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쑤시게의 각종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눈팅만 하다...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 끄적여 봅니다. 보니까.. 요즘 군대시절 괴담이 유행인듯 싶군요. 제가 겪은것도 마찬가지로
제가 2006년 군복무를 할때 겪은 이야기 입니다. 물론 조금의 허구도 없으며, 당시 이 사건과 몇가지 괴담으로 인해
각 층별 불침번 근무자를 1인에서 2인으로 늘리고, 당시 우리 부대에선 실시하지 않았던 야간 외곽 순찰근무 까지 생겨나는
불이익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불평하는 병사가 단 한명도 없었던것이 인상적이었죠. 그 이유는.. 어느 누구도 밤에 혼자
불침번을 서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바로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제가 지내던 부대를 설명하자면.. 부대안 초소는 9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주간엔 탄약고와 위병소만
근무자가 투입이 되었으며, 야간에는.. 탄약고, 위병소, 외곽초소.. 이렇게 세군데에만 근무자가 투입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초소는 말그대로 있기만하지 사용을 하지 않는 보여지기 위한 초소였을 뿐이죠. 또한 어느 부대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각초소엔 인터폰이 구비가 되어있으며, 지휘통제실과 연결되어 지시 및 관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사건이 터진것은 야간근무때 였습니다. 보통 야간엔.. 지휘통제실에서 사령이 모든것을 통제하며, 그 밑에
사관이 각 층에 배치되어 통제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령과 사관을 당직근무자가 보좌하게 되죠. 그때 전 상병 이었고,
새벽 2~3시 탄약고 근무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직근무자는 당시 저의 내무선임이었던 병장이었죠.
아마 당직근무를 서본 분들은 아실겁니다. 새벽에 밤을 세며, 근무를 선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죠. 그래서 보통은 새벽 2시가
넘어가면.. 사령이든 사관이든 당직근무자든 책상의자에 앉아 졸거나 대놓고 자거나 하게됩니다. 당연히 그때도 지휘통제실
에서 근무하던 사령과 내선임이었던 당직근무자는 대놓고 자고 있었습니다. 그때 요상한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따라 라라 라라라라라... 따라라.. 라라라라.. 따라 라라 라라라라라....' (아마 인터폰을 사용하시던 분은 이 벨소리를 아실
겁니다.) 네.. 바로 인터폰 벨소리었죠. 인터폰 벨소리에도 사령은 꿈쩍하지 않고, 당연한듯 당직근무자가 눈을 비비며,
인터폰을 응시합니다. 그때 이상한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편의를 위해 1번 위병소, 2번 탄약고, 3번 외곽초소, 4번
...5번...6번.. 이렇게 인터폰을 나열해놓고 있었는데, 근무를 서지 않는 6번 인터폰에서 소리가 난것입니다.
혹시 잘못 본건가 싶어.. 몇번을 확인해도 6번 초소의 인터폰이 확실했습니다. 이상한 마음에.. 그리고 조금의 호기심으로
인터폰수화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상한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터폰이란 것은.. 다들 아시겠지만
두개의 수화기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어..한쪽이 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한쪽으로 신호음이 울리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그 병장이 수화기를 손에 들었을때.. 상대방이 수화기를 들지 않고 있다면.. 신호음이 울려야하는게 정상인데,
그 신호음이 전혀 울리지 않았던겁니다. 즉, 상대방도 그 수화기를 들고 있다는거죠. 아무도 근무를 서지 않는 초소에서
말입니다.
병장은 놀란가슴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의례하는것처럼 상대방에게 물었습니다.
병장 - "통신보안, 지휘통제실 병장 아무개 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6번초소 - "................................"
병장 - "통신보안, 말씀 하십쇼. 통신보안!!"
6번초소 - "................................."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상대방은 아무말없이 조용히 들고만 있는듯했습니다. 이내 포기하고.. 병장은 수화기를 다시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원래 군부대란 것이 오래되었고, 시설자체가 얼렁뚱땅인게 많습니다.
그리고 날씨라던지 혹은 쥐나 고양이 때문이라든지.. 인터폰이 가끔 잘못 작동하는 경우가 있던것이죠. 그리고 당연히
그리 생각했다고 합니다. '인터폰에 무슨 문제가 있나보다..' 하고 말이죠. 그리고 다시 잠을 청하였고, 10분쯤 지났을까..
막 잠이 다시 들려할때.. 요란한 소리가 다시 한번 울립니다. '따라.. 라라.. 라라라라라....따라라라..'....
병장은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든뒤 조금은 격해진 말투로 상대방에게 군대식 어법을 무시한채 소리쳤습니다.
병장 - "통신보안! 야.. 너 누구야!!"
6번초소 - "..............................."
역시나 돌아오는건 묵묵부답의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이제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것을 느낀 병장이 급하게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갈등하고 있을때, 다시한번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려댔습니다. '따라.. 라라.. 라라라라..'
이제 더이상 자신의 소관으론 해결될거 같지가 않아.. 자고 있던 사령을 깨우게 됩니다.
병장 - " 당직사령님!! 당직사령님!! "
당직사령도 굉장히 피곤했는지.. 몇번을 깨우고 나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나 짜증을 냈다고 합니다.
사령 - " 아..싀팔 왜 깨우고 지랄이야!! "
그러나 계속 울리고 있는 인터폰을 병장이 들지 않은채 깨운것이 몹내 이상한지.. 성을 내다 말고 인터폰을 응시하며
병장에게 물었습니다.
사령 - " 인터폰은 왜 안받는데!!"
병장 - " 그게... 누가 장난치는지 아무도 없는 6번초소에서... 받아도 아무말도 안합니다. 사령님.... "
급한 성격의 사령이.. 당직근무자인 병장에게 받으라는 눈짓을 보내자, 몹내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수 없이
인터폰의 수화기를 손에 쥐어 들었습니다.
병장 - " 통신보안! 지휘통제실 병장 아무개입니다. 말씀하십쇼! "
6번초소 - "..............................."
같은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급하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병장은 사령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둘사이에 잠시 정적이
지나고, 사령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격하게 병장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사령 - " 야.. 그러지말고 니가 한번 6번초소로 인터폰 걸어봐. "
군대에선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하기에.. 지시대로 6번초소 인터폰을 손에 쥐어 들고 귀에 갖다 댔습니다.
당연한듯, 귀에는 '따르르르.." 하고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죠. 벨소리가 몇번 흐르고.. 이내 포기하고 수화기를 귀에서
떼려는 순간.. " 철 커 덕 " ... 반대편 인터폰에서 누군가 병장의 인터폰을.. 받아든것입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병장은 다만 입모양으로.. '어버버버.. ' 이러고 있을뿐.. 아무말도 못하고 있을때.. 대략 상황을
감지한 사령이 수화기를 뺏어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소리쳤습니다.
사령 - "야이 게새끼야!!! 어떤새끼가 장난치고 지랄이야!!! 너 영창가고 싶어?!"
6번초소 - ".............................."
사령 - " 이런 싀팔!! 말안할래?! 진짜 죽고싶어!? 야이 좃같은 게새끼야.."
6번초소 - "철 커 덕"........
6번초소에서 일방적으로 인터폰을 끊은 것을 확인한 사령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서 눈치만 보고있던 당직근무자
병장에게 다시 한번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사령 - "야.. 후레쉬들고 6번초소 갔다와봐!!"
병장 - "헉!!!.. 알겠습..니...ㅠ"
그때 전 열심히.. 탄약고에서 새벽 2-3시 근무를 이행하고 있을때였죠. 그때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어두웠지만, 누군지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고, 다름아닌 당직근무자인 내무선임 이었습니다. 누군지 알고는 있지만,
군법상 탄약고에 몸을 숨긴채 멀리 보이는 병장에게 막 수하를 하려는 찰나.. 병장이 손을 저으며.. " 됐다..싀팔 좃같네.. "
저 - "아무개 병장님.. 주무실시간에 갑자기 웬 순찰입니까..ㅋㅋ"
한순만 쉬던 병장이.. 저에게 이야기 한것이 바로 위 내용이었습니다.
아무리 성인이고,, 군인이라지만 무서운건 무서운겁니다. 몹시 겁에 질린 병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동요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내 각오했다는듯이.. '갔다올게!' 이 한마디를 남기고 6번초소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을
뒤에서 지켜봤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던 탄약고와 6번초소는.. 걸어서 5분거리에 있었으며, 다른 초소들보다 외지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부대안 구조에 빠삭하지 못했던 이병이나 일병은.. 존재자체도 모르고 있던 초소가 바로 6번초소였습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은폐 엄폐가 되어있던 초소인것이죠. 시간상 10분이면.. 늦어도 15분이면 다녀올 수 있어야할 병장이...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것이 몹내 불길했던 전.. 사방 경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병장이 갔던 6번초소쪽만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대략 40분쯤 지났을까... 병장이 6번초소가 있는 방향에서 드디어 몸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곤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죠. 어디다가 뒀는지.. 가지고 갔던 후레쉬는 손에 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미 어깨는 힘이 풀려 푹~
쳐져 있었으며.. 걷는것도 굉장히 힘들어 보이더군요. 당연히 전 수하를 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함을 느끼곤
평소 친했던 병장에게 단걸음에 달려가 부축했습니다.
사람의 눈이 풀린다... 라는것이 뭔지 그때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동공이 안보이더군요. 부축한 상태에서 몇번 흔들면서
병장을 불렀더니.. 얼마지나지않아.. 위에 숨겨져있던 동공이 제자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렸는지.. 조금전에
경험했던 섬뜩함에.. 온몸을 부르르 떨더군요. 그리곤 눈물에 사정없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 " 아무개 병장님!! 무슨일이십니까!!!! "
병장 - "아..흐..... 싀팔..좃같네.. 아...싀팔... 이런 좃같은 경우가.....아...."
연신 욕설을 내뱉고 있는 병장에게 제가 다그쳤습니다.
저 - "아무개 병장님.. 진정하시고.. 대체 무슨일인겁니까!"
병장 - "야이...싀팔.... 갔더니.. 6번초소에 갔는데... 존나.. 인터폰이 없어......"
잠시 침을 삼키던 병장이 다시 이어 말하더군요.
병장 - "아.. 그때 존나 튀어왔어야 했는데....아.. 내가 존나 믜친세키지... 그거 찾아보겠다고.. 초소안을 전부 뒤적뒤적
한거야. 근데... 그때 문 밖에서.... 인터폰 소리가들리더라구... ' 따르..르르..르르르르르.. 따르르르..따르르르...'
그때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알아?.... 진짜 죽고싶더라고....그냥 자리에 주저앉고싶었는데...그래도 존나 궁금하잖아
그래서 초소밖으로 나갔더니............"
( 당시 병장에게 들었던.. 귀신의 모습과 가장 흡사한 모습입니다. )
병장 - "존나..... 얼굴이 일그러진 여자가.... 앞에 서있는거야..싀팔......흐..흑.. 근데... 지나칠수가 없어서...흑...
20분이나.... 마주보고...서있었어..흐흐흑...."
이내 사정없이 고여있던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나서야 온전한 정신을 차리더군요....
당시 이 사건은 당직근무자의 당직일지에 그대로 씌여져 대대장에게 까지 보고가 되었고, 당직근무자였던 내무선임은
한달간 근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후 건물안에서도... 위의 귀신이 목격되게 되면서.. 어느 누구도 야간근무를 서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처음 말씀드린대로.. 불침번을 두명이 동시에 섰으며, 외곽 순찰근무가 생겨나게 된거죠.
비록 제가 본것은 아니지만... 옛날 생각에 이렇게 끄적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