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창밖의 여인

란의하늘 작성일 08.02.19 23: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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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박상운님 글을 읽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몇자 적어 봅니다.

재미없어도 이해해 주시고 읽어주세요.


때는 1994년, 어느 늦은 가을 파리에서 잠시 유학하던 시절...


오후의 산들거리는 실바람에 내 몸을 맡긴 채로 목적지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발걸음가는 대로 어느 낯선 거리를 마냥 신기한 듯 거닐고 있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이국적인 향취에 흠뻑 빠지며 넋을 놓고 있던,

어느 순간 주위에 많던 파리지엔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 한적하고

낯선 골목에 혼자서 덩그러이 남아 있게 됐다.

"쳇! 너무 깊이 들어온 걸까?"


마치 누군가에 홀린 듯이 골목골목을

헤메고 있던 나는, 이러다간 길을 잃겠구나 하는 걱정스러움에 빨리

가장 가까운 메트로 역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 이었다.


 "아니! 발에 채이고 채이던 그 많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푸념 섞인 말을 연신 뱉어 봐도 내 주위엔 어느 순간부터 나 혼자뿐!


 "그러 길래 무턱대고 아무 곳이나 오는 게 아니었는데!"


 "누군가 나타나기만 하면 서툰 프랑스어뿐 아니라 몸짓 발짓이라도 해서

반드시 길을 묻고 말테야!"


근데 잠시 전까지만 해도 찬란히 나를 비쳐주던 태양마저도 조금씩 내게서

멀어지려 하네......

어떻게 하냐! 걱정이 산만큼 커지려는


그때!

내 눈이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나의 감각이 먼저 눈치라도 챈 냥, 우측건물 위에 무엇인가 있다고 알려주는데

왠지 두 다리는 바닥에 고정 된 듯 움직일 수 없어 몸은 그냥 정면을 향하고

겨우 고개만 간신히 오른쪽으로 돌려

위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려보는데 

3층 높이의 창문에 하얀 커튼이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리고 있는 것 이 아닌가!


 "젠장! 내가 너무 긴장을 했어! 커튼을 보고도 놀라다니!"


내가 너무 예민해 진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래 기지개라도 한번 켜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하늘로 젖히는데,


어라~

내가 커튼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단지 커튼이 아니라 어떤 여인의

치맛자락임을 알게 됐고 그만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그냥 서있던 그 여인은 몸 상체를 창문 바깥쪽으로 빼낸 뒤 90도 정도 허리를 숙여

나를 뚫어 져라 주시했고,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창백한 얼굴! 아무리 서양인이라지만 창백하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한 그 얼굴!

그리고 슬픈 얼굴! 왠지 슬픈 느낌의 얼굴!

순간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허리를 불편할 정도로 숙여가면서까지 나를 주시하던 그녀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기껏 외국여자 보고 놀라 자빠진 내가 너무 우습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빨리 그 자리를 빠져나와 집에 가야지 하는 일념으로 재빨리 일어나 앞을 향해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다.


한 백여 미터를 달려 숨이 목까지 찰 때 쯤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그 순간이 기쁘고 또한 반갑던지.

그들에게 메트로 역을 묻는데 아까 내가 한참을 달려온 그 길을 다시 되돌아가 얼마 멀지 않은 곳이 있단다. 근처에 두고도 못 찾다니! 내가 뭔가에 홀리긴 홀렸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뒤돌아 총총 걸음으로 메트로 역을 향해 가는데, 해가 지려는지 주위가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그녀가 서있던 그 건물을 스쳐지나가며 그녀가 아직도 있나 하는 호기심으로

일부러 속도를 늦추어 가며,  그곳으로 시선을 향했지만

그녀는 있지 않았다! 다행이다. 라고 안심하려는 찰라,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놀라운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내가 아까 그 여인을 본 그 건물에 있던 창에는 조금 전까진 없던 방범창 같은 쇠창살이

촘촘하게 쳐져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착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주위건물을 다시 한 번 여러 차례 살펴보고

내가 여인을 봤던 그 건물이 맞는지 여러 차례 의심도 해봤지만 불과 몇 분전에,

불과 100여 미터만 앞에 갔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 왔을 뿐인데,

내가 아무리 긴장하고 외딴 곳이라도 이토록 착각할리는 없지 않은가!


조금 전의 기억을 몇 번씩 더듬고, 되새기며 방황하던 난,

완전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유리창을 둘려 싸며 건물 벽에 촘촘히 박혀 있는 쇠창살들은 뭐란 말이지?"

 "어떻게 그녀는 쇠창살을 뚫고 허리를 90도로 꺾어 가며  나를 쳐다볼 수 있었단 말인가!"

 "분명 저 건물이 맞는데....."


그 후 어떻게 메트로 역을 찾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조차 하기 싫다!


집에 오자마자 무서움보다는 그 여인의 정체에 대한 의문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프랑스에서의 늦은 가을밤을 뜬눈으로 지세우고 말았다.


하지만 이 일은 지금생각하면 프랑스에서 내가 겪게 될 일들에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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