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지금껏 반신반의 해왔던 거고, 영혼이야 있으면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지금의 우리 생이 끝은 아니라는 생
각에 좋을 것이다라고만 생각해 왔지, 무섭다라는 생각은 그리 해오지
않았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하하... 영화 주인공들 X 빠지게 도망가는 이유. 이해
하겠더라고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제 4년은 지나버린 이야기입니다.
하늘은 우중충한데 비는 안 오고 바람만 불어대던 그날...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던지라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고 다시 회사인
경북으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죠.
혹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경북의 산간지방을 이동하다 보면 네비게
이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산 넘고 산 돌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이동하는 도중 다른 차량 찾기도
제법 힘든 곳이죠.
뭐 어찌되었건 새벽에도 야근을 종종 했었던 저는 야간운전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혼자도 아닌 와이프와의 동행이었으니 길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뿐 심령현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죠.
다만, 저는 가족들 사이에서 길치라고 소문 날 정도로 지리를 잘 외우지 못하는 편인데
혹시 길을 잃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지요.
너무 신중하게 이동하였던 탓일까요.?
원래대로였다면 갈림길이라던가 민가라던가 보였어야 했는데 주위에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이나 차량 같은 그런 것들 말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서울에서 살고 계신 분들은 강원,경북의 산악지역이 얼마나
인적이 뜸한지 상상이 안 가실텐데요.
인적이 없는 곳은 고립된 기분이 들 정도로 사람이 없습니다.
어쨋건 표지판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대략 50km를 전진하니 표지판이 하나
보이더군요.
저는 결국 형의 도움을 받고자 전화를 했고, 형은 제 위치를 확인한 후 지도나 컴퓨터를
살펴 본 후에 알려주겠다며 잠시 후에 전화
하라고 하였습니다.
주행차량이 거의 없었던지라 저는 갓길에 세우고 시동을 껐습니다.
아무도 없는 밤길은 은근히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아무도 없다는 것이
세속에 대한 해방감을 주는것 같더군요.
왠지 이 여유를 놓치고 싶지 않아 저는 와이프를 차에 태워둔채 혼자 차에서 내렸습니다.
5시간 이상의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몸이 찌뿌둥 하기도 하여 약간의 맨손체조를 한 후 음산한 느낌을
주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건조한 바람을 만끽했습니다. 그 때 피었던 담배맛은 꿀맛이었죠.
사방을 둘러보니 어디에도 민가는 보이지 않고 도로만 뻗어있습니다. 하긴, 정차해놓은 이곳까지 10km 동안
민가는 한채도 없었습니다. 이곳은 저처럼 길 잃은 차량을 빼고는 오지 않을 법한 그런 고요한 곳이었죠.
한창 울리던 음악소리도 이제는 피로에 지쳐 소음으로 느껴졌고 형에게서 전화가 오기 전 풀벌레 소리라도
들을 양 모두 껐습니다.
오디오도 끈 김에 완벽히 자연으로 돌아가볼까?하는 기대심에 헤드라이트 마저도 꺼버리자
주위는 짙은 어둠이 감싸안았습니다. 창문까지 모두 닫고 차문을 닫은 후에 저는 시트를 뒤로 제치며 말했습니다.
"이야... 정말 조용하다. 이런데서 살면 좋겠다. ADSL만 들어오면 말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낸 저였지만
제 이야기는 안중에 없는 듯이 와이프는 바깥을 쳐다보며 엉뚱한 소리를 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니.. 그냥 여기 살았으면..."
"아니 그게 아니라 방금 낸 소리 말야..."
'이 사람이 나랑 무슨 장난을 치자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어 와이프를 쳐다보았는데 와이프가 저를 보고 싱긋이 웃습니다.
'장난친거구나.쯧. 재미도 없는 장난을...'
헌데 와이프가 다시 저에게 물어봅니다.
"지금 소리 어떻게 된거냐고..?"
와이프는 마치 휘파람 소리를 어떻게 내냐고 물어보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담은 눈으로 저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무슨 소리라도 들리나.?'
그제서야 저도 와이프가 묻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기 위해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자 차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가 아주 멀리서 "캬아아아아아~~~~"(캬의 악센트는 강하고 점점 약해지는 그러니까 숨소리와
비슷한 소리였습니다. 공포영화 같은 곳에 보면 나오는 그런 소리 아시죠.?) 하며 겁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만,
저는 와이프를 의심했습니다.
복화술을 떠올린것이죠. 입은 움직이지 않고 혀안으로 뭔가 그런소리를 와이프가 낸가보구나. 라면서...
'재주도 좋다.'
근데 와이프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또 물어봅니다.
"어떻게 낸소리야..?"
갑자기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거 미치겠네. 네가 낸게 아니란 말야?'
순식간에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죠.
그런데 더 미치겠는것은 아까부터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가 점점 분명해져가고 있던 것입니다.
저희는 서로를 의심하면서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죠.
그 때 갑자기 운전석과 조수석의 중앙에서 강렬하게 소리가 들렸습니다.
"캬아아아아아~~~~~~"
그것은 마치 제 귓가에 속삭이는것도 같았습니다.
머리털이 쭈뼛거리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저는 더 이상 와이프에게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무작정 자동차키로 손이 뻗쳐 나갔고 Auto 기어를 힘있게 내리고 악셀레이터를 밟아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D에 놓은것도 아니고 제일 밑에 있는 2단에 넣고 달렸습니다.)
와이프는 이빨을 '딱딱' 부딪힐정도로 떨고 있었습니다만, 그 순간에 제가 와이프를 달래줄 처지는 못되었습니다.
그렇게 소심한 편도 아닌데 정말 겁이 났습니다. 그때 시계를 보았는데 맙소사 정확하게 자정이었습니다.
제 시계가 1~2분 느린편이니 저 소리가 들렸을때쯤이면 정확하게 자정이었다는 이야기였죠.
저는 그때부터 군가를 부르기도 했고 괴이한 소리를 내었던 그 무언가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옆에 있는 와이프는 제발 귀신 욕하지 마라면서 만류하더군요.
그리고 2시간 후 몽롱한 기분으로 결국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입니다. 무슨 사연이 있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친척들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었을때도 뭔가 잘못들었겠지.
혹은 기가 허해졌나보구나. 착각이었겠지. 라는 이야기를 하며 믿지 않더군요.
하지만 적어도 저와 와이프는 지금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창밖에서 들리던 소리가 갑작스레 차 안 저와 와이프 사이에서 들렸던 그 날을...
그리고, 무심결에 보고만 12:00라는 시간이 그냥 흘려보낼 경험담은 아니라는 것을 저에게 알려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