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지난 여름 내가 겪은 실화이다.
어중간한 때에 제대를 하게 된 나는 복학 때까지 어학연수 겸 평소에 흥미가 있던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처음 결정됐을 때는 매우 들떠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술도 마시고 일본어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했었는데, 막상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처음 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해외에서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김포 공항에서 하네다까지.
일본어 공부를 예전부터 조금씩 해 왔던지라 조금은 자신이 있었는데 입국관리국에서 전혀 말이 안 나와 꼴사나운 모습으로 손짓 발짓, 영어까지 섞어가며 겨우겨우 얘기가 되어 통과했다.
확실히 공부만 한 것과 실제 대화는 다르더라. 조금 쪽 팔렸다.
다행히 그곳을 통과하자 마중을 나온 한국어가 가능한 일본인이 있어서 한숨 놓고 차에 타 학교를 향하게 되었다. 일본 특유의 덥고 끈끈한 기후가 확실히 내가 타국으로 왔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학교를 대충 둘러보고 기숙사로 향하는데 학교는 제법 시내에 위치해 있었는데 차는 점점 한적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민가가 조금씩 보였으나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고 대신 삭막한 공장 지대가 점점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자 기숙사에 도착했다.
기숙사의 모습은 참 실망을 넘어서 충격스럽기 그지 없었다. 벽지를 바르지 않아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방은 매우 좁고 천창은 낮았는데, 천장에는 작고 기분 나쁜 색깔을 띈 백열전구가 하나 달랑 달려 있었다.
그야말로 대실망.
어떻게 대충 계약을 마친 나는 실망감과 허탈감에 바로 방바닥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깐 눈을 감는다는 게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기적으로 들리는 기계음과 시끄러운 타국어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잠에서 깼다. 회갈빛의 콘크리트 천장이 다시금 내가 타국에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다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불평이나 하고 있는 거지? 남들은 가고 싶어도 가기 힘든 유학을 왔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못할 망정! 힘내자!
대충 짐을 정리하고 기숙사를 둘러보기로 하고 방을 나왔다.
설명. 기숙사는 총 8개의 방이 있는데 내 방은 100호실이고 107호실까지 있다. 각 방은 공동 거실로 연결되어 있는데 제대로 청소를 안 하는 모양인지 쓰레기통 주변에는 넘쳐서 묶어 둔 쓰레기봉투가 굴러다니고 있었고 바닥에는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싱크대가 있기에 혹시 밥을 해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조사해 봤는데 상황은 끔찍했다. 가스레인지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 매우 위험해 보였다. 밥통이 있길래 뚜껑을 열어 보았는데 밥을 해 먹고 남긴 후 몇 달을 그대로 방치했는지 곰팡이와 이상한 벌레, 알들이 고약한 냄새와 함께 튀어나와 기겁을 하고 바로 뚜껑을 닫았다.
그나마 화장실은 조금 나았다. 물론 깨끗하다는 소리는 아니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정도?
진짜 알면 알수록 기분 나쁜 기숙사다. 다른 주민들은 다 뭘 하고 있는 거지?
참고로 이 기숙사는 학교 기숙사가 자리가 차 밀려 유학원에서 소개시켜 준 일본인과 외국인이 함께 사는 사설 기숙사라고 들었다.
처음 왔으니 긍정적으로 지내자!
이런 생각에 주민들에게 인사라도 할 생각으로 봤는데, 마침 104호실에서 전화를 하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할 말들을 생각하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들 두드렸다.
똑똑!
"아, 하지메마시테...................!!"
순간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엄청 끔찍한 여자의 얼굴, 무슨 해골인 줄 알았다. 매우 마른 얼굴을 반쯤 문 틈에 가려져 있었는데 퀭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섬뜩해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이 냄새.
방 안에 향을 피워 놓은 것인가?
방 안 자욱한 향내가 이상한 냄새와 섞여 구역질이 날 만큼 매우 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