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귀신이라던지 하는 존재는 자신은 느끼는데 남들은 모르는 점에서 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것 아닐까요? 그러나 혼자 그런 일을 겪는다면 반신반의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제가 겪었던 일은 근무를 서던 둘 다 느꼈던 것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고 생생합니다.
이등병때 였습니다. 전지검이라고 불리는 훈련이 다음날 있었는데 전 새벽 3시에서 4시사이 탄약고 근무를 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이 강원도 양구인데 (백x산부대라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바로 철책선 밑에 있습니다. 절대 민간인이 드나 들 수 없다는 얘기죠. 10개월 고참과 함께 탄약고 근무를 서고 있는 도중이었습니다. 갑자기 탄약고 뒤에서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는 소리와 "얘들아 놀자~" 이런 소리들이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애들 소리 그대로였습니다. 전 이등병이었고 앞으로 3시간 후면 훈련개시이기 때문에 사이렌 테스트정도를 하기 위해 행정반에서 라디오를 방송하는 줄 알았죠. 그래서 고참한테 얘기를 건넸습니다.
"xxx상병님. 저 소리 들리십니까? 이런 시간대에 라디오가 나옵니다."
"......"
이 고참이 중대에서 사람좋기로 소문이 났었습니다. 나이도 보통 사병들과 3살정도 많았고 착해서 따르는 후임들도 많았구요. 전 아직도 연락하고 지냅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아무말도 없는게 아니겠습니까. 고참이 잠이 와서 그러는 줄 알고 옆을 봤는데 정말 쌩쌩해 보이면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번 물었습니다.
"내일 훈련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시나 봅니다. 근데 싸이렌 테스트를 저런식으로 합니까?"
"....."
여전히 말이 없어서 못 들었나 생각했고 다시 불렀습니다. 그런데..
"조용히 해 x새 야!"
갑자기 욕을 퍼붓는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잘못한게 있는 줄 알고 당황해 있는데 그렇게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간이 가던중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한 20분후 그 고참이 하는말이..
"xx야 미안하다 내도 무서웠다!"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얘기 정리하고 이해할 필요성을 느낄 사이도 없이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딱 그한마디에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던거죠. 나머지 30분동안 온갖 공포에 몸을 떨었습니다. 소리가 너무 생생해서 헛것을 들었다고는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고 더구나 같이 듣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근무가 끝나고 행정반에 갔습니다. 그리고 일직하사에게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더니 대뜸 애기들 웃는 소리? 이러는 겁니다.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1년전쯤에 겪었던 사람이 있었답니다. 근데 그 사람은 정신이 원래 그랬는지 몰라도 탈영도 하고 몰래 도망다니고 숨고 그래서 다른 부대로 쫒겨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귀신소리를 들었다니까 사람들이 믿겠습니까? 그리고 하는 말이 저희 부대는 라디오 주파수 잡히는게 거의 없기때문에 그시간대에는 라디오 방송은 들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고참과 저의 얼굴이 너무 사색이 되어 있었는지 상부에 보고를 하더군요.
그 이후로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헛소리를 들었다는게 씨가 먹혔는지 중대 위병소를 폐쇄하고 탄약고 근무 로테이션을 널널하게 조정하더군요. 제가 독립중대에 있어서 적은 인원으로 탄약고와 위병소를 풀로 근무를 섰기 때문에 비번같은건 절대 없었는데 위병소가 폐쇄되니까 하루걸러 비번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정말 그 소리에 시달리고 살아서 죽을 맛이었습니다. 지금은 술자리에서 안주거리 삼아 하는 얘기가 되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