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겪었던 이상한 일.

개와교미한빠 작성일 07.06.04 14: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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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은 시골 동네다. 시골 중에서도 그... 왜 무지 넓은 엄청난 논 평야의 한가운데에 마치 섬처럼 떠 있는(?)

 마을 있잖은가. 즉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 아스팔트 도로가 있고 거기서 논 안으로 시멘트 포장 길이 연결되어

 그 시멘트 길을 따라 몇킬로미터 정도는 걸어 들어오면 집들이 어느정도 모여있는 군락이 있는...

 

  즉 우리 마을은 360도 주변이 모두 논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이다. 물론 사방 모두 몇킬로씩 뚝 떨어진 건

 아니고 마을 뒤쪽은 약간 떨어진 작은 산을 등지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문명세계(?)와 직접 통하는 아스팔트 도로와

 연결되는 거리는 그토록 멀었다.

 

  아스팔트 도로와 마을을 연결하는 시멘트 길은 걸어서 약 4~50분은 걸어야 할 정도로 우리 동네는

 도로와 뚝 떨어져 있었다.

 

  도로에서 그냥 일직선으로 쭈욱 뻗어있는 시멘트 길이라서 도로에서 바라보면 마을이 멀리 눈에

 보이긴 하지만 일자로 뻗어서 눈에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그만큼 도로와 동네는 멀리 떨어져 있다.

 

  예전 읍내에서 얼마동안 일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휴학생이고 차도 없던 나는 버스를 타고 읍내에 출퇴근 했기에 아침 저녁으로 저 시멘트 길을

 따라 50분 정도씩 걸어나가고 걸어들어오고 해야 했다.

 

  그날도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 버스에서 내린 나는 해가 막 지고 어두워지려는 기분 나쁜 어둑함

 속에 한시간 가까이 길을 걸어들어가야 함에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마을쪽을 향해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걸어들어간지 한 10분 정도 되었나? 어둑해지는 저 앞에 서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딱 무서울 정도의 어둠이었기에 잠깐 놀랐으나 그냥 다른 걸어들어가는 혹은 나오는 사람이겠거니

 했다. (사실 무서워하다가 그 사람에게 쪽 당하기도 싫고 태연한척)

 

  다가가보니 못보던 얼굴의 어느 젊은 여자가 시멘트 길 가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좀 짧은 숏컷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낯선 여자였다.

 

  누구지? 하는 생각과 이런 시간에 이런 길 중간에 혼자.. 라는 생각 그리고 저여자도 나 보고 무서워

하겠는걸 하는 생각 어떻게 행동하지 그냥 지나칠까 하는 생각... 등을 하며 다가가다가 딱히 반응을

 보이기도 뭐해서 그냥 말없이 지나치려 했다.

 

  그 때 여자가 '저기요' 하고 불렀다. 속으로 '역시 여자 혼자 이런 길 걷기는 무섭겠지' 하는 생각

 을 하며 고개를 돌리니 자기가 동네에 들어가는데 함께 가잔다.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러자고

 하며 함께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로등은 한참 걸으면 어쩌다 하나 있는 어두운 논길. 양 옆에는 추수가 얼마 안남은 벼들만

 기다랗게 자라 있고 가끔 바람때문에 서럭서럭 스산한 소리만 날 뿐. 혼자 걸으면 남자라도

정말 싫은 분위기다. 얼마간 침묵 속에 걷다가 상황이 너무 뻘쭘해서

 나는 괜시리 먼저 말을 걸었다. 동네분은 아니신거 같은데 혹시 동네에 친척분 찾아오신거냐 라는

 식으로... 그런데 여자는 대꾸를 안했다. 그냥 내 약간 뒤 3~4미터 떨어져 계속 걸어올 뿐.

 

  오히려 더 뻘쭘해진 나는 말을 씹은 여자에 대해 약간의 짜증과 이상한 여자라는 생각 등을 하며

 더 말을 걸기도 뭐해 계속 걸었다. 그렇게 걸은지 한 15~20분 정도 되었나? 아마 마을까지 중간

 정도 온 위치일 것이다.

 

  어느새 여자 인기척이 안들리는 것 같아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저쪽 한 10미터 뒤에 서 있었다.

 걷다가 걸음을 멈춘 모양이다.  이상해서 '안가세요?' 라고 물어보니 그냥 그렇게 서 있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 오던 방향으로 다시 걸어가는 것이었다. 너무 이상한 그녀 행동에 괜시리 기분나쁜 생각과 느낌도

 들었고 한편으론 '내..내가 마음에 안들었나? 막 활발하게 말 걸어주고 그럴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걸어나가기엔 다시 2~30분은 걸어야 하는 그 깜깜한 길을 다시 여자 혼자

 걸어나간다는 것도 너무 이상했고 분명 마을에 가야한다고 했는데 말없이 다시 걸어나가는 저 태도는 또?

 

  그렇다고 뛰어가서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것이고... 이상한 생각을 하며 난 어쩔 수 없이 혼자

 마을로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더 걸었나? 내 앞이 약간 환해지며 저 뒤에서 트럭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동네

 아저씨가 1톤트럭을 몰고 들어오고 있었다. 아저씨는 차를 세우더니 타라고 했다. 잘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차에 탔고 차는 출발했다.

 

  나는 문득 아까 걸어나갔던 여자가 생각나서 아저씨에게 차 타고 들어오다가 어떤 젊은여자를

 지나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근데 아저씨는 그런 여자 못봤단다. 들어오는 길에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 어떻게 된거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여자와 헤어진지는 기껏해야 5 분 정도 더 넘었고

 즉 그 여자는 헤어진 지점에서 나가는 쪽으로 잘해야 5분 거리 정도밖에 못나갔을 것이다.

 

  분명 트럭과 마주쳤어야 한다. 물론 시멘트 길에는 좌우로 교차해 옆으로 빠지는 사거리도 중간

 에 있긴 하지만 그 지점까지는 한참을 걸어 나가야 한다.

 

  결국 그 여자는 일직선 시멘트 길을 걸어나가면서 마주오는 트럭과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간거지? 트럭 눈에 띄지 않으려면 결국 옆에 논 벼 사이로 뛰어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괜시리 논길 벼 사이에서 범인이 뛰어나와 덮치던 살인의추억 의 장면도 생각

 나고 무슨 일을 당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이전 그 여자의 좀 이상했던 행동들 등 여러가지가

 겹쳐 마음이 혼란해졌다.

 

  다음날 아침 역시 출근하면서 나는 길 옆의 벼들을 유심히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누가 뛰어든

 흔적이 있나 같은... 하지만 못찾은건지 아니면 애초에 거기 뛰어든 것이 아니었는지 그런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대체 그 여자는 왜 대꾸도 안했으며 어두운 길로 다시 혼자 걸어나갔고 어떻게 곧바로 마주오는 트럭

 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후로 한동안은 저녁에 걸어들어갈 때 혹시 또 그 여자가 서있는

 건 아닐까 무서운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귀신같은 현상을 본것도 아니고 내가 생각 못한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도

 그 길을 걸어가면 '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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