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중국에서 생긴일

킥오프넘 작성일 11.02.19 01: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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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표류, 누나의 시신을 먹으며 1달 생존

정신이상 증세 보여 입원

중국의 작은 마을에서 20여년전에 일어난 일이다. 어부의 가족이 탄 배가 기관고장으로 무인도에 표류, 한달만에 구출 되었지만 아버지는 시체조차 찾이 못했으며, 장녀는 표류시에 사망한것으로 보이며, 남동생은 살아남아 누나의 시신을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하지만 누나의 시신을 살아있는 사람 취급하는 등 정신착란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아직도 정신병동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살아남은 소년이 표류기간동안 쓴 일기인데, 군데군데 맞지 않는 내용을 수정하고 약간의 덧칠을 가미한 것이다. 의역도 있으니 양해 바란다.







2.2

젠장 무인도에 표류라니, 더럽게도 재미없는 소재에 내가 이렇게 걸려버릴줄 누가 알았겠어. 이 망할 섬에는 나무도, 동물도, 심지어 풀한포기도 없다. 언제 말라죽었는지 짐작도 할수 없는 나무 두그루만이 쓸쓸하게 섬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어버렸겠지.

이곳에 있는거라곤 바위와 반쯤 가라앉아버린 배와 머리를 다쳐 기절해버린 누나 그리고 나. 아버지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수도 없다. 아 배가 고픈데 머리가 너무 멍하고 몸은 마구 늘어지기만 한다. 손목을 놀려 글을 쓰는것도 귀찮기만 하다.



2.4

가라앉아가는 배에서 짐을 날라왔다. 그 중에는 통조림 몇개와 물 몇병, 그리고 술병들도 있었다. 낚싯대도 하나 가지고 나왔지만 미끼가 없다. 벌써 가라앉아서 물고기들의 배를 채웠겠지. 이것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구조될수 있을까. 성냥이나 칼 따위도 꺼내 왔지만 바윗속에서 원주민이라도 기어나오지 않는 이상은 쓸모가 없을것 같다. 혹시라도 정말 원주민이 기어나온다면 성냥으로 머리를 태워버려야겠다.

바다의 한가운데는 정말 고요하다. 파도가 이 섬을 내려치는 소리만이 계속 울릴 뿐이다. 이렇게 일기라도 쓰지 않으면 나도 저 파도처럼 바위에다 머리나 찧고 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누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숨을 쉬는걸 보아선 살아있는것 같긴 한데. 그래도 짐승이 없는 섬이라 다행인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자다가 잡아먹힐 일은 없을테지.



2.5

어쩌다가 내가 이런 처지가 되었을까. 나의 아버지는 어부이다. 아니 이제 어부'였다' 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죽은 그사람은 나의 아버지였다 라던가. 젠장

난 단지 아버지를 따라 다랑어 따위나 한마리 잡아보겠다고 바다로 나왔을 뿐이다. 뿐이었다. 하필이면 망할 배가 이럴때 고장날께 뭐람.

여기서 이렇게 죽는건 아닐까. 저기 누워있는 누나처럼.

누나는 중학교를 나와 집에서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었다. 고등학교는 가지 않았다. 가끔 그것이 나의 탓이라며 나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이 누나의 머리가 나빠서임을 확신할수 있다. 그에 비해서 나는 이번에 고등학교를 들어갔다. 그것도 공부 잘한다는 애들만 가는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말이다. 내가 여기서 죽어버린다면 모두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것이다. 저기 누워있는 누나보다도

하긴 이젠 실망할 가족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지만.



2.7

술을 조금 꺼냈다. 아버지가 가끔 마시던 독한 백주 몇병. 가끔 아버지를 따라 나올때면 회와 함께 한두잔씩만 허락되던 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다. 누가 있었던들 어쩔수 없는 상황이니까. 식량이라고 해봐야 혹시나 해서 실어놓은 통조림 몇개와 빵조각 몇개뿐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이미 거의 남지 않았다.

자는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사방의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로 뛰어들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취기가 돌자 충동은 조금 더 심해졌다. 저 수평선까지만 헤엄쳐 가면 육지가 보일것 같기도 했다.

쓰러져 있는 누나의 입에 술을 약간 부어주었다. 누나는 며칠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머리를 조금 부딧힌것 뿐 피가 심하게 난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저러다가 굶어 죽는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2.8

먹을것이 다 떨어졌다. 남은거라곤 물 약간과 술 밖에 없다. 술이라도 없었으면 바위를 뜯어먹었어야 할 뻔 했다. 남은 물에다 술을 섞었다. 배는 부르지만 갈증은 심해졌다.

누나의 입에 술을 부어주자 누나의 입이 조금 움직이는것 같기도 했다. 아니 하다. 아니 움직였다.



2.10

드디어 누나가 깨어났다. 누나는 깨어나자마자 물을 찾았다. 멍청한 누나 하지만 물따위가 남아있을리가 없잖아. 난 누나의 입을 열고 술을 부어주었다. 벌컥벌컥 이 피같은 술을 맛있게도 먹어대는구나. 하지만 술은 얼마든지 남아 있으니까 이정도는 봐줄수 있지. 그동안 누워있는 덕분에 식량은 모두 내몫이 되었으니까.

미끼가 없는 낚싯대를 드리워 놓았지만 물고기 따윈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낚싯대를 들고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때려잡는것이 더 낫겠군.



2.13

손발이 조금씩 저려온다. 며칠 술만 마시고 있다. 배고픔과 쓰림이 섞여 괴롭다. 하지만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죽어버릴것 같다. 누나는 정신을 차렸지만 일어나지는 못한다. 하긴 일어날수 있으면 뭐해. 가만히 누워있는게 차라리 낫지.

누나에게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 봤지만 눈동자만 움직일 뿐이다. 뭐라도 해보란 말야 이 멍청한것. 그렇게 누워있으면 배가 알아서 지나가다가 우릴 구해준데?



2.16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기다리던 구조선이 도착했고, 그 배에는 아버지가 타고 있었다. 하지만 누워 있던 누나는 결국 죽어버렸다. 잠에서 깨어 꿈이라는것을 알았을때, 눈물이 흘러 눈을 뜰수가 없었다. 누나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누나 배고파. 집에 가고싶어. 아빠가 보고싶어.

문득 아빠생각이 난다. 사람이 죽으면 물에 떠오른다던데 물위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아빠는 분명히 죽은게 아닐것이다. 내일쯤이면 배를 타고 우릴 데리러 올것이다. 그때 술을 마셨다고 혼내면 어쩌지?



2.17

누나가 말했다. 다리가 아프다고. 누나의 바지를 약간 걷어보니 색깔이 이상했다. 누나의 다리는 마치 고무줄을 묶어놓은 손가락처럼 퍼렇게 되어 있었다. 내일이라도 썩어버릴것 같았다. 그때 누나가 짐꾸러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칼을 가지고 오라고. 맞다 칼이 있었지. 나는 칼을 들고와 누나의 바지를 찢었다. 하지만 바지가 누나의 다리를 죄어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 마을엔 팔다리가 없는 아저씨들이 몇명 있다.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걸렸다던가. 녹이슨 작살에 찔렸다던가 해서 팔다리를 잘랐다고 한다. 누나의 다리도 잘라내야 할까. 어쩌지 누나?



2.18

누나와 나는 결국 누나의 다리를 잘라내기로 결정했다. 회를 뜰때 사용하는 커다란 칼이라 단번에 내리치면 그렇게 아프지 않을것이라고 누나를 위로했다. 맨정신엔 힘들겠지만 누나나 나나 술때문에 며칠째 맨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다리를 잘라도 술이 뿜어져 나올지경이니 말이다.

눈을 질끈 감고 누나의 왼쪽 다리를 내리쳤다. 얼굴에 뜨듯한 무언가가 튀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거무죽죽한 피였다. 소름이 돋아 몸을 한차례 부르를 떨었다.

예상과 다르게 누나의 다리는 한번에 잘려나가지 않았다. 누나의 다리를 완전히 잘라내기 위해서 몇번쯤 내려찍고, 또 썰어야 했다. 특히 뻐가 잘리지 않아 뼈만 두고 살을 잘라낸후 다리를 뽑아내야 했다. 살이 서걱서걱 썰리는 느낌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신기하게도 피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책에서 본것처럼 술로 누나의 잘린 부위를 소독해 주었다.

누나 누난 나때문에 산거야. 다리 한쪽정도는 없어도 살수 있다고. 잘라낸 다리를 버리려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잘려버린 다리.

말라 죽어있는 나무를 부러뜨려 가지를 모았다. 오랜만에 힘을 너무  썻더니 피곤하다. 감각이 없어진줄 알았던 뱃속이 요동을 친다. 기다려 오늘은 포식을 시켜줄테니까.

마른 나무라 불이 잘 붙었다. 누나의 다리를 낚싯대에 매달아 굽기 시작했다. 그래 저건 누나의 다리가 아니야. 마을 잔치때나 맛볼수 있는 맛있는 돼지고기다. 고기가 익는 냄새에 뱃속은 더욱 요동을 친다.



2.20

사람의 정강이 하나는 그렇게 양이 많지 않았다. 며칠동안 굶어서인지 더욱 말라 있었다. 누나는 왠일인지 먹지 않았다. 누나 이건 맛있는 돼지고기라고. 먹기싫으면 말아. 내가 먹을것도 부족하니까. 오랜만에 들어간 고기에 속이 쓰렸다. 몇번이나 먹은것을 게워낼뻔 했지만 이 아까운것을 게워내버릴수는 없기에 입을 틀어막고 누워있었다. 한동안 난리를 치던 내 몸은 서서히 소화라는것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또한 다 먹어치워 버렸다. 뼈를 모조리 핥아 먹었지만 이젠 끝이다.

오늘도 아빠가 탄 배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일쯤이면 나타나겠지. 그럼 내가 누나를 살렸다고 말해줘야지, 그럼 천재 의사의 탄생이라고 놀랄지도 모른다.



2.21

누나의 오른쪽 다리 역시 푸르게 변해버린걸 알았다. 마치 며칠전에 잘라낸 왼쪽 다리처럼. 오른쪽 다리는 상태가 더 심해서 무릎을 잘라내는것으론 될것 같지 않다. 허벅지까지 완전히 잘라내야 할 것 같다. 아니 가만히 보니 왼쪽 허벅지 역시 잘라내는편이 나을것 같다. 하루에 하기에는 너무 힘드니까 한쪽부터 하기로 한다. 일단 왼쪽다리부터 완전히 잘라내버려야겠다.

누나 괜찮지? 하지만 어쩔수 없어. 다리가 썩어버릴것 같은걸 ? 허리까지 썩어버리면 나도 어쩔수 없다고. 우리 동네에 허리가 없는 사람은 한명도 없단말야.

다시 칼을 들어 누나의 허벅지를 잘라낸다. 이번엔 한번에 찍지 않고 서서히 썰어낸다. 저번처럼 피가 튀지 않도록. 서걱서걱. 입에 침이 고인다. 마른 나무를 조금 더 모아와야겠다고 생각한다.

허벅지는 무릎보다 굵어서 그런지 더 힘들었다. 뼈를 뽑아내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없었다. 하지만 침은 계속 고였고, 난 저번처럼 누나의 허벅지를 굽기 시작했다. 옳지 이건 쇠고기야. 어젠 돼지고기 오늘은 쇠고기.

허벅지는 정강이보단 고기가 많았다. 누나는 여전히 먹지 않았지만 아무렴 어때. 이걸 먹는다고 다시 다리가 자라나는것도 아닐테니. 문득 다리를 잘라 먹으면 다리가 다시 자라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22

누나의 남은 오른쪽 다리마저 잘라내었다. 물론 왼쪽 허벅지의 고기는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난 누나를 위해서 이러는 것이지 절대 먹기 위해서가 아니니까. 이상하게도 피는 많이 흐르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잘라내면 피가 많이 안나오나 보다. 그러니까 수술도 하겠지.

누나에게는 여전히 술만 입에 흘려넣어준다. 문득 누나는 오줌도 안누는걸까 하는 생각이 나지만, 부끄러워 할것 같아 물어보지는 말아야겠다.



2.25

고기를 실컷 먹어본적이 있었던가. 쌓여있는 고기들. 마을잔칫때 먹어보았던 돼지고기보다 더 맛있는것 같다. 집에 돌아가면 동네 아이들에게 자랑해야지. 고기를 실컷 먹었다고.

문득 다시 궁금증이 떠올랐다. 자기의 다리를 잘라먹으면 다시 다리가 자라날까. 난 시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누나는 어차피 양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되었으니, 손가락 하나 더 없어진다고 해도 크게 다를바 없을것이다. 나는 누나가 자는동안 누나의 왼손가락 하나를 잘라내었다. 손가락을 자르는것은 다리를 자르는것에 비해 너무도 쉬웠고. 역시 피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누나는 손가락을 잘랐음에도 깨지 않았다. 나는 그 손가락을 불에 익히려다, 타버리면 제대로 안될까봐 그냥 잘게 잘라 누나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마 잠결에 삼킬것이다.





소년의 일기는 여기에서 끝나있다. 기사에 의하면 소년이 구조된 날은 다음날인 26일이라고 한다. 일기대로 소년의 누나의 입에는 자신의 손가락이 물려 있었다고 하니 만약 먹었다면 정말 손가락이 짤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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