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을 기다리는 여학생

박우미 작성일 12.06.15 17: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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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가 거의 끝나갈 무렵의 한 마을에서 생긴 일입니다.
인민군에 함락되었다가 다시 수복된 어느 마을에 진군한 국군은 어느 초등학교 건물을 숙소로 잡고 짐을 풀었습니다.
이 중위는 야간당직을 서게 된 한 교무실에 앉아 작은 호롱불 하나로 어두 컴컴한 교실을 조금이나마 밝히고 있었습니다.
난로위에는 보리차가 보글보글 끓고 있어 추운 교무실을 데우는 온기로 작용하고 있었지요.

이때, 똑. 똑. 똑. 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저 앞쪽의 교무실 문이 드르륵 열렸습니다.

이 중위는 순간 긴장하며 옆에 세워놓은 소총으로 손이 갔는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자그마한 체구의 여학생인 것을 보고 긴장을 풀었습니다. 
컴컴한 교실탓에 얼굴이 뚜렷히 보이지 않던 그 여학생은 음식인지 뭔지를 보자기에 싸가지고 들고 있었습니다.

여학생은 이 중위를 쳐다보며 말 없이 다가왔습니다. 
저 멀리에서는 흰 칼라의 교복만 눈에 띄었던 여학생이 호롱불 빛이 가까워짐에 따라 얌전하고 단아하게 생긴 

인상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수줍음때문인지 똑바로 고개를 들어보지를 못하고  약간 아래로 눈을 깔고 오는 것 같았습니다.

'왜 왔을까?' 그리고 인적이 별로 없는 이 마을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 중위는 여학생에게 의자를 권하며 불가로 당겨 앉기를 권했습니다.
멀찍이 서 있는 여학생은 여전히 다른 쪽을 쳐다보며 수줍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늦은 밤에 출출하실 것 같아, 드실 것들을 좀 챙겨왔어요.."

얼굴을 똑바로 보지 않는 여학생이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이 중위는 일어나 소녀쪽으로 다가가며 보자기에 싸인 것들을 건네 받으려했습니다.
그 때 였습니다. 여학생은 김 중위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며 얼굴을 돌렸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여학생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호롱불 빛에 얼굴이 선명히 드러났고, 
그 얼굴에는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벌어지는 입가..
 
그런데 그 입속에는 온통 붉은 핏물이 가득했습니다.  
가지런한 하얀 이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검붉은 핏물들!!
아니 차라리 입안 가득 피를 머금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중위는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을 느끼며 으악!하는 비명과 함께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 중위! 이 중위! 정신차려라!!"  소리에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온 이 중위. 
주위에는 동료장교들과 여러 사병들이 자기를 쳐다보며 모여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위에는 여학생의 흔적이나 자취는 전혀 없었습니다. 
보자기에 싸온 음식들도 없었고, 이 중위말고 드나든 사람은 없었다고 하는 근무병의 말. 
도무지 이게 귀신에 홀린 것인가.. 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이 중위.


이늑고 날이 밝았고, 이 중위는 마을을 돌아보다 만난 주민들과 간 밤의 일을 이야기하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김 성숙으로 인민군이 쳐들어 오기 전까지는 바로 이 학교(여고)의 1학년에 다니고 
그녀의 아버지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빠는 국군으로 전선에 나가 있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인민군들에 의해 반동으로 몰려 학교 창고에 다른 주민들과 감금되어 있었는데, 
국군이 진주하기 불과 사나흘 전에, 황급히 마을을 떠나던 인민군들이 이들을 끌어내어 급하게 총살하고 
도주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중 구사일생으로 시체더미에서 살아남은 한 주민은 
이 여학생은 죽기 전까지도 국군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이 중위는 마을 주변을 수색해서 급하게 웅덩이에 몰아 넣은 수십 구의 시체를 수습해 잘 장례를 치뤄줬습니다. 
물론 그 시체중에는 여학생 교복을 입은 단아한 얼굴의 김 양도 함께 있었지요.

주민들은 이 사실에 대해 그토록 국군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여학생이 이윽고 국군이 오자, 
반가워서 혼령의 모습으로라도 맞으러 온 것이 아닌가..하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실화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여부는 정확히 모르고요,뭐 전해오는 이야기 정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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