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군복무 시절 겪었던 일을 적어볼까 합니다.
꼭 이상한 소리 뿐만 아니라 제 청각이 남들보다 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잘때도 작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잠이 깨고 옆에서 소근대는 말로 절 불러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귀가 예민한 편입니다.
이 예민한 귀때문에 덕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고등학교 음악시간때 시험문제로 여러 음악을 믹스해서 지금 흐르는 음악소리는 몇개인가...
혹은 악기소리는 무엇무엇인가 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난해한 문제였음에도 예민한 귀덕에 반에서 저 혼자만 그 정답을 맞췄었습니다.
잘난체는 아닙니다만 귀로 인해 얻은 좋은점을 말하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사설이 길었네요.
아무튼 이런 민감한 귀를 갖은 제가 군복무 시절 일병이었을때 일입니다.
원래 군대라는 곳에는 많은 귀신들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 무서운글터만 보더라도 조회해 보면 군대에 관련된 글들이 정말 많더군요.
저도 군대에서 많이 겪은건 아니지만...딱 두번 제 귀를 의심한 적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를 말씀드리면 제가 일병 3호봉쯤에 야간 위병근무를 설때 생긴 일입니다.
제가 경기도 연천에 기계화보병 사단이라는 곳에서 FDC라는 직책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당시 저는 알파포대에 있었고 알파포대가 위병소 근무를 담당하였죠.
기타 브라보,찰리,본부 각자 맡은 경계근무 지역이 있었습니다.
"김XX..임마 일어나 위병근무다"
불침번이었던 신상병이 깨우던 소리에 전
"일병!!김XX...네 알겠습니다."
군대에서나 말하던 딱딱한 말투로 부산하게 위병근무 복장을 갖추고 K-1총을 옆에 끼구서
박상병님과 함께 근무를 나갔습니다. 인솔과 함께 위병소에 도착하고
인수인계를 한후 전방을 주시하고 박상병은 주간에 했던 작업으로 피곤했던지
저에게 "야 나 눈좀 붙일랑께 누구오면 칼같이 깨워라잉~" 하고 쪼그려 앉아서 수면을 취했고
저는 칠흙처럼 어두운 전방을 바라보며 아무생각없이 근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바람도 스산히 불고...그때가 초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여름이라지만 밤엔 아직도 쌀쌀했기에 걷어올렸던 소매를 다시 내리고 좌경계총을 하느라 뻐근해진
팔도 좀 쉴겸 팔을 흔들며 피로를 좀 풀려던 때였습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멀리서 여자비명소리 같은게 제 귀에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상한건 그 비명소리가 꽤 오래 울렸던거 같았습니다. 10초 이상은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경직된채 주위를 살폈고 팔뚝엔 스산한 바람덕에 닭살이 일어났던게 더욱 심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0초 가량을 그 비명소리에 멍~해진 상태였을때 갑자기 박상병이
"야 방금 무슨 소리 못들었냐?" 하시면서...물어보시는 거였습니다.
"예!!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전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박상병에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뭐? 비명소리? 뭔 소리여? 나는 웃음소리 같았는디? 꺄르르르르~이런거 "
순간 저와 박상병은 말이 없이 얼어붙었고 잠이 확 깼는지 박상병은
화제거리를 다른애기로 돌렸습니다. 여자얘기,학창시절 얘기등등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다음 근무조와 근무교대를 하고 막사로 서둘러 돌아온후 저와 박상병은 아무말없이 바로 취침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그 웃음소리를 잊고 지낼무렵 박상병도 제대를 하고 제가 병장 물오봉이 돼었을때 였습니다.
윗 고참들이 휴가를 많이 가게 되서 제가 일직근무를 서게 된 날이었습니다.
가을쯤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정해진 시간마다 순찰을 돌아야 할때가 있습니다.
새벽2시에 야간 순찰이 있었는데...대부분 짬좀 있고 그러면 순찰일지는 가라로 적고
순찰을 안가고 그랬었는데...하필 제가 운이 없게도
일직사관이 FM근무로 유명한 무개념 쏘가리였습니다.
저는 어쩔수 없이 야간순찰을 다녀와야 했고...막사 주변을 시작으로 포반창고,탄약고,PX를 경유해서 막사로
돌아와야 하는...천천히 걸으면 대략 3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를 순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밤에 천천히 걸을리 없겠죠...빠른걸음으로 막사주변과 포반창고,탄약고 그리고 PX까지 순찰을 마치고
막 발걸음을 막사로 돌리려던 순간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정말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애기목소리도 남자 목소리도 여자 목소리도 아닌 그 3개가 다 섞인듯한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소름이 쫘악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선뜻 막사로 달려갈 힘이 안생기는겁니다.
뭔가 탁!하면서 기운이 빠져가는 기분을 느끼며 거의 터덜 거리며 겨우 겨우 막사에 도착할 무렵
막사 입구 앞에 보면 5분대기조 출동시킬때 쓰는 작은 종이 있습니다.
갑자기 그 종을 한번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밤중이니 조심스럽게
살짝 때려보았습니다."때엥~"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 갑자기 무겁게 느껴지던 다리가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전 후다닥 막사 안으로 들어가 앉았습니다.
그 때 제모습이 이상하셨는지 아니면 종소리를 들으셨는지 일직사관이 물어보았습니다.
"김병장 너 얼굴이 왜케 새빨개? 겁나서 뛰어서 순찰 돌았지? ㅋㅋㅋ"
이러시는 겁니다. 전 대충 상황 설명을 드렸고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말씀드리자
"원래 귀신들이 종소리를 싫어한다더라..."
라고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