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에서 새벽 늦게까지 공부 하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작은 손가방에서 진동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아 가방을 열어보니 누군가 제게 전화를 했더군요
액정에 뜨는 전화번호는 전-혀 모르는 것이었습니다만 죄진것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았습니다.
"네 여보세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화기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공기까지 찬 새벽이라 그런지 목소리까지 무겁더군요 하하 겨울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장난전화인가'
겁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그때 제게 그 전화는 공포를 느낄만한 그런것이 되질 못했습니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집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었죠
좁은 골목길을 지나 큰길로 나오자 멀리 보이는 것이 붕어빵을 파는 노점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귀마개를 한 아저씨께서 붕어빵을 만들고 전 이제 막 만든 붕어빵을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곤 하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왠 여자가 붕어빵 노점 앞에서 멀뚱멀뚱 서 있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안경을 쓰는 제게는 (안경을 써도 0.3 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지요 큰길이라 가로등도 있고 간간히 차도 지나가는 데 왜 얼굴이 보이지 않았을까요?
음.. 네 맞습니다 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그때 분명 이상하게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술이라도 마셨나..'
평소에 차가 있건 없건 시간이 늦었건 아니건 무단행단은 절대로 하지 않는 저는 초록불이 들어올 때 까지 기다렸습니다
물론 그 여자를 보면서요,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은 실례라는 것을 알기에 힐끔힐끔 쳐다봤습니다
그때 전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사람은 몸에 혈관이 있고 혈관을 따라 혈액이 이동하며 그로인해 근육은 움직일 수 있습니다
팔을 들어올려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조금씩 움직이지요
그것이 당연한겁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움직이질 않습니다
게다가 춥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제 입에서는 입김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숨도 쉬질 않는 것 같습니다.
'...뭐야..'
등 가운데가 저리는 느낌에 뒷통수가 얼얼합니다
분명히 이것은 '위험하다' 라는 신호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겁쟁이가 아닙니다
초록불이 떨어졌고 전 오른발을 내딛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위험을, 그 경고를 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횡단보도를 반쯤 건넜을까요 그 여자가 제쪽으로 걷습니다 전 안심했습니다
'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 여자가 제 옆을 지나치려고 합니다
그 순간 등 가운데에 저리는 느낌과 위험의 신호는 사라졌습니다
편안 마음- 10분만 가면 집입니다.
기지개를 펴며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그 순간,
"기다리고 있었어 왜 전화를 안받아?"
사고가 정지됩니다
아니 사고뿐만이 아니라 온몸에 근육까지 정지합니다 새벽의 찬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은 것 같습니다
감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추위가 아닌 공포로 다리가 사정없이 떨립니다
"왜 안받냐고!"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전신을 때립니다
그 순간 느낍니다
'죽었구나'
세상에 태어나 이런 공포를 느낀 적이 없습니다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공간에 전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어느새 신호는 빨간불이 되어있고 자동차는 크락션을 울립니다
뒤를 돌아보자 여자가 보입니다
"야 이 *아 술을 맥였으면 책임을 져야지 도망을 가? 전화는 왜 안받냐고!"
..........아 *..
전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이런 분노를 느낀 적이 없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