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바리 때 우리 부대 여하사한테 들었던 얘기임. 그 여하사가 나한테 구라를 친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들은 그대로 전달하겠음. 그 여하사가 고딩 때, 부친이 목사였음. 지금부터는 여하사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겠음.
그런데 아버지가 어느 날 30대 중반의 남자를 집에 데리고 왔지. 보기에도 수척하고 표정이 어두운 남자였어. 식구들이 모두 놀라서 왜 데리고 왔냐고 하니깐 아버지 왈 "저 남자는 귀신이 씌었어. 그래서 내가 안수기도로 귀신을 쫓아내야겠어." 식구들은 모두들 반대했지만 목사의 사명감 때문인가 아버지는 아예 내(여하사)의 방까지 그 남자가 쓰도록 내주면서 예배를 주관하지 않는 날은 하루 종일 안수기도를 했지. 집에 방이 두 칸인데 달리 잘 곳이 없었거든 그 남자는. 기도 소리와 남자의 신음소리가 하루종일 집을 떠나지를 않았어. 우리 모두는 괴로워서 미칠 지경이었지. 그리고 한가지 더 찜찜한 건 어느 날 식구들이 간만에 밤늦게 tv를 보고 남자는 방에서 자고 있는데 그 남자가 자고 있는 방에서 무언가로 나무를 긁어대는 소리가 났어. 무슨 일인가 해서 식구들 모두 놀라 방에 가보니 남자는 멀쩡히 자고 있었어. 그런데 또 tv를 보고 있으려니 계속 아까의 그 소리가 들리는 거야. 손톱으로 무언가 긁는 소리였지. 그래서 방문을 또 열어보면 남자는 곤히 자고 있고....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남자를 내보내자고 했는데 아버지는 들은 척도 안 하셨어. 그 때 고딩 때라 한창 예민할 때였으니 더했지. 그런데 마침내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어.
어느 날 낮에 집에 그 남자랑 나랑 단 둘이 남아있게 되었어. 그런데 그 남자가 내게 다가오더니 울상을 지으면서 "제발 니네 아버지 좀 말려줘..." 라고 하는 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물러서려고 하는데 남자가 내 어깨에 한 쪽 손을 올리더니 갑자기 싸늘한 여자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지. "생각해봐..."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눈으로 내리깔면서 날 보며 말을 이었어. "내가 여기서 빠져나가면 누구 몸에 들어갈 것 같니 응?"
나는 울면서 아버지한테 낮에 있었던 얘기를 했고 아버지도 딸이 그렇게 위험에 처한대서야 어쩔 수 없이 그 남자를 내보내고야 말았어. 그런데 그 남자가 쓰던 내 방을 청소하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는데 방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어. 그리고 더 섬뜩한 건 이불장을 여니 안쪽 면에 피로 눌러 붙은 역십자가가 새겨져 있었어... 손톱으로 긁은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