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배달의 추억

챠베쮸 작성일 07.08.06 21: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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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짱깨집에서 알바를 했었습니다.

경기도 일산 대화동에 있는 중국집인데요

어느날 저녁이었어요.

때르르릉~

"예 짜짜룽(가명)입니다. 짜장 둘이요? 예 금방 갑니다~"

저녁 8시반정도 되는 시간이었는데 거의 그날 마지막배달이 들어왔죠.

짱깨집 보통 9시까지 영업이니까

마지막배달가면서 그릇좀 찾아와야겠다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어둠을 헤치며 씨티100을 몰고나갔죠. 빠라바라바라밤~

배달지가 아파트인데(이쪽 배달은 거의 8할이 아파트배달)

다닥다닥 붙어있는 복도식이 아니고 2가구씩 마주보고있는 층계식이었어요.

아무튼 철가방을 떨래떨래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죠.

호수가 한 11층정도 됐을거에요.

 

벨을 누르려고 하는데

이사간 집처럼 전선만 튀어나와있고 현관 초인종이 없더라구요.

아씨 사장쉑히 주소 또 잘못받았나..

짜장면은 금방 뿔어서 주소 잠깐 헤메면 다시 배달가야되거든요.

짜증 이빠이 몰려왔죠.

그런데 문 저편에서 요란하게 쿵쾅쿵쾅소리가 나는거에요.

애들 뛰어다니는 소리 까르르륵 하면서 장난치는 소리같은게..

어라 사람 있나보네? 하면서

쿵쿵 문을 두드렸죠.

"짜장면 왔습니다~"

그런데 문을 두드리자마자 안에서 나던 소리가 딱 멈추는거 있죠?

다시 쿵쿵~

"짜장면이요~"

재차 문을 두들겨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노크를 할땐 조용하다가 잠시후 다시 까르르 웃고 뛰어다니는 소리가 나는거에요.

아놔 분명 이 꼬꼬마 잡것들이 장난을 치는구나 생각을 했죠.

쾅쾅 짜장면이요!! 쾅쾅쾅

주먹으로 문을 부수듯이 두드리다가

급기야 현관문을 발로 냅다차기 시작했습니다.

'니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그런데 발로 문을 차던 저는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소리가 이제 멈추고

웬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인기척이 난다는 느낌이 들었죠.

이 꼬꼬마들이 구멍으로 내가 지랄발광하는걸 보고있나?

하는 생각에 발길질을 멈추고 현관문에 귀를 갖다대었죠.

 

"킥킥킥~ 낄낄낄~"

 

문 바로 뒤에서 들리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웃음소리였습니다.

근데 기분에 웬지 어린애들 목소리가 오싹하더라구요

또 이상한건 아파트 현관문을 닫아도, 들여다보는 구멍으로 빛이 조금 새어나와야하는데..

깜깜한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집안 불을 다 끈것같아서 오싹한 생각이 들었죠.

"야 니들 장난치면 경찰서에 신고한다 니들 다 잡아갈꺼야!"

하면서 다시 발로 문을 쾅쾅 걷어찾죠.

그때 앞집 문이 열리면서 웬 아주머니가 나오시더군요.

 

"아저씨 웬 소란이에요~ 그집 아무도 안사는데..."

"예??"

"그집 이사간지 한참됐어요. 아무도 없어요"

 

전 한동안 멍하니 서있다 거의 기어가다시피 아파트를 나왔죠.

ㅅㅂ ㅅㅂ 너무 무서워 욕밖에 안나오더군요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내려와서 경비아저씨한테 물어봤습니다.

"아 그집~ 이사간지 꽤됐어. 그런데 그집 부부 애들이 없었는데?"

그날 너무 후달려서 그릇찾는것도 포기하고 그대로 짜짜룽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릇 안찾아왔다고 사장한테 엄청 깨지고

웬지 귀신본거같다고하기 쪽팔려서 말도 못하고..

아니나다를까 사장이 동호수를 잘못받아서 제가 엉뚱한 집으로 간거였고

원래 주문한 집은 진작에 다른 직원이 배달 갔다고 하더군요.

 

전국의 짱깨집 직원분들 조심하세요

배달가서 아무도 없으면 소란피우지말고 그냥 오는게 상책입니다. ㅋㅋ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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