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본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부대 사진을 올릴려니 잡혀갈까봐 겁이 나서 그냥 제가 근무나가던 지역과
비슷한 사진이길래 올린겁니다^^>
며칠전에 글을 하나 썼었는데 제가 직접 글을 쓰는게 또 그냥 눈팅만 할때랑은 색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저도 잊고 지내던 세세한 일들까지 되짚어보게 되고 나름대로의 재미가 쏠쏠하네요
그래서 이번엔 군 복무 당시 근무지에서 겪었던 조금 이해하기 힘든 경험을 한번 적어 봐야겠습니다ㅎㅎ
아 참고로 전 여태껏 살면서 단 한번도 귀신 같은걸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냥 긴가민가한 그런 경험들이 몇개 있을뿐입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이 내용도 뭐라고 제가 단정지을순 없지만 그때 당시엔 상당히 무서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대전에 있는 모 탄약창 경비중대에서 복무를 했었습니다
뭐 전방쪽에서 나오신 분들은 땡보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으시겠지만 따뜻한 남쪽지방 살던 저에겐 나름 빡세더군요ㅎㅎ
겨울군번이라 자대배치를 12월말쯤에 받아서 갔었는데요 대전역에 도착하니 벌써 눈이 내리고 있더군요ㅡ,.ㅡ
제가 살던 동네는 운 좋으면 1월이나 이때 눈구경 할까말까한데 그거 보고 충격이었습니다ㅎㅎ
아 잡설이 길어졌네요
음 그러니까 이 경험을 했을때가 제가 막 상병 진급 했을 즈음이였습니다
저희 부대는 저지대, 고지대로 나뉘었는데요 말그대로 저지대는 경사가 완만한 대신에 초소간 이동거리가 꽤나 먼 지대였고
고지대는 초소간 이동거리가 짧은 대신에 경사가 심한 지역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고지대 3초소(가장 높은 지대에 있어서 날씨가 맑은 날이면 대전시내가 다 보이는 올라가긴 빡세도 막상 근무서
기엔 좋은 곳입니다)에서 제 5개월 고참과 함께 주간 마지막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요, 저녁시간 전에 투입해서
근무 복귀후에 식사를 하는 로테이션이라 저와 사수는 한창 주린 배를 잡고 후번 근무자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기 멀리 4초소 언덕쪽에서 근무자들이 철책을 타는게 보였고 제 사수가 후번 근무자들보다 고참인지라 근무자들이
오는것만 확인하고 저희는 바로 초소를 버리고 복귀를 서둘렀습니다(이런얘기 해도 되나 모르겠네요ㅎㅎ)
걸리면 얄짤없이 휴가제한이나 완전군장이었지만 막상 배가 고프기 시작하니 뭐 눈에 뵈는게 없더군요ㅎㅎ
저희 부대 주된 임무가 탄약고 관리와 경계인지라 철책 주변에도 cctv가 빽빽하게 설치가 되어 있었는데요
그날따라 전날 밤에 비가와서 그런지 땅이 많이 질척질척하더군요, 규정대로라면야 철책에 꽂힌 흔적석이나 순찰패 등을
확인하면서 복귀 해야하지만 철책 따라갈려면 그 진흙탕을 헤집고 다녀야 되는데 사수가 전투화 닦기 귀찮다고
cctv설치된 지점에서 흔적석이랑 줍는척만 하다가 사각지대 나오면 그냥 철책에서 좀 떨어진 풀밭쪽으로 가자고 하더군
요, 일명 가라 탄다고 하죠ㅎㅎ저야 뭐 짬도 안되는 부사수니 토 달고 자시고 할것도 없었죠 솔직히 그게 편하기도
편했구요ㅎㅎ
그래서 사수랑 오늘 저녁이 뭐였냐, 우리 다음 근무 언제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2초소 부근까지 내려왔었죠
2초소는 평소에는 근무를 서지 않는 초소입니다,
2초소 바로 앞에 cctv가 하나 더 있어서 거기서 잠깐 철책을 타야 됐는데요,
그러니까 이해를 좀 돕기 위해서 2초소에서 막사를 바라보고 섰을때 기준으로 좌측이 철책이고 우측이 풀밭입니다
제 사수는 저와 얘기하느라 다른데는 신경을 안쓰고 있었고, 저는 혹시나 간부가 역책타고 순찰을 돌까 싶어서
간간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때 2초소 바로 앞, 그러니까 철책과 2초소 사이에 원래 저희가 복귀해야할
경로로 뭔가가 휙 지나가는게 보였습니다, 제가 2초소에서 딱 철책쪽으로 접근하려는 찰나에 그걸 발견했기 때문에
그때 당시엔 순찰나온 간부인줄 알았습니다, 아 새 됐다 싶었습니다 분명히 간부는 철책타고 역으로 올라오고 있었을텐데
저희가 FM대로 철책을 탔다면 분명히 마주쳐야 되는데 이렇게 엇갈려버리니 뭐라 둘러댈 말도 없었구요
그래서 일단 사수에게 작게 얘기를 했습니다, "오 상병님 방금 철책쪽으로 누가 지나갔습니다, 방금 2초소 지나쳤습니다"
라고 하니 사수도 상황파악이 됐는지 살금살금 숙여서 2초소 방화벽쪽으로 가더군요, 그리고 한참을 보더니
"야 아무거도 없잖아, 확실히 봤어?"라고 하더군요, 전 분명히 봤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하다고 했더니 아 그러면
옆으로 빠졌나보다 라고 하고 별 대수롭잖게 여기고 가자더군요, 그 3초소에서 막 내려오면 너무 급경사라
600개 정도 되는 철계단을 설치해놨거든요, 거기 철계단 내려오자마자 갈림길이 있는데 철책을 따라가는 평상시에
근무자들이 다니는 길과 간부들이나 작업자들이 올라오기 편하게 간부 골프장 옆으로 만들어놓은 샛길, 이렇게
두가지 길이 있는데 제가 본 그 간부도 그냥 골프장으로 빠져서 도로 내려갔겠거니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도 더이상 깊게 생각안하고 뭐 걸리면 걸리는거지 하고 막사로 복귀를 했습니다,
행정반 들어가서 당직사관에게 근무복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어디 초소냐고 묻길래 3초소라고 대답했더니 특이사항 없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아 새됐다 그 간부 얘기하는거구나
싶어서 간이 철렁 내려앉더군요, 일단 사수가 특이사항 없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당직사관이 cctv운용병에게 아까 그거 잡힌거 몇번 카메라야 묻고 cctv운용병은 2초소 앞 카메라가 맞다고
하더군요, 저희 중대 간부들은 죄다 체력단련때문에 당직사관을 제외하고는 전부 구보를 뛰고 있던중에 cctv에 잡힌
순찰자라 당직사관이 꽤나 긴장을 하고 있었나 보더라구요, 3초소에 전화까지 해서 지금 타중대 순찰자 올라가니
근무 똑바로 서고 있으라고 당부까지 한 모양이더라구요, 이왕 이렇게 된거 끝까지 잡아떼야겠다 싶어서
저희는 끝까지 못봤다고 했습니다, 이쯤되니 사관이 대충 눈치를 깐 모양이더군요
너희 가라탄거 아니냐고 이새끼들아 하면서 윽박 지르더군요, 그리고 cctv운용병 시켜서 그쪽 카메라 다시 돌려보라고
시켰습니다, 근데 아까 저희 복귀할 그 시간대로 cctv저장된걸 돌려보니 아무거도 찍혀 있지가 않았습니다,
그 흔한 고라니 한마리도 눈에 안띄더군요,
cctv가 동작센서가 붙어있어서 사람이나 동물은 물론이고 카메라 근처에 비치는 나뭇가지만 바람에 흔들려도
빨간불 들어오고 센서가 감지를 하는데 그 센서조차도 전혀 미동도 없더군요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사관도 뭐가뭔지 이해가 안가는 눈초리더군요, cctv운용병보고 확실히 여기 카메라 맞냐고
다그치더니 일단 알았다고 저희보고 수고했다고 빨리가서 씻고 밥먹으러 가라고 하고 끝내더군요
그때 당시에 근무하고 있던 cctv운용병이 제 사수 맞선임이었는데 나중에 제 사수 부르더니 너희 진짜로 아무거도
못봤냐고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자기 아까 근무서고 있을때 분명히 봤다고 카메라 비치는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느릿느릿하게 철책따라서 오르막길 올라가는걸 사관하고 둘이서 분명히 봤다고 하더군요
얼굴 확인안되냐고 물어보니 cctv가 좀 구형이라 화면이 그렇게까지 깔끔하게는 안잡히고 그때 시간대도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라 그거까진 확인을 못했었다고 하더군요, 사관이 분명히 너희 가라탄거라고 확신하고
너희 밥먹으러 보낸뒤에 전 중대 행정반에 전화 돌려서 확인했다 하더군요 간부중에 순찰나간 사람 없었냐고
죄다 없다고 했다고, 진짜 희안하다고 도대체 뭐였냐고 분명히 동물은 아니었다고 했답니다,
지금도 그때 당시 생각하면 소름이 살짝 돋네요ㅎㅎ
두서없이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