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골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무더운 날씨 덕에 낮에는 매미소리가 정신이 없고
집을 뒤로하고 있는 산등성이에는 한치 앞을 볼 수도 없을 만큼 수풀이 무성히 자라 있습니다.
저의 할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셨을 무렵에는 제초제도 자주 뿌려주고 틈틈히 풀을 뽑아 줬었기 때문에 저희
집 뒤뜰은 정감이 묻어나는 수돗가 였습니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등목을 하고 수박을 먹으면서 게임기를 했었죠.
이제 할아버님이 돌아가시고 3년 즈음... 저는 뒷뜰에 대해 관심이 없을 뿐더러 저와 둘만 살고 계시는 아버지는
일이 너무 바쁘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외지에서 보내고 계시기 때문에 뒷뜰은 풀만 무성한 쓸모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하기 시작하자 어느세 부턴가 고양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했더군요.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울부 짓거나 뛰어 다녀서 가만히 웹서핑을 하는 중에는 귀가 예민해지더군요.
얼마 전 입니다. 그 날은 정말 지칠 줄도 모르고 밤세 고양이가 울더 군요.
생각하기 싫지만 역시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점점 불안해 졌습니다.
그렇게 지칠 줄 모르고 2시간 쯤 울었을까... 고양이 몇마리게 갑작스레 뛰어 다녀씁니다.
풀을 가르며 파다닥 거리는 소리는 짧은 순간 혼자인 저를 너무 놀라게 만들 더군요.
더군다나 고양이 울음 소리 때문이었을까요. 고양이가 풀을 계속해서 가르는 소리는
사람이 풀밭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니는 소리 처럼만 상상이 됐습니다.
그날 새벽은 그대로 저는 아버지의 방으로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낮에 너무나 거슬렸던 심기를 쓸어내며 뒷뜰에 들려 보았습니다.
역시나 고양이가 두마리 쯤 저를 보더니 후다닥 도망 가더군요.
원두막 바로 밑으로는 새끼 고양이가 누워 있었습니다. 처음 보기에는...
그늘이 져서 단순히 잠을 자는 줄 알았으나 배가 움푹 파여있더군요.
개미들이 드글 거리고 있었고 가까이 갈 수록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그 뒤로는 뒷뜰로는 잘 드나들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고양이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썩 마음이 내치지 않아서죠.
여전히 밤이면 고양이 들이 뛰어 다닙니다. 풀이 휘날리는 소리는 가끔씩 소름이 끼치죠. 아마도 새끼 고양이들은 대충
컸을까요. 고양이 울음 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