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사건 때문에 뒤숭숭하네요.
짱공유 놀러왔다가 정삼각형님 글 보고, 저도 제 경험담 올려봅니다.
제가 87년생, 지금 21살이니 벌써 11년 전 이야기네요.
저는 4살 때 아버지 직장을 따라 안동으로 이사를 왔고, 안동에서 10년을 살았습니다.
안동에는 안동댐과 임하댐이 있는데, 어려서부터 낚시를 좋아한 저는 주말이면 아버지와 낚시를 가곤 했죠.
안동댐은 꽤나 규모가 커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집니다.
댐 제일 윗 부분을 가두는 첫번째 수문, 댐의 중간 부분을 가두는 두번째 수문, 그리고 댐이 끝 부분은 가두는 세번째 수문.
댐 제일 윗 부분은 수심이 깊지만 낚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간 부분과 끝 부분은 출입제한 구역이었고, 세번째 수문 밑으로는 낚시가 가능했죠.
안동병원 바로 앞으로 다리가 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군요;) 그 다리가 세번째 수문 밑으로 흐르는 물을
건너기 위한 다리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안동병원에 근무하셨고, 저희 가족은 병원 사택에 살았기 때문에 주로 그 다리 밑에서 낚시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를 데리고 낚시 가는 것을 좋아하셨던 외삼촌이 집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밤낚시를 가자고 하시더군요. 삼촌께서는 안동의 또 다른 병원인 성모병원에 계셨습니다.
그 날 저녁은 세번째 수문을 열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문을 열면 물살이 세져서 낚시가 힘들죠.
그래서 밤이지만 안동댐의 수원(水原)이라 할 수 있는, 댐의 제일 윗부분으로 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직이셨기 때문에 저와 외삼촌만 갔죠.
외삼촌꼐서는 운전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저와 외삼촌을 데려다주고 돌아가셨구요.
이럭저럭 낚싯대를 펴고 나란히 의자에 앉았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거라곤 캐미라이트의 반짝임과 외삼촌의 담뱃불 뿐이었죠.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꽤나 규칙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10시에는 잠자리에 들었으니까요.
좋아하는 낚시를 밤새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뻣기에 처음에는 말똥말똥했습니다만,
정오가 지나면서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꿈을 꿨죠.
[꿈의 내용입니다]-----------------------------------------------------------------------------------------
댐의 두번째 수문이 가두고 있는 크고 수심이 엄청 깊던 곳으로, 어떤 남자가 뛰어내리더군요.
(댐의 두번째 부분인 그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또 있고, 그 다리를 건너면 박물관과 민속마을, 댐 휴게소 등이 있었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뛰어내렸어요. 분명 자의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이빙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물속에 빠진 남자는 필사적으로 허우적 거리더군요.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이 순간 얼마나 공포스럽고, 후회할까요..?
놓아버리고자 한 삶의 끈을 놓지않으려는 듯, 죽을 힘을 다해 발버둥 치던 그는 결국 조용히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꿈 속에서 저와 외삼촌이 낚시를 하는 광경이 나오고,
제가 응시하고 있던 찌가 물 속으로 쑥- 들어가면서 낚싯대 끝에 걸어둔 방울(이 방울이 밧침대 뒷부분에 걸리게끔 되어 있는데, 낚싯대가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입니다.)이 밧침대에 걸려 버리더군요.
무척 커다란 놈이 걸리지 않는 이상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어린 제 힘으로는 힘들거라 생각한 외삼촌이 힘껏 낚싯대를 당겼습니다. 저는 급히 뜰채를 가지러 낚싯가방을 뒤졌고요.
꿈 속이지만 삼촌의 관자놀이에 돋은 힘줄이 보일정도로 힘겨워보였습니다.
한동안의 사투 끝에, 낚싯대 끝의 거칠던 반항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뜰채를 뽑아내어 물가에 갖다대었습니다.
수면 밑에서 검푸르게 보이던 형상,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저와 외삼촌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분명히 제 꿈의 초반에서, 물 속에 뛰어내린 남자였거든요.
그 남자의 커다랗게 벌린 입 속의 목청 속으로, 하얗게 번쩍이는 낚싯줄과 크게 뜬 그 남자의 새까만 동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
악몽이 틀림없는 그 꿈을 꾸면서, 저와 삼촌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놀라 꿈을 깨는 순간(표현이 어렵네요 -_-a)
삼촌이 소리를 지르더군요.
놀라 눈을 떠보니, 꿈 속에서와 같이 제 낚싯대의 찌가 물 속으로 사라지면서 낚싯대 끝의 방울이 받침대에 걸려있더군요.
땅 속 깊이 박은 박침대가 흔들흔들 구부러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꿈 속과 마찬가지로, 삼촌이 급히 낚싯대를 낚아챘습니다.
저도 반사적으로 뜰채를 꺼내기 위해 낚싯가방을 뒤졌고요.
뜰채를 뽑고, 낚싯대 끝의 무언가와 사투를 벌이는 삼촌을 보면서
저는 서서히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꿈 속과 같이, 그런 귀신같은 게 올라오는 건 아닐까 하고요. 아마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짧은 순간에 삼촌을 도와야 하나, 아니면 삼촌을 말려야 하나 - 엄청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들고있던 뜰채를 놔버리고 삼촌의 허리를 부여잡고 "삼촌, 놔버려!!"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삼촌은 "야 임마 이런 기회를 어떻게 놓치냐~" 하면서 제 말을 무시해버렸고,
저는 이러다가 정말 귀신이 올라와버리겠다 싶어 다급한 마음에 삼촌의 팔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한쪽 팔에 제가 매달리자 균형을 잃은 삼촌은 낚싯대를 놓쳤고,
낚싯대는 순식간에 검푸른 물 속으로 사라져버리더군요.
놀라서 잠시동안 넋을 놓고 있던 삼촌은 저를 혼냈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고요.
그래서 저는 꿈 이야기를 삼촌께 했고, 가만히 듣고 있던 삼촌도 뭔가를 느꼈는지 낚시도구를 챙기라고 하더군요.
들고간 전등을 켜놓고 재빨리 짐을 챙겨 물가를 벗어난 후에 아버지께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저희 낚싯대에 걸린 게 물고기였는지 아니면 정말 귀신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생각해도 저는 그게 귀신이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 후로도 낚시를 많이 다녔지만, 삼촌과 밤낚시를 한 곳으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
글재주가 변변치 않아 설명이 부정확하고, 제가 다시 읽어봐도 실감나지 않는 것 같네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요즘에는 안동호에 배스가 많아 루어낚시터로 인기라고 하더군요.
혹 가시는 분은, 밤에는 특히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