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군대에서...

청염우 작성일 08.07.17 22: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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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번 글들에 보여주신 반응들 감사합니다 ㅠㅠ

 

음... 솔직히 들은 이야기나 제가 그후 겪은 이야기는... 첫번째 이야기 만한게 없긴 한데...

 

그래도 혹 즐겁게(?)감상하실 분들 계실까 해서... 조금씩 풀어보렵니다^^; 욕하지 말고 그냥 보고 넘겨주시길...

 

이번 이야기는 군대에서 있었던건데요.. 제가 직접 본건 아니고... 같이 있던 후임병이야기인데... 일단 써보겠습니다.

 

 

 

전 군복무를 강원도 동부전선 철책근무(g.o.p) 근무를 했습니다. 서부는 거의 평지인데...동부쪽은 산쪽이 많지요...

 

산 중턱에 철책을 만들어놓구서 근무지를 세우고 거기서 근무를 하는...

 

그때는 겨울이였습니다. 겨울... 정말 군대에서 제일 싫은 계절이지요. 다행히 근무지에는 난로를 놔줬는데..

 

저희 부대는 근무지 난로를 두가지로 놨습니다. 첫번째는

 

밤에만 근무를 서는 근무지에 놓는 기름난로. 키고 끄기 쉽게 기름난로를 놓았구요...

 

하루 종일 서는 근무지는 연료값 적게드는 연탄난로를 놨었습니다. 어차피 하루종일 근무서는 곳이니 붙였다 껐다를

 

않해도 되니까요...^^

 

그날은 후반야 근무였습니다. 12시를 기점으로 전반야, 후반야로 나눠서 근무를 투입합니다.밤새 종일 근무를 하는건

 

아니지요. 밥 12시가 넘어서... 그 연탄난로를 떼우는... 하루종일 서는 근무지로 투입을 했지요.

 

후임병과 함께 근무지에 투입하고... 전반야 근무자들하고 잠깐노가리좀 까고 전반야근무자들 다른 초소에서 오는

 

인간들하고 합류해서 들어가려다 한마디 하더군요.

 

"아 맞다. 김xx병장님. 그거 난로 꺼질거 같던데 말입니다."

 

이놈들이... 어쩌다 보니 전반야 근무자들이 둘다 짬좀 있는놈들인지라... 갈아 놔야 했던 연탄을 그냥 놔두고

 

간것입니다 ㅡㅡ; 제 조원이 짬이 안되는지라... 그냥 떠넘기려 한것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난로 뚜껑을 열어보니... 불이 막 사그러 들고 있는중이더군요.

 

가만히~ 조원 얼굴을 쳐다보니 뭐씹은 표정입니다. 하기사 그럴만도 한게...연탄이 어딨었냐면...

 

연탄 갈으려고 소초(막사)까지 다시 돌아갈수는 없는것이지요 그것도 야밤에...

 

그래서 겨울시작할때 근무지 근처에 보관할만한 장소에 연탄을 미리 때려넣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하나 하나 꺼내 쓰지요

 

그날 제가 들어간 근무지는... 뒤쪽에 예~전에 중대 op (행정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로 쓰였던 벙커가 있었습니다.

 

네 바로 거기에다 연탄을 놨던것이지요 대충 어떤구조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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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옆으로 돌아가는길이... 실력상 짧게 보이지만 약간 긴편입니다.지금 기억으로... 한...100미터정도??

 

그리고 높이도 꽤나 차이가 나서 초소나 벙커 양쪽에서는 양쪽건물이 서로 안보일정도랍니다...

 

어쨌거나 한밤중이고 갖으러 가는길도 귀찮고...겨울이라 춥기까지 하니 이놈들이 그냥 제 조원한테 떠맡긴거죠 ㅡㅡ;

 

사실 근본을 따지자면... 낮에 근무자들이 두세개 여유있게 연탄통에 담아 놨어야 하는건데 이것들이 깜빡한것이지요

 

열좀받았지만..뭐 푸닥거리 하는건 근무 끝나고 한다 쳐도... 어쨌거나 이넘의 난로 꺼지면 추운것도 추운거지만... 다시

 

불붙이려면 별별 쌩쇼를 해야 하기에 조원한테 떠맡길수 밖에 없었습니다.

 

"ㅇㅇ야 가서 연탄좀 갖고와라."

 

"연탄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초 고참이 시키니... 어쩔수 없이 대답을 하지만 정말 가기싫다 이말이 얼굴에 쓰여있더군요. 하지만 그럴만 하기에...

 

그냥 쓴웃음지고 넘어갈수 밖에없었습니다.

 

사실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걷는것도 꺼려질 만한데... 저놈의 벙커(연탄보관소)라는곳이 전등은 물론없고

 

시멘트로 만들어진 데라서 낮에도 컴컴한 곳이거든요. 솔직히 제맘같아서는 제가 가고 싶었습니다만...

 

부소초장이 좀 깐깐해서 근무 교대 하고나면 초소에 연락해서 조장이 꼭 연락을 받게 하는지라...(잘까봐요 ㅡㅡ;)

 

게다가 제 맘한구석에 약간 걸린것이... 저놈의 벙커에...음침한 곳이면 꼭 있기마련인 그런 소문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저기서 여자가 자살을 해서... 가끔 그 혼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별로 신경을 안썼지요. 무슨놈의 비무장지대에...그것도... 아무리 핫바리 군대라지만

 

철책 바로 뒤에 있는 초(?)군사 경계지역에서 여자가 자살을 하겠습니까..? 

 

어쨌거나 이놈은 그 소문을 아는지 모르는지 쭈뼛쭈뼛 나가려고 합니다. 좀 안돼보이길래... 나름 선심을 썼습니다.

 

"야 총은 두고나가 연탄통무게만 해도 꽤 나갈껀데... 그냥 모른척할테니까 총은 옆에 두고 가라."

 

"네 알겠습니다."

 

하고는 터벅 터벅 올라가더군요.

 

문열고 올라가는걸 잠시 쳐다보던 저는 바로 소대로 통신연결해서 소초에서 상황보던 동기하고 노가리를 까기 시작했지요

 

오늘낮 근무자가 누구니... 아까 전반야 놈들 내일 나 들어갈때 뒤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하느니...

 

그렇게 둘이서 잠깐 노가리를 까고 있는데... 무언가

 

-타다다닥!!!-

 

하고 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소리인가 하고 초소 문을 열어보려는데 문이 쾅! 열리더니

 

그놈이 후다닥 들어와서는 세워 놨던 총을 움켜지고는 벌벌벌 떠는것입니다.

 

"얌마 무슨일이야. 왜그래???"

 

한참을 총을 껴안고는 단힌 초소문을 노려보던 놈이 절보고 더듬 더듬 말을 겁니다

 

"김xx병장님... 장난...장난친거 아니지 말...입니다...?"

 

이게 무슨 헛소린가 생각이 들다가 문득 떠돌던 그 소문이 생각이 났습니다.

 

일단 문을 열고 밖을 보려고 했더니 이놈이 매달려서 놓지를 않더군요.

 

"아...안됩니다! 문...문열면..."

 

일단 무시하고 문을 열어 밖을보니... 역시나 아무것도 없더군요.

 

"야 ㅇㅇ야 밖에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진정좀하고. 겨울에 뭔땀을 이리 흘려. 뭔일이야 말해봐."

 

한참을 벌벌떨던놈이 떠듬 떠듬 말을 시작하더군요.

 

 

 

이놈이 그날따라 환한 보름달 달빛에 의지해서 터덜터덜 걸어서 벙커 문을 열고 들어갔답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문이 쾅! 하고 닫히더랍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쪽 동네에서는 항상겪는거라... (강원도 산골 바람이 무지막지

 

하답니다. 겨울에는 안들어가는 근무지는 아예 문짝을 다 뜯어서 쌓아놓을 정돕니다. 안그러면 바람에 쿵쾅쿵쾅

 

여닫히다가 뿌셔져버리거든요 ㅡㅡ;)

 

손전등에 의지해서 주섬주섬 연탄을 연탄통에 넣고서는 뒤를 돌았답니다.그런데...

 

그쪽 동네... 솔직히 산꼭대기 초소에 얼마나 정교한 문을 만들어놨겠습니까. 그것도 옛날 쓰다 버린 벙커에...

 

그냥 대충 문 시늉으로 만든... 그 옛날 화장실 나무문같은거 있잖아요 밑에 딱 막힌게 아닌 좀 붕 떠있는문.

 

그 문도 밑에서 약 20쎈치 정도 떠있는 나무문이였는데... 그 문 밑으로 사람 맨발이 달빛에 비춰서 보이더랍니다.

 

순간...(그 추운겨울에 말도 안되지만 ㅡㅡ;) 제가 자기 놀리려고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제가 평소에

 

후임병들한테 장난을 잘 치는 편이였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지가 문을 확열어서 날 놀리려고..(듣다보니 이놈이...ㅡㅡ;)

 

문쪽으로 살금 살금 다가갔답니다. 그런데... 문틈으로 보이는...그 달빛에 비춰지는 맨발이...점점 가까워지면서 보니

 

붉은 피가 흐르고 있더랍니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서 얼어있는데 갑자기 문이 다시 -쾅!- 하고 열리더랍니다.

 

물론... 보이는 문 밖에는 아무도 없구요.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와서 보니... 주위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더랍니다.

 

아연실색해서 서있는데 순간 뒤에서...

 

"너도... 나쁜놈이니...?"

 

하는 가냘프면서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그래서... 연탄통이고 손전등이고 다 던져버리고 미.친듯이 달려서 초소까지 왔다더군요...

 

순간 이놈...뺑끼부리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워낙에 애 상태가 안좋은 상태라서 일단 연탄문제도 있고...

 

제가 확인을 하러 올라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죽어도 혼자는 못있겠다고 떨어지지를 않더군요.

 

어쩔수 없이 상황병동기한테 말해서 잠깐 초소좀 비운다고 하고서는 벙커로 같이 올라갔지요.

 

뭐 당연한거겠지만... 귀신이 그때까지 남아있을리도 없고... 민간인이 있을리도 없고... 여자는 당연히 없지요 ㅡㅡ;

 

올라가서 놈이 떨어트려 깨진 연탄과 손전등을 주섬주섬 주우면서...

 

"임마 너 요즘 몸이 허한가보다 헛것도 보이고 환청까지 들리는걸보니.." 라고 말을 하는순간 제 눈에 들어오는게 있었습니다

 

문앞에... 연탄이 왔다갔다 하느라 떨어진 까만 연탄가루 위로 선명히 찍혀있는 딱 봐도 여자발바닥 크기의 맨발 자국이요...

 

 

 

 

결국 그놈... 확인사살까지 당한터라 충격이 커서 근무는 못나가고...

 

제가 전역할때까지 전방에서 취사병 보조로 생활을 했습니다. 솔직히... 군대에서 그것도 전방쪽에서 정신적 문제로

 

전출 같은거 쉽지 않거든요. 그냥 소초장(소대장) 부소초장이 대충 입맞추고서는 소초 취사보조로 돌렸지요.

 

물론... 그 일이후에는 낮에 무슨일이있어도 연탄을 미리 갔다놨기에... 한밤중에 그 벙커에 들어가는놈이 없어서인지

 

그런일은 안생겼구요... 저 밑에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같은경우 사람이 공포로 질리면 더 그런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소초장하고 부소초장하고 설득해설랑 그놈하고 저... 이렇게 넷이서 조용히 넘겨서 다른사람들은

 

잘 모르고 넘어가기도 했지만서도요... 모르는게 약인가봅니다 ㅡㅡ;

 

 

 

 

 

ps. 지난번 제천 어디냐고 물으시는 분이 있던데... 제가 워낙 오래되서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그 제천에 탁사장(?)맞나요?

 

그동네에서는 좀 유명한물놀이 장소 같던데... 그 탁사장 윗쪽으로 흐르는 계곡 이였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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