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소리..

불연화 작성일 08.03.24 02: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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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지 언..10년이 넘어가네요..문득 생각하다 어떤 일이 스쳐가네요..

이 이야기는 지어낼만한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고..

내용 또한 시시해서 뭐야..라고 할 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그 이유를 알 수 없기에..한번 써봅니다..

 

그일은 3년전에 있었습니다.

 

혼자사는 남자지만 전 비교적 깔끔한것을 좋아하고 정리정돈을 칼같이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항상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그곳에 두지요..

3년전의 일을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원룸으로 이사를 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이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늦은 밤이지만 꼭 커피를 한잔 마시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날도 퇴근하고 돌아와 커피한잔을 마시고 곧바로 설거지를 하고 티스푼을 수저통에 넣어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잠들 무렵 달그락..하는 소릴 들었지요..

하지만 가끔 다마시고 놔둔 페트병이 넘어지는 소리를 듣곤 하기에..(사실 창문을 닫고 자는데 그게 넘어진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그냥 무시하고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커피를 저으려고 티스푼을 찾으니 없는것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혼자사는 집에 아무도 찾아온 사람도 없고..분명히 씻어서 넣어둔 티스푼이 사라질리가 없기에..정말 의아했죠..

정말 이 잡듯 다 뒤졌습니다..성격상 참을 수가 없기에..하지만..결국 찾질 못했죠..

싱크대밑 호스까지 분리해서 찾아보았습니다. --;;

다시 사러갈 시간도 없고 해서 젓가락을 쓰고 역시나 짝을 맞추어 수저통에 넣어두었죠..

 

몇일 동안 꿩대신 닭으로 젓가락을 애용하다 어느날 그 젓가락 마져 하나가 없어진거 아니겠습니까..

도저히 제 상식으론 납득이 안가는 일이었습니다. 도둑이 든다해도 그걸 가져갈리도 없고..

예민하고 깔끔주의자인 내가 남이 침입한 흔적을 눈치 못챌리도 없으며..술도 안마시니 착각할리도 없고..

시켜먹는걸 싫어해서 음식점 그릇에 넣어버려 반납한다거나..방이 좁아서 어디 숨어 있을리도...

오만가지 가능성을 다 동원해 찾아보았지만...허사였죠..

한 4~5개월에 걸쳐 잃어버린것이 티스푼 하나.젓가락 3개 원래 2벌이었는데..1짝 남아버리고...숟가락 하나..밥그릇하나.

남은 결론은 내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이웃도둑이 장난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강박증이 생겨 그냥 넘어갈수가 없었습니다.

 

수저통과 나머지 수저들은 다 버리고 새걸 한벌씩만 사왔죠..숟가락하나, 젓가락 한벌, 티스푼 하나.

늘 쓰고나면 설거지를 하고 그것들을 맥주용 긴 유리컵에 넣어두고 잠들곤 했습니다. 혹시나 소리가 나면..하고..

어느날 간밤에..팅팅.팅..티팅~하는 유리소리에 화들짝 깨어 얼른 불을 켜고 싱크대쪽을 노려보았죠..

숟가락하나가 금방 던져 넣은것처럼 달달달..떨리고 있더라구요..

그때 그 느낌이란....온몸에 털이 쭈뼛서는..더욱이 놀랄일은 항상 수저와 티스푼은 거꾸로 넣어뒀는데..(유리컵밑에 물이 고이니까..)바로 들어가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귀신이나 심령현상같은건 믿지 않기에..그냥 내 체력과 정신이 피로한가보다..하고 잊으려고 노력하고 지냈습니다.

 

몇일뒤 동료에게 그 얘길 해줬더니..남자혼자 사는 집엔 처녀귀신이 가끔 장난을 친다고 웃으며 말하더군요..

 

글쎄요..그럴까요..?

작년에 이사온 지금 집에서도 티스푼이 두개가 없어져서 생각이 나 글을 써봅니다.

정말 귀신의 장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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