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때여서 기억은 잘 안납니다...
단지 말도 할줄 알고 걸을줄도 알고 욕심도 낼줄알고 뭐 이정도였던걸로 기억해서...
아마 초등학교 3,4학년 이었던것같네요...
어느 늦은 밤 제가 필요로 해서인지 어머니께서 필요로해서인지 무언가를 사게 되었는데...
제가 가겠다고 했던것같습니다. 아마 어린 나이에 밤에 혼자 심부름을 해서 칭찬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아... 이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아파트 구조를 설명해야겠군요...
특별히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양쪽 대칭형에 중간에 계단과 엘레베이터가 있고 한쪽 복도 끝에는 비상계단이 있었죠.
참고로 아파트는 한층에 한 8개 정도 집이 있었던거 같네요...(요즘에 2개인 곳도 많아서... 참고삼아)
이 아파트의 비상계단이 독특한건진 몰라도 그때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게 만들어졌네요. 비상계단이 아파트 끝자락에 있는데 특별히 벽으로 막혀 있지않고
그냥 그 뭐라고해야하나.... 안전망? 뭐 그런거 있잖아요... 위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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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런식으로 되어있는거... 비상계단 내려갈때 밖이 훤히 보이죠...(계단은 콘크리트입니다.)
설명은 여기까지로하고...
그래서 돈을 챙겨들고 슈퍼로 가게되었죠... 아파트 내에 슈퍼가있어서 걸어가면 2분조차 안걸렸던걸로 기억합니다.
막상 가려니깐 엘레베이터는.... 밤에 혼자 타기 무섭잖아요...
그렇다고 중앙계단쪽으로 내려가자니... 불이 번쩍번쩍 켜지긴하지만... 켜기위해 한발자국 내딛는게...
보통 강심장을 요하는일이아니었습니다...
결국 전 밖을 보면서 걸으면 좀 덜 무서우리라 판단해서인지... 비상계단쪽으로 가기로했습니다...
다행이도 5층에 살았기 때문에 금방 내려가리라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제 착각이었습니다.
그건... 계단이 내려가려면 한번씩 왔다갔다 내려가야하기때문에... 어둠의코스를 한번 지나쳐야하는거죠...
(상상이 잘 안되는 분들은 간단하게 한번은 불도 안켜지는 어두컴컴한 계단을 내려간다고 생각하시고
한번은 밖이 보이는 계단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실제로 이런 구조니깐요.)
하지만 어둠의 코스는 불도 켜지지 않기에 어린나이에 지나가기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전 편법을 쓰기로 했죠. 바로... 뒤에 달리 모자를 좀 짧지만 앞으로 당겨서 얼굴을 가리는 것이죠.
일단 얼굴을 가리면 어린나이여서 그런지 무서운게 없었죠
계단이 보이지 않으니 조심조심내려가고 밖이 보이면 재빠르게 내려갔죠.
그러게 한두번 내려가고있는데... 왠지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것 같았습니다.
단순하게 누군가 내려온다고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그냥 내려오느거라면... 굳이 발소리를
감출 필요도 없고 굳이 제뒤에서 갈 이유는 더더욱없죠...
전 무서웠습니다. ㄷㄷㄷ 떨었죠.
하지만 이미 내려온거 올라가긴 더 무서웠던겁니다.
뒤에서 누군가 절 지켜보고있는것 같았지만...
꾹 참고 내려갔습니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슈퍼까지 가서 물건을 사고...
(용케 물건을 샀더라구요.)
그리고 계단은 무서워져서 안전빵 엘레베이터를 그냥 타기로하고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나름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왔던거죠
이 당시엔 나름 뿌듯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밤에 혼자 당당하게 심부름을 다녀왔다는 그런거죠...
그리고 거실에 앉아있는데...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시는겁니다...
어머니:ㅋㅋㅋ 모자 뒤짚어쓰고 잘가더라.
...... 뭐 이런이야기죠....
역시 밤에 혼자보내는게 걱정되었던 어머니는 절 미행하셨던거고...
전 덕분에 덜덜 떨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드렸던겁니다.
끄읏.
뭐 이건 여담이지만...
어릴땐 어두컴컴한 밤이 무서웠지만
커갈수록 어두컴컴한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더 무서워지는건 저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