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2

trejo 작성일 08.04.25 1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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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이며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기타 가위눌림이나 그런것도 겪어본적없고 남들이 보기에 기가 세보인다 라는 평도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내가 겪은 몇몇 사건들은 그 상자를 본 직후 일어났고 일정 시점 이후로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난 아직도 그 일들에 대해 확신을 내릴수가 없다.

 

 

 

 

 

 

 

그일이 있고 난 직후 곧 하루하루를 긴장과 약간의 불안에 살아야 하는 군대 생활때문인지 당연하게도 그 일은

 

잊어버리게 되었고 곧 있는 공용화기 집체 교육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군대 다녀온 분들은 알것이다. 그것이 나같은 박격포 포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측정시 꼴등하면 포수 영창. 상위권이면 휴가.

 

 

강도높은 훈련이 계속되었고 일과 시간이 지나도 활동복을 입고 막사 뒤에서 분대원들과 조포 훈련을

 

하곤 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던것이 내가 데리고 있던 분대원들은 나름대로 중대에서 자기들 계급대비

 

빠릿빠릿하다고 알아주던 놈들이었고 또 동작도 빠른 녀석들이라 갈굼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시간을 단축할수 있을까 라는 의견을 나눌 정도로 손발이 잘 맞추어져 있었다.

 

우린 언제나 훈련끝나면 간단하게나마 음료수라도 나눠먹곤 했는데

 

그날도 음료수 사다가 중대 막사 뒤에서 마시면서 담배를 나눠피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1탄약수였던 일병이 어 뭐야 하면서 발로 끄적거리던 물체를 주웠고

 

그건 깨진 금복주 병조가리였다. 애들은 "고대유적 발굴했다"며 끼득거렸지만

 

(금복주 병은 양각으로 금 복 주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구분하기 쉽다.)

 

순간 자재창고에서 보았던 그 상자가 불현듯 떠올랐다.

 

 

남의 비밀일기장을 들춰보았던것 같은 묘한 쾌감.

 

묘한 색감의 두번 다시 볼수 없는 오래된 코니카 사진...

 

공포, 불안, 초조.. 온갖 감정이 뒤섞인 표정의 훈련생들과 그들위에 완벽하게 군림하고 있던 조교..

 

 

그후 작업이 있을때나 지나다닐때 이미 파뭍혀져서 평탄화 작업까지 된 그 소각구덩이 자리를

 

유심히 보곤 했다. 혹시 덜 타서 저안에 뭍혀있지 않을까.......해서 말이다..

 

 

공용화기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마치게 되었고..

 

분대 외박을 나갔다 오게 되었다.

 

그 다음주 수요일 전투체육 시간에는 특별히 마음의 편지 시간을 갖기로 한다는 중대 방침에..

 

잠이나 자려고 계획중이었다.

 

(마음의 편지란.. 군대에서 계급막론하고 편지를 쓸 상대를 정해서 서로 낭독해주고

 

간단한 다과회를 하는 일종의 장병 친목 도모 행사라고 보면 될것이다.)

 

때마침 일병 하나가 큰 실수를 저질러 나를 포함한 병장들의 묵인하에 상병왕고가

 

개갈굼을 할 계획이었고 역시나. 참 매서웠던 그 후임 상병의 독설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모포에 비스듬히 누워 간간히 갈굼에 추임새를 넣던 나는 곧 반대편 침상에 낯선 얼굴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군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이었기에 "신병왔나? 언제 왔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주로 보병중대에서는 타소대 신병이 와도 일단 포반에서 대기한다.)

 

 

 

"야 * 너 몇소대야."

 

"야 *야. 너 몇소대냐고 관등성명!"

 

 

낯선 얼굴은 보통 체격의.... 그저 보통 우리또래 병사였다.. 너무나 평범하게 생겼고 어디에나 있을법한 그런 인물.

 

곧 그 사람은 나와 같은 자세를 취하며 모포에 기대 누워서 살짝 웃는 얼굴로 나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곧 나는 * 소새끼 하던 상병왕고의 목소리와 막사 뒤에 위치한 수송부의 엔진소리가 내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완벽한 진공상태 같았다.

 

내 바로 옆에 누워있던 전역대기하는 고참을 건드리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 이게 가위눌리는건가.... 야 ㅇㅇ야.. 야 이 씹쌔끼야 내말 안들려 나좀 깨우라구....!!!"

 

 

입도 벌어지지 않았고 내 목소리는 머릿속을 공명하는듯 했다.

 

나와 같은 자세로 누워 나를 쳐다보던 그 병사.... 우습지만.. 난 아직도 그가 민무늬 전투복인지 얼룩무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간부잠바를 입고 있었다는건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주 부드럽고 평온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 눈만은 나를 곧장 응시하고 있었다.

 

정말 무서웠다..

 

제발 몸이 움직여지기를 빌었고 소리치고 싶고 울고 싶었지만 나는 온몸이 굳은채 감정만 살아있었다.

 

"이러다 홀려서 죽는구나..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남자는 아주 가뿐하게 일어서서 침상을 내려왔고 바로 내앞에서서 예의 그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눈동자가 매우 검었다. 검다기 보다는 칠흙같다고 해야하나.....

 

아니다 부드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무시하는듯한... 멸시하는듯한... 동정하는 듯한....

 

 

남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으로 슬며시 나가 버렸는데..

 

걷는 모습이 비정상적으로 가벼웠고.. 빨랐다.

 

 

 

 

 

 

 

 

 

"정ㅇㅇ님... 포반장님이 빨리 오시랍니다. 정ㅇㅇ병장님....."

 

난 그자리에서 자고 있었고 시계를 보니 5시15분이었다.. 2시30분에 마음의 편지를 시작했으니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건가....

 

 

불쾌했다. 아주 몹시 불쾌하고 찝찝한 느낌이었다.

 

너무나 비이상 적이었지만 내 두눈으로 보았기에....... 현기증이 나고 토할것 같았다.

 

정말 정신적으로 굉장히 이상했다.(내 짧은 글로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그 마지막 걸어나가던 그 몸동작.. 분명히 걷는것을 보았지만 굉장히 비현실적이었고..

 

그래. . 사람이 걷는 모습이 아니었다..적어도 난 그렇게 느낀다..

 

마치 개나 말이 뛸때 그 사족보행 동물 특유의 발걸음같은...

 

분명히 그랬다.

 

 

전역대기중인 고참에게 반대편에 간부왔다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고참은 "군대에 너무오래 있었더니 다 미쳐가는구나...

 

빨리 나가야지...불쌍한놈" 하면서 날 발로 슬쩍 밀어버린다.

 

애들에게 더이상 물어보았다가 정말 * 취급받을것 같아 그만 두었다.

 

하지만 내가 겪을 기이한 일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것을 알게되는것은 그리 늦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윤계상을 조금 닮았던 그 존재가.. 그 사진속의 중사였던지 아니면 죽어버린 훈련생이었던지.....

 

아니면 그냥 나의망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날의 목을 죄어오는듯한 공포는 내가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한다.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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