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소설] 관심사병

쭈구렁탱이 작성일 12.01.27 11: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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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병이 꺾일즈음 우리 소대에 들어온 신병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놈은 덩치만 컸지 두눈엔 잔뜩 겁먹은 표정과 특히 눈밑에 다크서클이 더욱더 그놈의 분위기를 기분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웬지 군대에 적응 못할것 같은 분위기라고 해야하나...

 


역시 오자마자 선임병들은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봤고 개중 맘넓은 선임은 친절하게 해주려고 다가갔으나 그놈이 별 반응도 없고 신병 주제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가 는 통에 그야말로 그녀석에게는 오자마자 지옥이였다.

 

하지만 군대에서 어쩌랴...자업 자득인걸...

 

 

 

게다가 이놈은 잘때 기분나쁜 잠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잠자는 자세였는데... 내가 글로 설명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통 아버지들이 거실에서 쇼파에 가로로 눕거나 바닥에 가로로 누워서 티비를 볼때 팔베게를 하고 티비를 보는 모습인데, 가로로 누운다음 오른쪽 옆구리 골반 옆구리 어깨가 바닥에 닿아 있는 상태로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왼쪽 어깨쪽으로 든후 오른쪽 팔을구부려서 머리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

 

이해가 갔으려나. 그냥 팔베게하고 누워서 티비보는 모습이다.

 

 

 

근데 이자식이 잘때 그자세로 자는거다.

 

게다가눈도 반쯤 뜨고있어서 그자식 옆에서 자던 고참이 자다가 그놈때문에 놀란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우린 다 깨서 얼차려를 받았고, 나도 불침번을 서면서 본 적이 있는데 처음엔 그냥 누워서 잔다.

 

그런데 이놈이 자다가 스르륵 자세를 바꾸더라. 몇번 머리를 손가락으로 밀어서 뉘어보면 잠시후 다시 와보면 또 그러고있다. -_-;;;

 

 

그렇게 소대에 적응을 못하던 녀석이 기어코 관심보호병사가 되었다.

 

관심보호병사란 군대에 적응을 못하는 병사를 일컬어 자살 탈영의 가능성이 보이는 병사를 관심보호병사라고 지정하고 특별관리를 하는것을 말한다.

 

그래봤자 선임들의 눈엔 더 가시만 될뿐이지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그리고 몇주 후엔 대전 통합병원(이하 대통) 정신과로 옮겨진대더라.

 

이런 놈이 어떻게 2급판정받고 군대 입대했나 싶었다.

 

그렇게 그놈은 대전통합병원으로 갔다고만 듣고 우리소대를 떠났고 우리는 이제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좋아는 했지만 그 놈이 약간 걱정도 됐다.

 

그러고 몇일 안되, 우리 부대에 행군 날짜가 잡혔고 행군을 마치고 내 발상태가 평소보다 많이 심각하다는걸 알고 연대 의무대로 옮겨졌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 일...

 

 

 

이놈이 아직도 대통에 안가고 연대 의무대에서 대기를 타고 있더라.

 

게다가 이놈 얼굴은 더 수척해져 있었다.

 

"야 신병 여기 있었네?"

 

"엇 홍길동 일병님 어디 다치셨습니까"

 

"행군하다 발이 걸레가 돼서 ㅋㅋ 괜찮냐?"

 

"네."

 

"대통은 안가?"

 

"대통에 자리가 없다고 해서..."

 

"아 그래?(그 큰 병원 정신병동이 다 찼다니... 미/친놈들만 골라서 군대 보내나.)"


그렇게 간단한 인사치례를 하고 나서 몇일 을 지내다가 그 녀석이 하는 짓을 봤는데, 아침에 자고 기상을 하면 이 새끼는 관물대에서 종이와 연필을 꺼내서 뭔가를 한참 끄적이곤 다시 관물대에 넣는거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도...

 

다음 날 아침에도...

 

 

 

그래서 한번은 궁금해서 내가 물어봤다.

 

"야 신병아 아침마다 뭐 적는거야?"

 

"아. 제가 꾼 꿈인데 의무관님이 꿈 꿀때마다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적어서 제출하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그래? 무슨 꿈인데?"

 

"그. 그냥 나쁜 꿈이요.."

 

"그래.(나이롱인줄 알았는데 진짜 문제가 있긴 있나보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날 환자들이 빠지고 들어오면서 자리가 바뀌고, 내가 그 자식 옆에서 자게 된 날이 있었다.

 

그래도 녀석 자는모습을 많이 봐왔고, 어차피 난 익숙하니까 그냥 옆에 자기로 했다.

 

좀 찜찜하지만...

 

 

 

그렇게 달콤한 잠에 빠졌는데, 밤이 깊어질 즈음...

 

익숙한 기분나쁜 느낌...

 

난 자다가 눈을 떳다.

 

그리고 역시나 이 익숙한 기분나쁜 느낌은 그 녀석 쪽에서 났다.

 

그리고 난 돌아봤는데...

 

이런 씨/발. 역시나 이새끼 팔베게 하고 있는 자세로 눈은 반쯤 뜨고 내 쪽을 보고있다.

 

눈에 초첨은 없지만 기분나쁘게 내눈을 보고있는 듯한 눈동자.

 

'(아.저건 여러번봐도 계속 기분 더럽네..)'

 

이 자식을 그대로 두면 잠이 안올 것같아 전에 불침번 설때 늘 하던것처럼 손가락으로 그 녀석 머리를 밀어서 바로 뉘이려고 손가락으로 그 녀석의 이마를 밀었고, 그 녀석이 넘어가자마자 내 온몸은 굳어버렸다.

 

악소리 조차 지르지 못했다.

 

심장은 터질것같이 뛰었고, 내가 본 것은 그 녀석 이 넘어가고 그 녀석 뒤엔...

 

 

 

그 녀석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눈알이 얼굴의 반은 차지하고 있는것 같은 눈꺼플조차 없는 소름끼치는  여자가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 날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대로 난 굳어 버렸고 금방이라도 심장마비로 죽을것 같았다.

 

호흡이 가빠오고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신병녀석이 다시 일어나면서 팔베게로 자는 모습을 취하면서 그 소름끼치는 귀신을 다시 가리는 덕에

간신히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대로 나는 이불을 박차면서 뒷걸음질치며 일어났고, 그녀 석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이런 씨.씨/발 빌어먹을... 방..방금 그거 뭐.뭐야. 하악..하악..'

 

 


주변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그 자식은 주변으로 눈을 돌렸지만 다른 이상한건 없었다.

 

나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불침번에게 귀신을 봐서 잠을 못자겠다는말은 못하겟고...

 

그냥 가위에 눌려서 그러는데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자겠다고했다.

 


불침번 녀석도 내 얼굴을 보더니 그러라고 했고 나는 담배 한대를 태우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의무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런데 빌어먹을 다시 이 새끼 옆에서 자야 된다는거다.

 

그래도 군대에서 잠보다 달콤한건 없었으니 나는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기분나쁜 느낌.

 

 

 

 

 

나는 눈을 떳다. 아니 뜨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옆을 봤고, 그 녀석은 예상과는 다르게 바로 누워 자고있었다.

 

 

내 눈은 다시 주변을 살폈고, 내 다리 쪽에 관물대 쪽으로 눈이 갔는데...

 

 

 

 

 

 


좀전에 봤던 그 여자가 관물대 안에 온몸이 온전한 관절의 방향이 아닌 제멋대로 구겨진 채 날 지켜보고 있었다.

 

 

난 일어나려 했지만 이미 내몸은 다시 굳은 상태였고, 몇번을 발버둥치다 간신히 일어났고 그 여자는 사라진 후였다.

'(아~ 씨/발. 뭐지? 기분 더럽네 진짜 ㅠㅠ)

 


그렇게 다시 한 번 나는 담배를 태우고, 다시 잠이 들수 없을것 같았지만, 군인인 지라 어쩔 수 없이 잠이 든뒤 기상시간이 되었다..

 

 

아침밥을 먹고, 어제 있었던 일을 조심스레 신병녀석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 녀석은 아무 말없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잘 접혀진 종이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뭐지? 편지인가? 생각하고 종이를 받아들고 펴서 읽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종이는 편지가 아니라 평소에 그 녀석이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자기가 꾼 꿈을 적어놓은 종이였다.

 

그리고 그 꿈 내용은 마치 자기가 겪은듯이 써놓았는데...

 

어제 내가 잘때 본 여자귀신이 마치 자신인 양, 관물대 밑에서 날 지켜본 것까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난 의무관에게 부대로 돌아가서 요양하겠다고 말하고 그 날 바로 부대복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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