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솜씨도 별로고 가위 눌림도 사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심심한 정도입니다만
새벽에 좀 심심해서 하나 적어볼게요.
2004년 쯤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 군대 제대하고 수능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위 눌림을 당한 게 한가함이 묻어나는 토요일 오전 10시경이었네요.
당시에 제 방은 창문이 없었습니다.
방문도 미닫이로 창문같이 생겼었죠. 흡사 골방처럼...어떻게 거기서 살았는지...
아무튼 딱 보면 들어가고 싶지 않게 생겼었습니다.
토요일이고 해서 조금 늦게 일어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뭔가 신호가 오더군요.
뭐랄까...가위눌리기 전에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 있더라고요.
왼쪽으로 돌아누워 있었는데 힘을 주면 팍...하고 풀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마음에 가만히 있었죠.
게다가 창문같이 생긴 방 안으로 거실에서 비치는 빛이 들어와 조금 어두컴컴한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다지 공포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몸만 움직일 수 없었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렇게 조금 있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똑바로 누워있더군요.
몸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막 눈을 떠서 그런지 눈 앞이 뿌옇게 보였습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는데 발 밑이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눈을 깜빡거리면서 초점을 맞추는데 발 밑에 뭔가가 서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얀 옷을 입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였습니다.
아...가위에 눌리면 이런 게 보인다더니 역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 자세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실에서는 티비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웃는 소리도 들렸고요.
몇 분 후에도 여자는 계속 그 자세를 유지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공간에 저런 형체가 같이 있다는 것에 조금씩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다시 잠이 들면 괜찮겠지 하고요.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처음처럼 왼쪽으로 돌아누워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어머니께서 주방을 왔다갔다 하는 게 보였습니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여전히 몸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 여자가 생각이 나서 눈을 밑으로 굴려 발 밑을 쳐다보니 여자가 온데간데 없더군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또 나타날까 두려운 마음에 새끼손가락 하나를 열심히 움직여 보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서서히 움직이면 가위가 풀린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려고 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움직임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눈을 굴려 최대한 뒷편을 바라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제대로 보일리는 없었지만
뭔가가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여자같았습니다.
제 등을 바라보고 나란히 누워있는 듯 했습니다.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고
꺼억꺼억하는 소리만 내뱉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가위를 풀기 위해 새끼손가락을 미.친듯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때 여자가 귀에다 대고 재밌다는 듯 나지막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한번 해봐.. 잘 안될껄?..."
그 소리에 온몸을 발광하듯 난리를 치며 일어나보려고 하다 끝내는 기절하듯 다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써 놓고 나니 정말 재미도 없고 길게만 썼네요.
이것도 자꾸 써봐야 느는건가...
아니면 재능이려나...
아무튼 다시 가위에 눌리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다시 겪고 싶지는 않네요.
써놓은 글은 무섭지 않지만 실제로는 꽤 무서웠거든요.
그럼 다음에 또 재밌는(?) 일 겪으면 올릴게요.
글솜씨 좀 늘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