입에서 나왔다.
"그럴 경우 아저씨는 정신병원에 가거나 땅에 묻히겠지.."
어느새 나의 손은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_-;
평소 나의 애창곡을 틀었다.
랩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그냥 슬픈 분위기의 락발라드를 부르고 싶었다.
곧 노래가 시작되었고 나는 목을 풀며 시작했다.
"이렇게 너 떠나가고 홀로 남겨지는게 어떤건지 예감했었지만.. 너는 날 볼수있는데 나는 널 볼수없는 또다른 현실 이제야 나는 알았어. 지금 넌 나의 눈물을닦아주고 있지만 나는 너를 느낄수 없으니.. 네이름 부르며 우는 나를 어쩌지 못해. 너도 내옆에 서럽게 울고 있겠지.."
노래가 시작되자 혜주는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노래는 점점 클라이막스에 이를렀고..
"너와의 약속을 기억해. 모두 잊고 밝게 살거라 했지만 너를 잊으라 하지마.. 그럼 난 어떡해. 나는 아무힘이 없잖아. 네가 세상에 남긴거라곤 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내가 널 잊겠니.. 그많은 정을 남기려고 나를 떠났지만.. 남아있는 내겐 그게 삶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