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귀신 떼내는 일(방편)

봉산의대가 작성일 12.08.12 00: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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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래전에 귀신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밖에 손금에 신기가 있다하여 가끔 희한한 일을 겪기도 합니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오래전 한 10년 전에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귀신을 본 것은 아니고, 좀 재미있는 경험을 해서 올려 봅니다.

편하게 말은 짧게 하겠습니다.

 



할머니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편찮으시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할머니는 둘째 이모님 댁에 계셨는데 연세가 90에 가까우셨다.

연세에 맞지 않게 정정하셔서 매일 담배 한 갑과 막걸리를 즐기셨고, 내가 찾아뵈면 손주놈 왔냐고 미소로 반기시곤 했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개를 좋아하셨는데, (먹는 거 말고 키우는 개) 그 유전으로 인해 후손인 우리들은 모두 개를 좋아한다.

여튼 할머니는 조그마한 개를 당신의 방에서 기르셨었다.

그런 할머니가 무척 편찮으시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 이제 돌아가시려나보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머니 말씀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이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이셨고, 반 스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불심도 깊어, 웬만한 스님들은 어머니에게 공부 비교가 되지 않았었다. 어머니는 사주도 독학으로 공부하셨고, 그 ... 뭔지 이름은 모르겠지만, 귀신 쫓는 공부도 하셨었다. (무당 그런거 아닙니다...)

 

엄니: 길동아(편의상 나를 길동이로 부른다.), 네 할머니가 좀 이상하다.

나: 왜요? 어디가 편찮으시데요?

엄니: 음... 그게 아니고...

 

어머니 말씀으로는,

할머니가 전혀 거동을 못하시고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시며 끙끙 앓기만 하신다는 거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하신 말씀은 충격적이었다.

 

밤에 잠을 자면, 꿈속에 어떤 미친년이 저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나를 째려보고 있어.

그 미친년이 나보고 자꾸 어디를 가자는 거야...

 

어머니는 할머니 방에 거리를 떠돌던 귀신이 들어 왔고, 그 귀신이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할머니를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귀신은 혼자 스스로 들어 온 게 아니고 얼마 전 이모네서 나무를 들여 올 때 그 나무에 붙어서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윽고 어머니는 이모님에게 확인해 보니 이모부가 나무로 된 가구 하나를 누가 주기에 얻어 왔다는 것이다. (나무나, 쇠로 된 것은 귀신이 붙어 따라 들어오기도 한다.)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길동아, 내일 채비를 하고 나와 함께 할머니에게 가자.

......

나는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 말은, 같이 가서 귀신을 떼 내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 일은 극도로 위험하다. 잘못하면 떼 내려는 사람에게 귀신이 붙기도 한다.)

예전에 어머니가 아프셨을 때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해서 귀신을 떼어 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약 먹고 나을 때 됐으니 나은 것이지 귀신은 무슨... 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머니는 밤새 준비를 하셨다.

나물을 하고, 조밥을 만들고, 참기름으로 조밥을 비비고, 간장을 준비하고, 그리고 나보고 말 몇 마리를 큰 한지에 그리라 하여 그 위에 알루미늄 호일로 종지를 만들어 그렇게 미니 밥상을 차렸다.

 

이윽고 다음날,

밤 9시가 되어서 우리는 할머니 댁으로 갔다.

이모와 이모부는 어머니가 집을 비우라고 해서 집에는 할머니 혼자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주무신 다기 보다는 뭔가 괴로운 듯 인상을 쓰고 눈을 감고만 계셨다.

 

그렇게 어머니와 나는 밤 11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은 어둡고 적막했고, 할머니를 따르는 강아지는 할머니 머리맡에 앉아서 가끔은 혼자 벽을 보고 낮게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거실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할머니 방에서 가끔씩 들리는 강아지의 낮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밤 11시가 되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리 준비해 온 한지에 만들어 온 밥상을 할머니 머리맡에 살짝 갖다놓으라고 하셨다.

나는 두 손으로 조심조심 들고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싸늘한 냉기와 누군가가 이런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는 나를 보더니 살며시 꼬리를 흔들었지만 이내 벽 쪽을 바라보고 다시 낮게 으르렁거렸다.

 

조밥을 강아지가 먹으면 어쩌나 싶었지만 강아지는 조밥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밥상을 할머니 머리맡에 차려 놓고 나와서 밤 1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1시간을 그렇게 기다려 보면 소름이 어떤 것인지 정말 알게 된다.)

 

이윽고 밤 12시가 되자 어머니가 내게 몇 가지를 일러 주셨다.

지금 방에 있는 귀신의 이름은 **이다. 그리고 너는 방으로 들어가서 그 밥상을 들고 나오되 절대로 벽 쪽을 쳐다보면 안 된다. 내가 문을 조금 열어 놓을 테니 밥상을 들고 집밖으로 나가면 동으로 10발자국, 남으로 5발자국을 걸어서 귀신의 이름을 3번 부른 후 땅에 놓고 한지를 보자기처럼 덮어서 밥상을 덮은 후 이것 먹고 가거라~하고 말하며 땅에 던지고 들어오너라.

들어 올 때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뒤에서 누가 부르거나 잡더라도 절대로, 절대로 대답하거나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알았지? 만약 뒤를 돌아보게 되면 정말 일이 커지게 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나는 소름이 돋아 죽을 지경이었다.)

........

망설이고 있는 나를 등짝을 한 대 후려치시고는 엄마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셨다.

 

해야 했다.

지금 나 혼자 남겨졌고, 저 방에, 이제 내가 들어가야 한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내내 진땀을 흘리시며 주무시고 계셨고, 강아지는 할머니 옆에 누워 있었다.

강아지가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었지만 나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 머리맡에 있던 밥상을 들었다. 한지 한 장위에 놓여 있어서 판판하게 양손으로 잡아당기면서 들어야 했다.

그리고 방을 나왔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 어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방향을 계산한 후 귀신 이름을 3번 말하고, 이것 먹고 가거라~ 하고 말하며 밥상을 내던졌다.

그리고 뒤돌아섰다.

 

순간 뒤에서 사람 인기척이 느껴졌다.

실행하기 전에 혹시 사람을 마주치면 어쩌냐고 어머니께 여쭤봤었는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쳐다보면 쪽팔리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하다 보니 그 공포감이 엄청나서 누군가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누군가가 지나가는 건가...라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쪽팔림도 들었다.

그래서 누구지 하고 뒤돌아보려는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가 서고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내 근처에 사람이 있으려면,

내가 이미 현관문을 나섰을 때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이 보여야 했다.

 

좌우측으로 골목길에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는데,

뒤에서 계속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정말 입을 앙다물고, 천천히 발을 끌면서 (발이 떼어 지지 않았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오자, 기다리고 계시던 어머니가 이내 현관문을 꽝하고 닫으셨다.

 

휴... 온몸에 땀이 나고 몸이 떨리는 게 오한이 온 것 같았다.

 

어머니는 나보고 잘했다고 하시고는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돌아가자고 하시고는 나를 끌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나는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어머니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놀래서 거실로 나가보니,

 

할머니가 배가 고프시다고 밥을 하시겠다고 쌀을 씻고 계셨고, 어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옆에서 웃으시면서 돕고 계셨다.

 

할머니는 지난밤에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그 미친년이 밥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윽고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가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너무 배가 고프고 손주 놈이 왔으니 밥을 해먹이려고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몸도 가벼워지고 아픈 게 멀쩡하게 나았다고 하신다.

 

나는 정말,

놀래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신비한 경험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내가 살려 드렸지만,

몇 달 후 고령으로 결국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는 정말 몸 아픈 곳 없이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그렇게 장례를 지내고 7주가 지난 49제에,

어머니가 우리 형제들에게 말씀하셨다.

 

49제에는 돌아가신 혼령이 생전에 살던 집으로 마지막으로 온단다.

그때 후손들이 자고 있으면 크게 실망하고 재산을 거둬 가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오늘은 할머니 댁에 가서 밤을 새야 한다.

 

그렇게 또 할머니 댁에 가서 밤을 새게 됐다.

할머니가 애지중지 하시던 강아지는 할머니가 누워 계시던 자리에 주둥이를 박고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어디에도 할머니가 안계시니 풀이 죽어 끙끙대고만 있었다.

그나마 할머니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곳에 누워 할머니만 그리워하고 있는 눈치였다.

 

어머니는 거실에 계셨고, 나는 방에, 그리고 형들은 다른 방에서 몰래 자는 눈치였다.

얼마나 됐을까...

 

밤 1시가 됐을까...

 

갑자기,

 

강아지가 난리가 났다.

방에서 거실로 뛰어 나온 강아지는 마치 할머니를 만난 것처럼 한쪽을 보고 꼬리를 흔들고 짖고 끙끙대고 난리가 난 것이다.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며 오줌까지 지리고 뒤집어지고 배를 까고 누워서 꼬리를 흔들고 난리를 피우더니 갑자기 강아지가 픽 쓰러졌다.

 

우리는 이 사태에 대해 정말 뭐라고 말해야 될지 멍해서 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니 할머니가 오셨나보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 하시던 강아지랑 노시더니, 아마도 강아지를 데리고 가셨나보구나.

 

그런데,

 

30분을 그렇게 강아지가 숨이 넘어가서 뻗어 있더니 갑자기 깨어났다.

깨어난 강아지는 이내 또 풀이 죽어 끙끙대더니 다시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가 계시던 자리에 가서 코를 박고 누워버렸다.

 

할머니는,

오셔서 강아지랑 30분 동안 노시다가 다시 강아지를 돌려보내 놓고, 자손들을 마지막으로 보시고, 사시던 집을 마지막으로 둘러보시고 그렇게 가신 거였다.

 

갑자기 나는 알 수 없는 슬픔과 가슴에 꽉 맺힌 그리움이 터져 울어 버렸다.

지금도 어머니, 할머니 생각을 하면, 정말 못 견디게 보고 싶어진다.

 

언젠가는 뵐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기>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인터넷 모싸이트에 올렸다가 좀 뻘쭘해서 지웠던 글인데 그냥 생각나서 다시 써서 올려 봅니다.

이밖에 귀신을 본 일이나, 미스터리한 일을 겪은 일이 좀 여럿 있습니다.

반응이 괜찮으면 좀 올려 볼까 합니다.

(주변에는 항상 귀신들이 있다. 단 서로 피할 뿐이다. 지금도 옆에, 뒤에 이 글을 함께 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너에게 무관심하듯이 너


출처 : 네이트판 

센치히로 님도 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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