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의 꿈... [네이트 판 펌]

님좀쩌신듯 작성일 09.09.21 23: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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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쯤이였나?

평소에 매우 건강한 체질이였던 난 이상하게 큰 몸살을 앓았다..

한 이틀 정도 앓았던가?

식욕도 뚝 떨어지고 침대에서 일어날 기력조차 없었다.

 

타지생활하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텅 빈 기숙사에

혼자 있다는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너무 두통이 심해서 침대에 들러붙어 잠들었다가 깼다가 하는 일만

반복되었다..

크게 앓았던 둘쨋날..

 

꿈을 꿨다..

 

06년도에 자살한 친구가 나온 꿈..

어릴 때부터 늘 같이 붙어다닌 친구였고 주말이면 항상 시내에서 함께 돌아다니던

제일 가까운 친구가.. 죽은지 2년만에 꿈에 등장했다..

 

어릴 적에 함께 놀았던 그 시내에서 팔짱을 끼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과거의 우리 모습이 아니라.. 지금 내 모습 그대로.. 그리고.. 살아있었으면.. 요 정도 변했겠다 싶을

친구의 모습으로..

얼마만인지.. 정말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꿈이 시작될 때 풍경은 이른 오후였고.. 꿈은 이미 땅거미가 내릴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은혜(나, 가명)야, 우리집 갈래?"

"에?? 니네 아빠 친구 데려오는거 엄청 싫어하시잖아..."

"괜찮아.. 나 아빠랑 같이 안살잖아.. 나 혼자 살아."

"그래?...갈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헤어지기 아쉬웠던 만큼.. 단번에 같이 가자고 대답을 내렸다.

(꿈에선.. 친구가 죽었다는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돌아다니던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땅거미가 져서 그런가? 길이 매우 어색하고 친구의 분위기도 달라진 느낌이였다.

뒤에서 쫄레쫄레 따라가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엄마 친구(이모)가 갑자기

내 팔을 휙 낚아채버렸다.

 

"은혜 너,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거 몰라? 빨리 안돌아가?"

 

이모가 대뜸 역정을 내는 것이다.

평소땐 늘 다정하기만 했던 이몬데.. 엄청 화난 목소리로 친구와 내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다.

뭐.. 사실.. 친구가 동네 평판이 안좋긴 했었다.

괜시리 억울해 진 나는 울면서 이모한테 대들었다.

 

"내가 친구랑 놀겠다는데 왜 그러세요? 그리고 저 어린애도 아니니깐 참견하지 마세요"

 

평소 같았으면 전혀 말 할 수 없었을 내 말투..

성격이 소극적이라 어른들이 시키면 거의 고분고분 따르고 뒤에서 욕하는 난데.. 꿈에선 악에 받힌 듯

내가 대들고 있었다.

 

"미정(가명)이 너.. 빨리 안가?어디서 은혜 꼬시려 들어! 천하의 몹쓸년"

"이모 내 친구한테 왜 그래요? 미정이가 뭘 잘못했는데요?"

"너 정신차리고 빨리 엄마한테 가. 이모한테 혼날래?"

 

정말어이없고 서글퍼서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그때 제 꿈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

 

"여..여보세요.."

'은혜야? 너 괜찮아?어디 아파?'

"엄마?... 나 아파.. 몸살인거 같은데.. 너무 힘들어.."

'엄마가 갈까? 응?'

"아냐.. 거리가 어딘데 와.. 땀 푹 흘렸으니 괜찮을꺼야."

 

엄마의 전화로 하여금 꿈에서 미정이랑 헤어졌죠..

땀 좀 흘렸겠다.. 몸이 조금 가벼워진 저는 간단히 인스턴트 죽이라도 먹을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죽을 통째로 냄비에 올려놓고 데우는 동안 (햇반 아시죠? 햇반에서 나온 죽들..)

멍하니 쇼파에 앉아있다가 뒷통수 맞은 것 처럼 아찔한 느낌과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모는.. 9년전에 돌아가셨거든요..

거기다가 제가 아프단 말도 안했는데 귀신같이 그 타이밍에 전화 했던 엄마..

 

부랴부랴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엄마.. 나 아픈거 어떻게 알았어?"

'아니 그냥.. 꿈자리도 사납고 경자(이모이름)가 너한테 빨리 전화하라고 어찌나 독촉하던지..'

"경자이모?.. 경자이모가 왜 나한테 전화하라고 했는데?"

'경자가 너 죽게생겼다고 빨리 전화하라고 하던데.. 너 많이 아파서 이모가 걱정되서 전화해봐라고

했나보다..'

"......"

 

차마.. 엄마한테 미정이가 꿈에서 절 데리고 가려고 했다는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너무 아프면 그리웠던 추억을 꿈으로 꾼다고도 하던데.. 우연치고 너무 절묘하지 않나요?

제가 중1때 돌아가신 이모라 얼굴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 분이 갑자기 나타나시다니..

 

뭐.. 요즘도 종종 꿈에서 미정이가 보이긴 합니다.

그때처럼 바짝 다가와 붙는게 아니라.. 그냥 먼 언저리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라지더라구요...

 

[네이트 판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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