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킥오프넘 작성일 11.04.23 09: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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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첫사랑, 첫등교, 첫입사, 첫키스, 그리고 첫경험. 무엇이든지 처음은 설레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 소연이의 상태가 그러하다. 첫사랑의 설레임이 녹아있는 풍경. 13살난 소연은,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경수에게로 시선이 향하고있다. 활발한 성격의 경수는 항상 반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공부는 못하지만 다른것들은 만능인 경수는 운동회를 할때면 항상 청팀이든 백팀이든 자신이 속해있는 팀에 승리의 원동력이 되곤한다. 그만큼 운동신경이 뛰어난 아이였다.




하지만, 그러한 경수가 공부말고 못하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경수는 넓은 책상위에 자신의 왼손을 올려놓고는 손가락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으로 벌렸다. 그리고는 찢어질듯이 벌려진 손가락 사이를 오른손에 쥐고있던 펜으로 내려찍기 시작하였다.

- 탁!탁!탁!탁!

이러한 장난은 위험하지만 학창시절 줄곳 해봤음직한 일이다. 펜을 손가락 사이로 찍었다 다시 돌아왔다를 반복하며 스피드를 점점 올린다.

- 푹.

"아야!"

스피드를 올리던 경수는 그만 자신의 손가락을 펜으로 찍어버렸다. 그러자 작게 뚫린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소연이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달려가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소연이에겐 무리였다.




잠시후, 경수는 양호실에 갔다왔는지, 찔린 손가락에 밴드하나를 두른채 나타났다. 반아이들에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머쓱한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난 왜이렇게 못하지?"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은 경수는 한탄하였다. 손이 안보일정도에 스피드로 그것을 하던 짝꿍 태현이가 부럽기만하였다. 깊게 한숨을 내쉰 경수는 다시한번 펜을 손에 들었다.





"하지마.."

소연은 어느새 경수에게로 다가와 그를 말렸다. 더이상의 그의 피가 보고싶지 않았다.

"흠, 그럴까?"

의외로 순순히 펜을 놓아두는 경수였다. 둘은 시선이 마주치더니, 서로가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 경수도 소연이를 좋아했던 것이다. 서로간의 첫사랑이 만나 주변에 핑크빛 물이 들었다. 하지만 그 핑크빛을 새까만 잉크로 덮어버리는 일은 불과 얼마후에 생겼다.




"소연아~ 노올자~"

"어! 지금 나갈게!"

둘은 어느덧 친한사이가 되었다. 그날이후, 경수가 소연이에게 다가감으로써, 둘의 사이는 진전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매일같이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나, 서울로 갈수도있다?"

"갑자기 서울은 왜가?"

"나도 잘 모르겠어. 엄마가 그랬는데, 확실하진 않아."

작은 모종삽으로 모래더미를 퍼내던 소연은 갑작스런 경수의 말에 깜짝 놀랬다.

"그래? 만약에 서울로가면 부럽겠다. 거기 딥따딥따 큰 빌딩도 있다던데!"

"흠, 난 그런거 관심없어. 모래성이나 계속 만들자."

"그래."

왠지모르게 경수의 말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오늘 경수가 전학을 가게되었어요. 아쉽지만, 우리 웃으면서 보내주도록해요. 알았죠?"

승진한 경수의 아버지가 지방에서 서울로 발령이났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무뚝뚝하게 서있던 경수를 소연은 슬픈눈으로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 질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쩔수 있겠는가? 아쉽지만, 그렇게 첫사랑을 떠나보낼수밖에 없었다.




그둘이 다시 재회를 한건, 헤어진지 7년후였다. 어느덧 청순한 여인이된 소연은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하여 서울에서 자취를 하게되었다. 모든 수업을 끝마친 소연은 우연찮게 한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둘은 재회를 한것이다. 종이컵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내미는 경수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보였다. 경수도 소연이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수줍게 웃어보인다.




커피두잔을 들고 테이블위에 놓았다. 둘은 각자 자리에 앉아 한동안 못봤던 얼굴을 바라봤다. 소연이의 마음속은 다시금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가득차있었다. 그것은 경수또한 마찮가지였다.

"오랜만이네, 반갑다 소연아."

"어..어. 이런곳에 있었네?"

경수는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들이킨후, 다시 입을열었다.

"응, 부모님이 돌아가신후에 먹고 살려고 여기서 일을 시작했어. 마냥 아버지의 재산으로 버틸수는 없으니까 말야."

소연은 간간히 들려오던 경수의 소식때문에 그사실을 알고있었다. 1년전, 만취한 상태에 트럭기사가 앞에서 달려오던 경수네 가족이 타고있던 승용차를 덮쳤다. 종이짝처럼 찌그러진 승용차에서 살아남은 경수는 기적이였다.

"그래..? 그럼 학교는 다니고있어?"

"아니.. 3학년때 자퇴를 했어. 결국 중졸이지 뭐야.. 그래서 난 이길로 계속 나가려고해. 아버지가 커피를 워낙에 좋아하셨거든. 그래서 어릴적부터 커피에 대한건 속속히 들어왔어. 이렇게 배우다가 나중에 가게나 차리려고해."

"그렇구나.. 꿈이있어서 다행이네.."




한동안 둘은 말없이 커피를 홀짝홀짝 들이키기만 하였다. 그런 정적을 깬것은 경수였다.

"오늘, 저녁에 시간있어?"

"저녁? 응, 괜찮을꺼 같은데 왜?"

사실 소연이에겐 과모임이란 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데이트 신청이란걸 눈치챈 소연은 그 사실을 감추었다.

"그럼, 오늘 나랑 영화 한편볼래?"

"흠.. 그럴까?"




어둑어둑한 저녁이되자, 퇴근을 한 경수가 소연을 향해 뛰어왔다. 오랜만에 만나 서먹서먹하였지만, 기분은 흘러넘치도록 좋은 둘이였다.




근처 영화관으로 들어가, 영화 한편을 골랐다. 들어가기전, 팝콘과 음료수를 구입한후, 어두운 영화관속으로 둘은 걸어들어갔다. 영화가 상영되고, 서로 번갈아가며 팝콘을 주워먹는다. 그러다 자연스레 경수의 팔이 소연의 어깨로 향하였다. 스킨쉽의 짜릿한 느낌이 둘의 온몸을 감돌았다. 또다시 그들주변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갔다.




그이후 둘은, 연인 사이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사랑했다. 주변을 둘러쌌던 핑크빛이 더욱 진해지며 새빨간 색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깊어져만갔다. 어느날, 경수가 소연이를 집으로 초대를 하였다. 이미 새빨갛게 물든 그들은 침대위에서 뜨거운 사랑을 주고받았다.




"응? 저건 뭐야?"

침대 밑으로 내팽겨쳐 놓았던 팬티를 주워들어 주섬주섬 입던 소연은, 방문넘어 거실에있는 장검을 보았다. 길쭉한게 칼날이 제대로 서있다. 살짝만 스쳐도 썰려져 나갈것만 같은 장검이였다.

"저거? 아버지가 아끼시던건데, 별 쓸모는 없어."

"그래?"

"자, 잠깐만 있어봐 커피만들어 올게."




경수는 부엌으로 향했다. 워낙에 커피를 좋아했던 아버지덕에, 그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이 집안에 들어서있다. 경수는 숙련된 손놀림으로 에스프레소를 뽑은후, 이어서 우유를 데우기 시작하였다.

- 치, 치직~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에스프레소에 부어버리자, 먹음직스런 카페라떼가 만들어졌다. 이쁜 잔에 담긴 커피두잔을 들곤 다시 방안으로 향하였다. 서로 한잔씩 집어들어 홀짝홀짝 목으로 넘기며 담소를 나누었다.




붉게 물든 그들이, 점점 색이 바래졌던건 1년이 지난후였다. 잘나고 멋진 서울대생들의 비해, 경수는 너무나 보잘것 없었다. 그나마 봐줄만했던건 나아지는 커피의 맛과, 아직까지 남아있는 아버지의 재산뿐이였다. 하지만 또다시 그들에겐 새까만 잉크가 쏟아졌다.




"앗! 뜨거!"

"경수야! 괜찮니?!"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나오던 뜨거운물이 경수의 손을 덮쳤다. 새빨갛게 부어오른 경수의 오른손을 가게 매니저가 긴급조치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껍질이 다 벗겨지며 새빨갛게 변한 속살들이 들어났다. 더이상 경수의 오른손은 필요가없어졌다.




그무렵, 소연에게는 또다른 핑크빛 물결이 찾아왔다. 엠티에서 소연에게 접근한 선배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집안되고, 얼굴되고. 심지어 몸짱이기까지한 그남자를 안좋아할수는 없었다. 점점 시들어가던 경수와에 사랑보다는 이미 그 선배에게 더 마음이 끌린 소연이였다.




"나.. 더이상 커피 못만들꺼같아."

"왜?"

경수는 붕대로 칭칭감은 오른손을 보여주었다.

"더이상 이손을 사용할수가없어. *..."

"그러니?"

소연에게는 별 관심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마음의 결심이 내려졌다.




"우리 그만 끝내자. 나 다른 남자 생겼어."

"뭐...?"

"넌 이제 커피도 못만든다며? 그런 너를 뭘 믿고 계속 만나겠니?"

"하, 하지만! 이건 나아질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일이라도 할수있잖아.."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을 못쓰게 됐는데 뭘 할수있다고 그래? 아무튼 난 너한테 정땠어. 그렇게 알아."

"거짓말.. 말도안돼.."

소연은 더이상의 대꾸없이 자리를 떠났다. 경수는 심장을 파고드는 쓰라림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렇게 점점 이성을 잃어만 갔다.




수십, 수백번의 전화가 울려왔다. 소연은 요란한 휴대폰을 멀찌감치 내팽겨쳐 놓았다. 경수라는것은 알고있었다. 안봐도 뻔하다.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매달리는 경수가 소연은 이제 미칠지경이였다. 그의 집착이 그정도일줄은 몰랐다. 무섭도록 매달렸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기만하면 될거라 믿는 그녀였다.




"소연아~ 노올자~!"

"소연아~ 노올자~!!"

"소연아~ 노올자~!!!"

"소연아~ 노올자!!!!!!!!!"

고*가가 따로없었다. 소연의 집앞에서 수없이 외쳤다. 경수의 고함에 마을사람들의 성화는 점점 심해져만 갔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소연은 집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여전히 소리치고있는 경수가 보인다.




"너 이게 뭐하는짓이야?"

"소연아.. 나와주었구나.."

"나 너 싫다고 했잖아? 더이상 말하기도 싫으니까 어서 사라져버려. 난 다시 들어간다."

- 쿵!

뒤돌아서 걸어가던 소연에겐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곧바로 뒤를 돌아보니, 벽에 머리를 박고있는 경수가 보였다. 이미 그의 이마는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너 미쳤어?? 뭐하는 짓이야!!"

소연은 다급하게 경수를 붙잡았다.

"나.. 이렇게 해도 아프지않다? 이상하게.. 감각이 없어.."

"뭐?"

"감각이 없다니까? 이렇게.."

- 쿵!

"이렇게..."

- 쿵!

"이렇게 해도 아프지가 않아.."

"그만해라고!!"

"히히히..."




붉은 피가 경수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웃고있는 경수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너.. 마음대로해..! 난 그냥 들어간다.."

"가지마...."

소연은 경수의 말을 들은채도 하지않은채 집안으로 걸어갔다. 걸음이 빠른것으로 보아, 소연은 그가 두려운것같다.

"가지말라고!!!!"

- 쾅!

.
.
.
.
.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연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곳은 경수의 집안이였다. 식탁 의자에 앉아 두손두발이 포박된 상태였다. 앞쪽엔 식탁이 놓여져있고, 뒷편엔 싱크대가 있다. 그리고 오른쪽편에는 경수가 애지중지하던 에스프레소 머신이 놓여져있었다.




잠시후, 경수가 무엇인가를 집어든채 나타났다. 그는 소연이의 앞편에 앉아 식탁위에 자신의 오른손을 폈다. 이미 칭칭 감겨있던 붕대는 풀려있었다.

"너,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소연아, 이거 기억나니?"

경수는 소연이의 질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을하였다. 그리고는 이미 쓰지도 못하는 손가락을 억지도 벌렸다. 그러자, 작지만 손가락 사이사이의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왼손으로 20cm 가량에 송곳을 들어 올렸다.




"나, 이거 엄청 못했었잖아. 하지만 그이후에 나 연습많이했다? 그래서 지금은 말야.."

경수는 천천히 송곳을 손가락 사이로 찍기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송곳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는 점점 스피드를 올리는 경수였다.

- 푹.

결국 송곳이 경수의 엄지손가락을 뚫어버렸다.

"사실 지금도 못해. 히히."




- 푹 푹 푹 푹

경수는 계속해서 하였다. 이미 경수의 목표는 손가락 사이 공간이 아닌듯 싶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문드러질 정도로 계속해서 내려찍었다. 그러자 핏물이 사방으로 튀어버린다.

"이런 쓸모없는 손은 없어도돼."

"으..으!! 그만해..! 그만해란말이야!!"

그런모습을 바라보던 소연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미 경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였다. 눈을 희번뜩하게 뜬채, 수십번이고 자신의 손을 송곳으로 찔렀다.




"걱정마. 하나도 아프지않아."

경수는 들고있던 송곳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찔렀다.

"이렇게 해도 아프지않아."

오른발을 식탁위에 걸치더니 다시한번 송곳으로 발등을 내리찍었다.

"왜 안아픈지 알아?"

경수는 자신의 얼굴을 내밀어 소연이의 얼굴과 정면으로 맞추었다. 두사람의 얼굴 간격은 10cm도 되지않을 정도로 좁아졌다. 그리고 경수는 다시한번 송곳을 들었다.

- 푸욱

자신의 왼쪽 눈을 찔렀다. 피와함께 끈적한 액체가 뿜어져나와 소연이의 얼굴을 더럽히고있었다.




"왜냐하면, 나에겐 감각이 없거든."

"으아아악!!"

소연은 경련을 일으켰다. 자신의 앞에서하는 경수의 자해는 심히 공포 그자체였다. 하지만, 눈을 감을수도 없었다. 어둠은 더 무서웠다. 눈을감고 아무것도 보이지않게되면, 경수가 자신에게 어떤짓을 할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계속해서 치켜뜬다.



드디어, 경수는 송곳을 놓아두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였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향하였다. 그리곤 우유를 담아 데우기 시작하였다.

- 치, 치직.

"아, 이런. 너무 뜨겁게 데워버렸네. 커피는 너무 뜨거워도 맛이없는데 말이야."




경수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우유를 들고 소연앞으로 왔다. 그리고는 그것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부어버린다.

- 치이이익

이미 화상을 입었던 오른손의 살점이 녹아내렸다. 그리고는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내린다. 피비린내와, 우유 비린내가 합쳐져 묘한 향채가 피어났다.




"나, 오랫동안 감각이 없어졌더니 궁금해졌어. 통증은 어떤 느낌일까?"

다시한번 눈을 희번뜩하게 뜬채 소연을 바라보았다. 구멍이 뚫려있는 왼쪽눈이 소연의 시야에 가득차버린다.




"너가 가르쳐주라. 어떤 느낌인지."

식탁에 놓아두었던 송곳을 다시한번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소연이의 손등을 찍어버렸다.




"꺄아아아악!!!!!"

송곳은 손등을 관통해, 반대쪽편으로 나와있다. 그것을 힘겹게 뽑아 이번엔 반대편 손등을 찍었다. 양쪽 손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식탁 의자를 타고 흘러내렸다.




"어때? 어때? 도대체 어떤 느낌이야?"

소연이의 동공은 이미 풀린상태였다. 모든것을 포기한듯 입을 열지않았다.

"말 안해줄꺼야? 궁금하단말이야.. 아님 너도 혹시 감각이 없는거야? 그런거야?"

경수는 소연이의 발가락 마디를 하나하나 찌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도 대답없는 소연이의 태도에 바짝 열이올랐다.




"자꾸 안가르쳐 줄꺼란 말이지.."

경수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다가가 뜨거운물을 받아왔다. 그리고는 다시한번 송곳을 들어 소연이의 발톱을 뜯어냈다. 그리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발가락에 끓인물 마냥 뜨거운물을 부어버린다.




"꺄아아악!!!!!!!"

그고통에 소연은 정신을 차렸다. 발톱이 없어 허전한 느낌이 맴돌았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쓰라림이 채워주었다.




"잠시만 기다려. 화장실좀 갔다올께~"

경수는 다급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이미 포기한듯한 소연이에겐 희망이 보였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뜨거운물이 식탁위에 올려져있다. 저것이다. 저것으로 탈출을 하여만했다.




소연은 묶인 팔을 들어 뜨거운물이 담긴 용기를 툭툭 건드렸다. 서서히 밀려져가던 그것은 어느새 식탁 끝자락에 놓여져있다. 조금만더, 조금만더 하면 되었다.

- 툭, 촤악~

뜨거운 물을 묶여있는 자신의 팔로 쏟았다. 살점이 녹는듯한 고통이 소연이를 감쌌다. 하지만 마냥 아파하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뜨거운 물로인해, 느슨해진 밧줄을 힘껏 양손을 벌려 끊으려했다. 하지만 그것또한 쉽사리 되진않았다. 소연은 이를 악물고 힘을 주었다. 몇십초간의 사투끝에 결국 밧줄이 끊어져버린다.




그순간, 화장실안에선 물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해진 소연은 쓰라림도 잊은채 화상입은 손으로 발을묶은 밧줄을 풀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꽁꽁 묶었는지 잘 풀어지지가 않았다. 이제곧, 경수가 나올텐데. 마음만 앞설 뿐이다.




밧줄이 풀리는순간, 경수가 문을열고 나왔다. 소연은 곧바로 몸을이르켜 달렸다. 하지만, 발톱이 몽땅 뽑힌소연은 달리는게 쉬운일이 아니였다. 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참을수 없는 고통이 전기처럼 맴돌았다. 한편, 도망가는 소연을본, 경수가 *듯이 그녀를 쫓아갔다.

"히히히히. 어디 가는거야? 날 떠나지 마. 부탁이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말라고."

부엌을 빠져나와 거실까지 도착하였다. 하지만, 더이상 달리는건 무리였다. 몸의 제어장치가 작동된듯 다리가 도통 움직여주질않았다. 절망에 빠져버린 소연이의 시야로, 한줄기 빛이 스며들어왔다.




거실에 놓여져있던 장검을 손에 쥐었다. 왼쪽 눈알이 사라진 경수가 슬금슬금 소연에게 접근한다. 그런 경수에게 정신없이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몸전체에 살들이 찢겨져 나가며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 하지만 경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난, 아프지 않다니깐?"

"뻥치지마. 너가 아무리 안아픈척 하려해도.. 너의 눈가가 꿈틀거리는게 보였어. 너도 아프잖아.. 너도 고통스럽잖아.. 그러니 제발 그만해.. 그만하란말이야!! 흐흑.."

주체할수없는 눈물이 시뻘건 피와함께 볼을타고 흘러내렸다. 소연은 자신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쳐버린 경수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거짓말 아니야.. 난 정말 아프지않아.. 너가 날 떠나간후.. 이 심장에 깊이 박혀버린 못이 너무나도 아팠어.. 이거 때문에.. 너가 박아버린 이 못때문에.. 너무아파서 다른 고통은 전혀 느낄수가없어.."

"닥쳐!!!! 그래서.. 그래서 나보고 어쩌란거야?!! 지금 날 이꼴로 만들어놓고선 너한테 다시 가기라도 해란말이야?!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말고 꺼져버려!!"




소연은 다시한번 *듯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을 경수는 손으로 붙잡았다. 날렵하게 날이 서있던 칼을 손으로 움켜쥐자, 손바닥에 반정도가 베어버렸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경수였다. 오히려 더 힘을주어 그것을 움켜쥔다. 그러자 넘치듯이 흘러내린 핏물이 칼날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자신에게로 잡아당기자, 힘이 빠져버린 소연의 손에서 장검이 빠져나가버린다.





"오지마.. 오지마..!"

소연은 천천히 뒷걸음을 쳤다. 이미 경수에게선 동공조차 찾아볼수가없었다. 온몸에선 살색이라곤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계속해서 소연이에게 다가갔다.




소연은 모든것을 포기한듯 두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그냥 이 현실을 받아드리고자 하였다. 벗어날수 없다면, 받아들여,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 풀썩.

두눈을 질끔 감은채, 한동안 있었지만 그어떤일도 일어나지않았다. 다시금 눈을뜬 소연앞에는 죽어버린듯 쓰러져있는 경수가 보였다. 아마 피를 너무나도 많이 흘려, 이렇게 되어버린것 같다.

.
.
.
.
.

소연은 힘겹게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였다. 이제 모든것이 끝이났다. 지옥에서 벗어난 소연은 환희로 가득찼다. 집문을 열고 피투성이가 된 소연은 터벅터벅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방문을 열고는 하얀 침대를 새빨갛게 물들이며 몸을 뉘였다. 쉬고싶었다. 온몸이 나른한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싶었다. 치료가 시급했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리라 마음먹은 소연이였다.




몇시간에 달콤한 단잠에 빠졌던 소연은 요란한 소음에 잠이 깨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듣고싶지 않았던 소름끼치는 음성이 소연이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소연아~ 노올자~"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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