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군대 얘기입니다.

카나메짱 작성일 07.06.26 11: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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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매일 눈팅만 하다가 그냥 심심해서 제 얘기를 해볼려고 글을 씁니다.

 

당연히 군대 얘깁니다.

 

아 참고로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2001년 11월정도 였을겁니다. 갓 일병을 달고 좀 우쭐 해 있을무렵이었죠

 

이제 선임들과도 많이 친해졌고, 졸린 야간근무도 친한 선임들과 함께라면 즐거운 한창 군생활에 재미(?)를

 

붙였가던 때였던것 같습니다.

 

저는 전곡과 동두천 사이에 위치한 부대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GP총기난사 사건난 그 사단입니다. -ㅅㅡ;;

 

뭐 그쪽에서 생활하신 분들은 어딘지 다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저희 부대는 구조가 좀 웃기게 되어 있어서 길을 한가운데 두고 부대가 양쪽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문 근무는 길을 가운데 두고 초소가 두개가 위치하고 있죠.

 

위병소 쪽은 선임이서고 길 건너편은 후임이 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날도 평범한 겨울 밤이었습니다.

 

싸리눈이 내리긴했지만 그리 춥진 않았습니다. 고참 불침번의 "야 일어나" 한마디에 저는 정신이 버뜩 들어 근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일어났을때는 별로 안졸립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그런데 근무 투입후 한 20분정도 지나면 슬슬 졸려오죠.

 

가뜩이나 일을 많이 하던 일병때라 피곤도 하겠다 살짝 졸음이 몰려 오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말이 별로 없는 고참과 근무를 서게 되어서 지루하기도 했거니와

 

(춥거나 하면 선임 초소로 후임을 불러서 같이 근무를 서기도 했습니다. 뭐 결정권은 사수가 쥐고 있으니까 뭐 쫄다구는 뭐 기

본적으로는 후임초소에서 서야죠)

 

그리 춥지도 않아서 깜빡 깜빡 졸고 있었습니다.

 

졸다 걸리면 무슨 dog갈굼을 당할지 몰라 바짝긴장하고 있어서 고개를 떨구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밤중에 싸리눈이 내리는 겨울, 가로등의 주황색 불빛이 부대와 이어주는 다리를 비추고 있어 어둡지도 않았습니다.

 

귀는 열려 있기에 발자국 소리가 나면 번뜩 깨어나서 귀신같이 수화를 하곤했죠.

 

몇번을 다른 부대 인원이 정문을 지나 교대를 하러 가고, 술에 얼큰히 취한 하사를 택시에서 내려서 BOQ가는

 

길까지 안내하고 다시 초소로 들어섰을때였습니다.

 

깜박 졸음이 왔습니다. 그순간 자박자박 소리가 나더군요.

 

눈을 다시 반짝거리며 확인하기위해 다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넘어 빛과 어둠의 경계선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더군요.

 

'뭐야 아무도 없네' 라고 말하며 몸을 돌려 초소입구를 보는 순간

 

초소 안에 왠 남자가 서있었습니다.

 

베이지색 면바지 같은걸 입고, 위에도 베이지색 남방같은걸 입었더군요.

 

얼굴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밋밋한 얼굴에 씨익 웃고있던 입모양만 기억이 납니다.

 

뭐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뭐야 여기 사람이 왜 있어..꿈꿨나' 하고 다시 경계위치를 보는 순간

 

정신이 버뜩 든겁니다. '사람이 여기 왜 있지?' 놀라 다시 그 자리를 보니 아무것도 없더군요

 

순간 머리가 쭈뼜거리면서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돌려 이쪽저쪽 살펴봐도 누구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서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순간 선임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야! 추운데 일루와서 근무서.."

 

말도 별로 없고, 무뚝뚝한 고참이었는데 그 순간 불러주니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습니다.

 

"넵!" 짧게 대답하고 좁은 국도를 건너 선임초소로 들어갔습니다.

 

근데 이거 선임상태가 좀 안좋은것 처럼 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xx상병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야..너 못봤어?"

 

"..뭐..뭐말입니까?" 전 또 머리속이 복잡해 졌습니다. '졸았던거 걸린건가...어쩐건가..'

 

"너 옆에 사람있었던거 못봤냐고..."

 


 

'.......ㅅㅂ.......' 정말 머리속에 단 두마디만 떠오르더군요..

 


 

나름 군인이라서 그랬는지..어쨌는지.. 그날 고참과 저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위병 조장을 깨워 근무를 같이

 

섰습니다.

 

원래 부대는 양기가 넘쳐서 처녀귀신들이 잘 모인다는데 왜 제가 본거는 남자였는지 모르겠네요.

 

뭐 그 이후로는 뭐 별일 없었지만 아직도 그 일 생각하면 생생하네요. 다른건 다 잊어버렸는데..

 

헛 것이었는지 뭐였는지..거기서 누가 죽었는지 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뭐 그 뒤로는 별일 없이 잘 제대 했으니 뭐 좋은거겠죠.

 

그 고참은 그 뒤로도 말 없이 지내다가 다음해 7월인가 그때 제대하고 넌 들어오는 후임한테 마다

 

그 얘기를 해줬지만 진지하게 듣는 후임은 한명도 없었다는 뒷얘기..

 

밑도 끝도 없는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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