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총살

노세준 작성일 07.06.23 18: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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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은 십자모양의 형틀에 묶여있었다.

정면에는 네명의 헌병들이 효석을 겨냥하고 있었다. 효석의 팔은 형틀에 굳게 묶여있었고,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효석은 죽음의 공포앞에서 끝없이 생각을 했다.

‘내 손을 묶은 이 끈만 풀수 있다면... 여기서 탈출해서 고향에 숨어서 조용히 살수있을텐데... 아 집에 돌아가서 아내를 꼭 껴안아 줄수 있을텐데... 내가 죽으면 어머니는 슬퍼하시겠지...’

효석의 뒤쪽은 절벽이었다. 절벽 아래로는 1월의 추운 바람을 머금은 살얼음 둥둥 떠있는 차가운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효석은 총알을 맞느니 강물로 뛰어드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효석의 두 손은 형틀에 굳게 묶여있었다.

“히다아쓰!(하나)”

일본군 장교의 얼음장 같은 호령에 헌병들은 일제히 총알을 장전한다.

“후다츠!(둘)”

헌병들은 효석을 겨냥했다. 효석은 다리가 떨렸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안것일까... 효석의 정수리로부터 기분 좋은 느낌이 온다. 이것이 사람이 죽음에 직면했을때 나온다는 엔돌핀이라는 것일까.

효석은 끝없이 후회한다. 젊은 혈기에 독립운동을 한답시고, 일본군의 군용열차에 폭탄을 설치하다 잡혔다. 자신이 하려했던 모든 행동이 그저 젊은 객기로 느껴졌다.

“하얏사!(발사)”



-탕 타다다당!



헌병들은 일제히 총을 쐈다.

‘픽’ 하는 느낌과 함께 한쪽팔이 자유로워졌음을 효석은 느꼈다.

총알이 빗나간 모양이었다. 빗나가면서 효석을 묶고있던 끈을 때려 끈이 풀린 모양이었다. 효석은 생각할 사이도 없이 나머지 한쪽팔의 끈을 풀고, 눈가리개를 벗었다. 헌병이 총을 다시 장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효석은 재빨리 뒤쪽의 절벽아래의 강물로 뛰어들었다.

위에서 일본인 장교가 헌병들에게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헌병들이 절벽쪽으로 달려와서는 강물 아래를 보고는 총을 겨눴다.

효석은 강물 아래로 잠수를 해서는 숨었다. 뜨거운 총알들이 강물아래로 내려온다. 총알 한발이 효석의 어깨 바로 위를 지나갔다. 효석은 물속에서 물살을 타고 최대한 멀리 헤엄치려 했다.

한참을 내려갔을까, 효석은 더 이상 숨을 참을수 없었다. 물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1월의 차가운 공기가 효석의 폐 구석구석을 바늘로 찌르는 듯이 괴롭게 느껴졌다.

반대편 강가에 다다르자 효석은 뒤를 돌아봤다.

저 쪽에서 헌병 몇 명이 효석을 쫒아오다가 제자리에 서서는 효석을 쏠 준비를 했다. 효석은 재빨리 숲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옆의 나무에 총알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귀 바로 옆으로 ‘피융’하며 총알이 지나간다. 효석은 폐가 입밖으로 튀어나올 듯 괴로웠지만, 생과 사의 기로에서 효석은 달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낯이 익은 길이 나온다. 어느덧 자신이 살던 동네에 다다른 것이다. 저기 아래에 마을이 있다.

초가지붕에 뒤뜰에는 감나무가 두그루... 효석의 집이 보였다. 효석은 달려갔다. 아내가 나와서는 빨래를 널고있었고, 어머니는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있다. 효석이가 뛰어들어오자, 어머니와 아내는 놀람과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효석을 껴안는다.

그때였다.

효석의 몸 여기저기가 뜨겁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전한 느낌이었다. 효석은 숨이 턱 막힌다. 곧 효석은 강렬한 하얀색 빛에 눈이 부시다.
하지만 곧 끝없는 어둠이 찾아왔다......



헌병들의 총구에서의 연기는 겨울바람에 실려서 날아간다.
십자형틀에 묶인 효석의 몸에는 명사수 헌병들의 총알이 네 개 박혀있다. 일본군 장교는 죽은 효석의 얼굴을 보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효석은 웃고있었다. 인생의 최악의 순간에 웃고있다니. 일본군 장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하나? 시체 갖다 버려!”

효석의 시체는 뒤편의 절벽 아래 강물에 던져졌다. 효석은 물살이 거센 강물과 함께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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