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왕비가 친엄마였다고?
아동용 각색판과 원전 사이의 괴리는 서구 동화도 만만치 않다. 그림(grimm) 동화 원전에서의 '백설공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라는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백설공주의 결혼식에 온 계모에게 불로 달군 쇠 구두를 신겨 죽을 때까지 춤을 추도록 한다는 얘기가 결말이다.
'신데렐라'에서 두 언니는 주인공이 떨어뜨린 신발을 억지로 신기 위해 발가락과 뒤꿈치를 칼로 잘라낸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마지막 장면에서 비둘기들이 나타나 두 사람의 양쪽 눈을 파먹는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주인공 남매는 마녀를 떠밀어 오븐 속에서 타 죽게 한다. '노간주나무'라는 동화에서는 계모가 전처의 자식을 죽여 수프로 만든 뒤 남편에게 먹이는 장면까지 나온다.
각색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래 이야기에 깃든 잔인한 요소가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안데르센 동화 '빨간 구두'는 신기만 하면 춤을 추게 되는 구두가 벗겨지지 않아 발목을 잘라낸다는 이야기다. 페로 동화 '푸른 수염'은 아예 연쇄살인마가 주인공이다.
19세기 그림 형제의 원전 자체가 이미 상당 부분 각색된 판본이라는 주장도 있다. 1998년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키류 미사오(桐生操)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 동화'는 ▲그림 동화 초판에서 백설공주와 헨젤·그레텔의 엄마는 사실 친어머니였지만 나중에 계모로 바뀌었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물레에 손가락을 찔리는 부분은 성 경험을 상징하는 것이며 ▲'빨간 모자'는 원래 소녀가 늑대에게 잡혀먹히는 데서 끝난다고 지적했다.
◆"전래동화는 원래 어른들의 이야기"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지금의 '동화'들은 구전 민담으로사 18세기까지 어른들의 문화였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과거에는 성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태도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생겨났다"고 했다.
곽신숙 삼성어린이박물관 운영과장은 "유아들은 들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때문에 정서에 큰 영향을 *다"며 "부모들이 동화책을 읽어 줄 때 문맥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런 내용들을 건너뛰거나 바꿔 읽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동화작가 임정진씨는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면서도 나름대로 걸러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유아용 책 정도는 그대로 들려 줘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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