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대학생입니다.
의사를 지망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어야 할 직업을 지향하고 있는 사람 치고는
무척 비현실적인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그것들이 진정 무엇이었는지, 항상 궁금해 하곤 합니다.
어쩌면 지루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겪은 일들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읽으실 내용은 모두 사실임을 밝힙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편의상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너그러운 이해 바랍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음을 밝힙니다.
무단 배포는 자유지만, 무단 도용은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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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머니가 거즈를 손가락에 말아 아직 치아도 없던 내 잇몸을 닦아 주던 장면이다.
나는 작고 푸른 대야 안에서 벌거벗은 채 더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고, 무척이나 크게 울고 있었다.
아마도 두 살 정도였을 것이라 여겨진다.
인간은 영유아기의 기억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간혹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능의 높고 낮음을 떠나, 꽤나 감성적이며 민감한 감각을 지닌 경우가 많으나, 이는 아직 학계에서 인정 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다.
나는 나의 머리가 좋다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상황과 영상을 기억하는데 천부적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영상의 강도는 사건의 경중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지만, 어떤 기억의 경우, 매우 세세한 부분 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처음 마주했던 기억도, 그 어떤 기억의 경우에 해당한다.
나이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6살 정도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여느 어린 아이와 같지는 않았다. 무척이나 조용하고 무척이나 많은 책을 읽었다.
지병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처럼 밖에서 노는 것 보다는, 집 안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다.
친구는 매우 드물었고, 피부는 매우 희었으며, 눈은 매우 크고 어두웠다.
때는 초여름이었고, 내가 살던 집은 서울 구석의 어느 골목, 지대가 높았던 단독 주택이었다. 그 집은 어느 목수가 직접 지었다고 하였는데, 과연 원목 마루와 나무로 덧댄 벽, 넓지는 않지만 구색을 갖춘 마당이 길게 집을 따라 가로로 들어서 있었다. 나의 방에는 작은 침대가 있었고 아버지의 수많은 책들이 벽 한 면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으며, 작은 책상이 있었고, 큰 창문이 침대 옆에서 밖으로 뻗어있었다. 나무 창틀은 낡아서 삐걱대었으며, 구식 잠금장치를 가지고 있었고, 창은 먼지가 낀 반투명 유리가 두 겹으로 끼워져 있었다. 그 두 창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 도리가 없는 날벌래들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초여름 오후 2시, 조용히 흔들리는 두꺼운 커튼의 사그락거림과 맞물려 내 감각을 긁어대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동생을 업고 장에 가셨다. 혼자다.
난 힘겹게 창을 열었다.
창문을 열면, 2미터 앞에 들어선 회색 담장이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나는 그 풍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다행히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초여름 매미가 몹시도 시끄럽게 뒷산에서 울어대고 있었다. 차라리 더위와 싸우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침대에 누워, 올 해 생일 선물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갑자기, 매미가 울음을 그쳤다.
그 때,
무언가가 창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고, 큰, 마치 온몸에 복면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어쩌면 사람과 같은 형상이었다. 나는 '드디어 우리집에 도둑이 들었구나.' 라고 생각해버리고는, 부들거리며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 마루 쪽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때 까지 창 밖의 검은 인물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나는 온몸이 쭈삣거리는 뇨기를 느꼈다. 어떻게든 저 남자로부터 도망치고 싶었고, 나는 골방을 따라 나있는 뒷문으로 달려나갈 심산 외에 경찰에 신고를 한다던지, 소리를 지른다던지 하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문득 그 남자를 보았는데, 그 형상이 확실하지가 않았다.
마치 수면에 상에 흔들리듯, 쏜살같이 움직이는 자동차가 흐려지듯, 그의 온몸은 흐릿하게 흐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뒷걸음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 그를 더 자세히 바라보았는데, 때마침 흐릿거림이 멈추고, 그 형상이 자세하게 내 눈에 들어왔다.
엄청나게 큰 두 눈은 마치 밥공기를 뒤집어 놓은 듯, 검은 얼굴 한 가운데에서 맞부딫히며 구르고 있었고, 흰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아 얼핏 보아서는 도저히 눈이라고 생각 할 수가 없었다. 머리는 검은 천과 같은 것으로 씌워져 모두 가려져 있었고, 단지 두 눈 만이 매달린 듯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 아래로 목은 보이지 않고 바로 몸통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그의 몸 역시 검은 천과 같은 것으로 흐물거리며 감겨 있었다. 팔은 기이하게 가늘고 짧았으며 뒤틀려 있었는데, 옷의 색과 똑같은 검은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공포가 지나치면 혀가 굳는다. 나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뇨기가 사라짐을 느꼈다. 아랫도리가 뜨듯해져왔다. 그 순간에도, 그것은 그렇게 나를 창 밖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졌다.
갑자기 그것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다시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없어져버렸다.
그것이 천정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맙소사, 그것의 하반신은 작은 막대기 두 개가 몸통에 꽂혀 있는 것 뿐이었다.
벽에 거꾸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뒤를 돌아본 순간,
나는 검은 그것의 눈알들이 내 얼굴에 바짝 붙어 구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공포에 얼어붙어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던 그 찰나에,
그것은 기괴하게 길고, 두터운 혀를 턱 아래에서 곧바로 떨어뜨리고, 빠르게 내 얼굴 앞에서 흔들어댔다.
"으아-!!"
내게서 나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그것을 밀치려던 순간,
그것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으며,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은 내가 지린 오줌으로 흥건했고, 내 머리칼과 옷은 마치 물에 빠졌던 듯, 완전히 땀에 젖어있었다.
눈 앞에서 머리칼을 따라 땀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널부러져있었고,
다만 천정의 나무의 무늬가 괴이하게 일그러졌다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오셔서 나를 발견하고는, 응급실로 나를 업고 뛰었다.
단지 무언가에 크게 놀랐을 뿐이었다고, 헛것을 본 것이라고 어머니는 말했지만,
얼마 후, 거짓말처럼 그것은 또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다른 것들과 함께.
2#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