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간접(?)체험한 일입니다.

하이바산 작성일 10.08.11 01: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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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짱공유눈팅은 정말 오래했지만 글은 처음 써봅니다.

 

우선 그림이나 각종 프로그램 다루는 재주가 없어서 걸레같은 그림은 죄송하구요 ㅠㅠ

 

군생활하다 겪은 일을 써볼까 합니다.

 

 

 

 

저는 위병소근무를 섰었습니다.

 

낮에는 영내출입차량 통제가 임무이고, 밤에는 거수자를 저지하는 것이 주임무였죠.

 

이해를 돕기위해서 제가 근무를 했었던 위병소그림을 붙입니다.

 

그림 위쪽이 사제, 즉 바깥세상이고 그림 아래쪽 중앙선이 부대로 들어가는 도로입니다.

 

야간근무자는 3명이었습니다.

 

낮에는 출입하는 차량이 있기때문에 세명이 모두가 각자 할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밤에는 출입하는 차량 및 인원이 거의 없기때문에 위병소안의 조장은 자는게 보통이고,

 

외곽근무자중 고참도 눈치껏 자고 막내는 늦은 시간에 입, 퇴영하는 간부가 있는지, 거수자가 있는지를

 

사주경계하다가 누군가 보이면 위병소안의 위병조장과 길건너에서 자고있는 고참을 깨워야 합니다.

 

작은 소리로 "XX병장님 누가 옵니다." 하고 깨우는게아니라.

 

고참들이 가르치던데로 상대방이 놀라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로 시작하는 수하로 위병소의 고참들을 깨워야하죠.

 

셋 다 자다가 간부나 순찰자한테 걸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세명다 하루종일 군장돌고 막내는 군장돌고 들어와서 갈굼과 구타를 당했었죠. 휴가를 잘리는 경우도 있었구요.

 

 

 

제가 일병을 갓 달았을 때입니다.

 

그날의 위병조장은 평소에는 정도 많고 착하지만 화가나면 모든것을 갈아엎어버릴 기세인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것'을 간혹 보기로 알려진 사람이었구요.

 

그날도 막내로 근무를 나가서 멀뚱멀뚱 하늘도 보고 여기저기 살피면서 간부나 사람이 없는지를 보고있엇죠.

 

2시간의 야간 근무동안 말동무를 해주는 고참도 있지만 그날 같이 외곽서는 고참은 서서 졸고있었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보니 어느순간 졸았나봅니다.

 

갑자기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야이 XX야. 졸고자빠졋냐. 수하안하냐?"

 

라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깼습니다.

 

위병소에 기대서 자고있었는데 조장이 문을 빼꼼히 열고 고개만 내밀고 저를 노려보고 있더군요.

 

속으로 '아 X됐다' 하면서 허겁지겁 수하를하려고 바리케이드 쪽을 보면서 야간 수하등 스위치로 손을 가져갔습니다.

 

근데 바리케이드 근처에 차량 불빛은 보이지 않길래 총을 집어들며 수하를 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수하를 할 대상이 없엇습니다. 뒤를 돌아봐도 나오는 사람도 없고 바리케이드 쪽에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근무중에 막내이면서 졸고있었던 제가 X된데는 변함이 없었기에

 

그때까지 위병소에 안들어가고 고개를 내밀고 있던 조장을쳐다봤습니다.

 

근데.

 

이 사람표정이 이상했습니다. 바리케이트쪽을 보면서 넋이 반쯤 나가있었습니다.

 

그런표정으로 계속 영외지역을 보더니 시선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누가 들어오고있고 그 사람을 계속 쳐다보는 듯한 시선이동이었습니다.

 

이상하다면 그 고참의 눈이 빠질것처럼 커져 있었다는 것 정도였지요.

 

그리고 시선의 이동이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또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길 건너에서 자고있던 외곽선임자에게 시선이 이동했습니다.

 

약 10여초간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놀란듯한 표정으로요.

 

그리고 갑자기 큰소리로 그 고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야! XX아!  야 김XX이!"

 

서서 졸면서 앞뒤로 흔들흔들대던 그 고참도 동작을 멈추고 놀라면서 위병소쪽의 조장을 쳐다봤습니다.

 

제가 다시 위병조장을 보니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것같기는한데 굉장히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초소주변을 나와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더니 갑자기 초소의 불을 다 켰습니다.

 

다른위병소도 그랬겟지만 야간근무시에 저희위병소는 일체의 불을 켜지않습니다.

 

순찰자가 위병소 안에 들어와서 일지를 확인하는 등의 불을 켤 일이 있으면,

 

위병소 내부의 커튼을 치고 빛이 나가지 않게 하고 내부의 불을 켰었지요.

 

불을 다 켜고 위병소안에 들어가더니 문도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근무가 끝날때까지 저와 외곽의 다른 고참은 초긴장 상태로 있었습니다.

 

중간에 그 외곽 고참이 '야, 너도 졸았냐' 라고 물어서 '예'라고 했더니 조용히 육두문자를 날리더군요.

 

전 두배로 X됐구나 하면서도 조장이 왜 그랬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져만 갔습니다.

 

 

 

 

근무시간이 끝나고 교대를 하는데 다음 근무조가 오자마자 조장은 총 챙겨서 바로 막사쪽으로 가는 겁니다.

 

저는 다음 근무자 막내에게 간단한 전달사항을 알리고 한참을 뛰어서 저만치 멀어진 조장과 합류했고,

 

막사로 돌아오는 20분정도의 시간동안 조장은 말한마디 없이 앞만보고 막사로 거의 뛰듯이 복귀했습니다.

 

당직근무자에게 복귀신고하고 총 거치시키고 내무실에서 환복하고 자기전에 담배가 피고싶었습니다.

 

보통은 조장에게 담배좀 피면 안되겠냐고 묻고 조장들도 OK해주는게 일상입니다.

 

성격 좋은 조장들은 먼저 담배피러가자고 막내들을 챙기기도 했구요.

 

이 조장도 보통은 후자의 경우인데 환복하고 그냥 저보고 따라오라고 하면서 정비실로 데리고 가더군요.

 

평소같으면 담배피러가는구나 햇을텐데 일을 벌여놨으니 맞으러 가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비실은 근무철수자들이 부식을 먹기도 하고 담배를 피기도 하지만,

 

근무중에 잘못을 한 후임들을 교육(?)하는 장소이기도 햇습니다.

 

 

 

 

그 고참은 한참 담배만 피우고 한마디도 안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약간은 불안해보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근무자들은 다 자러가고 위병소 근무자였던 3명만 남았습니다.

 

조장은 담배만 피우고 외곽근무자들은 눈깔고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는 모양새를 보고

 

다른 근무지 철수자들중에 고참들은 우리보고 뭐 잘못했냐고 한대씩 툭툭치기도 하다가,

 

모두 자러 들어가고 저희만 남았습니다.

 

죽을 맛이었습니다. 차라리 시원하게 때리던지 들어가서 자라고 하던지,

 

담배가 피고 싶어도 물어봤다가는 귓방맹이가 당연한 상황이기에 땅만 보고있는데

 

그 고참이 입을 열었습니다.

 

"니네 아까 아무것도 못봤지?"

 

화가나지도 않았고 그냥 무덤덤한 말투였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들고 고참을 쳐다봤습니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냥 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봤던 일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실은 자신도 위병소 안에서 졸고있었답니다.(사실 당연한 것이었죠 그때는...말년은 밤이건 낮이건 피곤하니까요ㅋ)

 

그러다가 슬쩍 눈이 떠져서 정면의 창문으로 밖을 봤는데 누군가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답니다. 걸어서요.

 

그래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밖으로 귀를 기울였는데 그 거수자가 바리케이트에 거의 다 와가는데도

 

아무소리도 안들려서 나가보니 제가 졸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절 깨운거죠

 

"야이 XX야. 졸고자빠졋냐. 수하안하냐?" 라고요.

 

그리고 제가 허겁지겁 깨서 수하를 하려는 걸보고 다시 그 거수자를 봤답니다.

 

근데 그대 뭔가 잘 못된걸 알아차렸답니다.

 

 

이동식 바리케이트가 1m가 조금 넘는 높이인데 그 바리케이트 근처에 다다른 거수자가 그보다 작았습니다.

 

민가가 약 700~800m 사이에 있긴 하지만 새벽 2시가 넘은시간은 애가 오기는 이상하니까요.

 

그래서 멍하니 보고있었답니다.

 

그리고 어슴푸레한 달빛에 형체가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는데.

 

머리를 어깨까지 기르고 흔히 '사과머리'라고 부르는 머리처럼 윗머리만 한갈래로 묶은 여자아이였답니다.

 

위가 민소매인 원피스를 입었는데 흰색바탕에 빨간색 땡땡이 무늬였고, 치마 길이가 무릎 바로 위정도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굴이 잘 안보였다고 합니다. 다른부분보다 유독 얼굴부분이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확실한건 입이 귀바로 밑까지 "찢어졌다"고 할 정도로 컸다고 합니다.

 

얼굴은 거기까지만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고참이 얼굴 다른부분이 안보인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되기도합니다;;

 

아무튼 그런 여자아이가 들어와서 저와 외곽선임사이쯤에 서더니 좌우를 두리번 거렸답니다.

 

그리고 제 반대편에 서서 졸고 있는 그 고참을 잠깐 보더니 쪼르르 뛰어가서 그 고참을 기어올라 등에 업혔답니다.

 

그리고 서서조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 고참이 앞뒤로 흔들릴때마다 등에 업힌 그 아이는 너무 좋다는 듯이

 

귀밑까지 찢어진 입을 미소지으며 즐거워했답니다.

 

입모양은 금방이라도 "헤헤헤" 하는 소리를 낼만큼 벌어져 있엇지만 소리는 나지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새 그 졸고있는 고참의 앞에는 비슷한 차림의 다른 꼬마가

 

쪼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그 고참의 얼굴쪽을 보면서 같이 웃엇는데 마찬가지로 웃을대 입이 귀밑까지벌어졌다고 합니다.

 

마치 '빨리 내려와 너 다음에 내가 탈 거야'라고 하는 듯 했답니다.

 

그리고 조장의 머릿속에서 저대로 두면 큰일 나겟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그래서 큰 소리로 그 고참의 이름을 불러서 깼는데 등에 엎혀있던 그 꼬맹이는 떨어지다가 바닥에 닿기전에 사라졌고

 

앞에 쪼그리고 있더 아이도 어느새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그 조장은 위병소 불을 다켠 것이지요.

 

그 고참은 거기까지 얘기를 하고 저희에게 담배를 권했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그날은 그렇게 마무리하고 들어가서 잤습니다.

 

 

 

 

그 조장은 곧 전역을 했고 그날 같이 외곽근무를 섰던 그 고참을 포함하여 위병소근무자들은 모두가 찝찝해했습니다만

 

그런 비슷한 일이 저에게는 물론이고 다른사람에게도 일어나지않았습니다.

 

저도 짬이차서 막내를 옆에두고 서서자기도 했었고 그렇게 졸다가 문득 깨어나면 그 생각이 나서 굉장히 오싹하기도 했엇고

 

조장이 되어서 졸다가도 문득 깨서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볼때마다 생각나고 또 오싹하기도 했습니다만,

 

다행히도 저에게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귀신이 한번쯤 보고싶기도 했습니다만 한번씩 본 사람들이 안보는게 좋다고 하는게 이해가 안됐었는데

 

간접적으로 경험하고나니 오싹한게 그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4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초긴장상태로 들었더니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ㅋ

 

쓰고나니 참 이상합니다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시 반에 집에서 나갔어야 했는데 늦어버렸네요.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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