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짱공유란 사이트를 알게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무서운글터를 보고 여러가지 글을 읽었습니다.
읽다가 제 경험담도 하나 올려두자 싶어서 글을 씁니다. ^^
작년 이맘때 쯤, 도쿄의 친척집에서 4주일간 머문 적이 있습니다.
일본어 수준이 고등학교 일본어 수준이라.. 혼자 외출할 경우 지하철 같은 거 타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저녁 때 근처에 산책하러 나갈 때는 사촌 누나의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녔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장례 문화가 조금 다르죠.
공동 묘지가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와 매우 근접해 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공동 묘지에 가면 꽃다발을 들고 와서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저 세상으로 간 옛 연인이나 벗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모습이 전 참 좋더라구요.
여름에 들어서면서 해가 길어졌기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하고 나가도 아직 밝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도쿄의 '야나카 레엔'이라는 공동묘지엘 자주 갔어요. 공동묘지가 몇 개 더 있지만 야나카가 좀 규모가 크거든요.
평소 습관대로, 무심코 가긴 했는데.. 때마침 그날은 저녁을 늦게 먹었어요.
집을 나설 때에는 그나마 조금 밝았는데, 야나카 레엔이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다는 걸 깜빡했었죠.
묘지 근처에 이르렀을 때에는 해가 벌써 넘어가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어두워지더군요.
그날따라 사람들도 보이질 않고 왠지 으스스 하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한바퀴 돌아서 집으로 가야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는데..
묘지를 빠져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돌고 돌고.. 똑같은 비석이 자꾸 눈에 보이고..
조금 넓긴 하지만, 여러번 와 봤던 터라 헤맨다는 건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무서운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하더군요.
아, 이게 귀신에 홀린다는 거구나.. 싶더군요.
전 평소에 영의 존재를 믿기에 무리하게 빠져나가다가 해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묘지에 묻힌 영혼들에게 제가 원한을 산건 아니니까..
그저, 조용히 기도만 했죠. 휴식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하고요.
막 속으로 기도하면서 페달을 밟다보니 묘지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제 실수로 길을 헤맨 것일 수도 있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전 영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거든요 ^^
그래서 그 날 이후론 묘지에 갈 때마다 편히 쉬시라고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쓰고보니 무서운 글은 아니네요. 저도 무섭다는 생각은.. 처음 헤맬 때 잠깐 했죠..
무섭지도 않은데 길게 써버렸군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는 감사드립니다.
실망하셨으면 죄송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