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의 마지막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

촉한 작성일 13.01.06 19: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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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번에도 흉가? 좀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작년(^^;;) 며칠 전에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글은 제 1인칭 시점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글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저번 친척형이 흉가갔다와서 체험한 이야기는 그 형한테 직접 들었을 때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약간 씁쓸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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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나서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로 향했다. 격무로 몸이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다음날이 휴무라 그나마 마음만은 가벼운 상태다.

 

이군과 김군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고 군대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서로 일이 바빠 그리 자주 연락은 하지 못하는 사이였는데 어떻게 만나자는 이야기가 맞아서 호프집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이나 하며 이야기가 나누자는 약속을 잡았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한 명씩 맥주 500cc 큰 병을 들고 얼마 안 남은 우리들의 마지막 20대를 위하여 건배~! 하며 서로의 사회생활 이야기와 자신들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우리 세 명 다 술을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술이 좀 들어가고 이야기가 화기애애해지다가 이야기의 주제가 갑자기 공포로 빠지게 되었다.

 

나는 저번에 친척형한테 들은 흉가체험 후 이상한 일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해주었다.

 

짱공유라는 사이트에 올려서 반응이 괜찮았다고 말해주니 친구들이 짱공유?? 하는 반응이라 이것들이 나이를 먹어서 기억력이 감퇴됐나 하는 웃음이 나왔다.

 

"아 놔 이 자식들 진짜 벌써 치매냐?? 왜 그 옛날에 마징가 제트 춤추던 사이트 있잖아"

 

두 명 모두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 아아~~!!! 그 짱와레즈??? 하는 탄성을 내뱉는다.

 

어이구 그건 기억하는거냐......와레즈라는 단어도 이제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끝까지 듣던 이군 뭔가 말할까 말까 싶어하는 듯한 표정인가 싶더니 나즈막히 말을 꺼낸다.

 

"너네들 걔 기억하냐?"

 

나랑 김군이 묻는다. 누구?

 

"승철이"

 

"승철이???"

 

이름을 들어도 얼핏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친구가 많진 않았던 학창시절이라 쉽게 기억안날리는 없는데 승철이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이기도 하고 바로 방금전에 이 자식들 벌써 치매가 왔나?? 라고 생각했더니 그것에 대한 적용은 나에게도 포함되는 모양이다.

 

누군가 기억이 날 듯 하면서도 그에 대한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나와 김군을 모습을 보며 답답했는지 이군이 약간 목소리를 높였다.

 

"아 그 몇 번 놀았잖아 키 작달막하고 삐쩍 마른 놈 욕 좀 잘하고"

 

욕 좀 잘하고 라는 말에서 바로 그 누군가의 이미지가 딱 떠올랐다.

 

고딩시절 시골 촌놈같은 이미지에 정말 내 살 좀 가져가라 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삐쩍 말랐던 그의 이미지가 머나먼 기억의 창고 속에서 끄집어내어진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그와 난 그리 친한친구는 아니였다. 어울릴 때 몇 번 같이 끼었을 뿐이고 이군이 승철과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고 3년내내 같은 반이였던지라 그와 꽤 친했던 걸로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낯가림이 꽤 있는 친구가 아니였나 싶다.

 

그의 연락처가 그 당시 핸드폰에 있기야 했지만 서로 문자 연락 전화 연락 한 번 주고 받은 적 없는 사이였으니 어찌보면 기억이 얼른 떠오르지 않은 것도 당연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 새끼 이야기를 해줄게"

 

이군의 표정이 뭔가 쓸쓸해보인다.

 

 

 

우리 군대 가기 전에쯤 이야기니까 말야 갓 20대 나이대 이야기야 2003년이던가 4년이던가 거진 10년 다 됐네

 

승철이 그 새끼가 알고 보면 졸 불쌍한 새끼야

 

아버지는 젊었던 시절 건달짓이나 하다가 큰 집(교도소)들락날락했던 사람이고 전과자가 제대로 된 직업 가지기도 힘드니 나이 들어선 건달패 노릇도 못하고 그나마 이런 저런 지인 도움 받아서 공사판 노가다 일하던 사람이였어

 

노가다 그 쪽일이 다 그렇듯 이리저리 많이 왔다갔다해 경기도 권 왔다갔다하고 멀리는 저기 전라도 끝에나 경상도 끝자락까지도 가고 집에 제대로 붙어있는 시간이 없었지 설사 붙어있다고 해도 문제였어 집에 있으면 자칭 지가 잘나갔다던 건달 생활 추억하면서 술이나 처먹고 술주정이나 안해주시면 정말 대감사였으니까

 

어머니에 이르러서는 더 가관이야 친어머니는 얘 낳고 도망가버려서 얼굴도 모르고 그나마 있었던 어머니가 새어머니인데 애를 학대하거나 때리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승철이한테 관심이 전혀 없었어

 

밥 한 번 차려준 적도 없고 애 옷가지나 그런거?? 챙겨줬겠냐? 생일날? 그 딴게 어딨어?

 

집만 같은 집에 살았지 말 한 번 나눈 적도 손에 꼽을 정도? 말이 좋아 엄마였지

 

승철이 집이 수원이였으니까 몇 번 정도는 걔네집으로 놀러갔었어 그걸 몰랐을 때

 

걔 엄마 보고 인사했는데 눈빛이 어디서 동네 똥개가 들어왔나? 싶은 눈빛인거야 그렇게 잠깐 보다가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지나치더라고 예의상으로도 승철이 친구 데려왔구나 그런 말 한 마디도 없었어

 

승철이 아버지도 두 번 정도 봤는데 와 낮부터 술에 아주 떡되가지고 지 몸도 못 가누더라

 

그런 집에서 제대로 입혀주고 먹여주고나 했겠냐?

 

아버지가 덩치가 작긴 커녕 건달패 노릇했다니까 덩치가 있는 편인데 승철이 걔는 작고 삐쩍 말랐잖아

 

걜 고등학교 입학해서 맨 처음 봤을 땐 반에서 외톨이라고 하면 좋은 말이고 지금으로 따지자면 빵셔틀되기 딱 좋은 포지션이였어 교복도 우리 시절에 선배들 교복 물려받아입기 운동 그런 거 좀 있었잖아? 좀 좋은거나 물려받지 완전 F급 헌 거 물려받아서 안 그래도 당시 내가 다녔던 학교가 무슨 놈의 교복이 무슨 작업복 같긴 했지만 딱 보기에도 상당히 빈티났지

 

안 그래도 똥통학교였으니 울학교 내가 생각해도 완전 양아치 새끼들 소굴이였지

 

그러던 중 양아치 새끼 하나가 얠 우습게 봤나봐 덩치도 작달막하고 하니 지 꼬봉 지금 이야기하자면 빵셔틀? 그런 정도로 삼으려고 했나보지

 

점신시간에 걔 자고 있는데 머리 탁 때려서 깨우더니 야 요 앞에 슈퍼에서 콜라 좀 사와라 한 거야

무슨 조선시대 양반이 하인한테 명령하듯이

 

그 다음 순간 깜짝 놀랐어 미리 이야기하자면 승철이 걔가...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개 악 바 리 였어

 

덩치는 머리 하나 이상이 가 더 차이가 나는데 "야 이 쉬봘로마~~!!!!!!!!" 하고 소리 지르면서 달려들어버린거야

 

어떻게 싸웠냐고? 야 무슨 좀비도 아니고 달려들더니 그 새끼 모가지부터 깨문거야 그리고 절대 안 놓고 물고 늘어진거지
꼭 무슨 자라새끼처럼

 

그 양아치 새끼 진짜 목덜미 살이 좀 뜯겼다니까? 병원 가서 몇 바늘 꿰맸는지 모르겠지만 꿰맸을 정도로

 

경동맥 쪽이 안 물려서 다행이지 그 쪽 물었으면 그 놈 지금쯤 관 속에서 백골만 남았을 거야

 

주변에서 그 양아치 새끼 패거리로 보이는 놈들이 달려들어서 때리고 때어놓을려고 붙었는데 무슨 찰거머리도 아니고 절대 안 떨어지는거야

 

"내가 오늘 맞아죽는 한이 있어도 넌 오늘 내 저승길 동무다" 라는 기세로

 

학생주임 선생이 마침 근처 지나가다가 발견하고 일단락되서 망정이지 교실 마루바닥에 꽤 피가 많이 흘렀을 정도였어

 

겨우 꺠물던 입 뺀 승철이 입? 무슨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좀비처럼 이빨이 피에 물들어있고 양아치새끼는 정신도 못차리고 있다가 엠뷸런스에 실려가고

 

양아치 새끼가 복수 안했냐고? 전혀~ 또 깨물리고 싶어서?

 

오히려 찌질하게 그 놈 엄마가 학교로 그 놈 찾아왔더라

 

천박하게 생긴 게 자기네집 귀한 몇대 독자 깨물어서 어떻게 만들었네 어쩌네 하고 뭐라 막말하는데

 

승철이가 꼴받아서 욕설 졸 날린거야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걸쭉한 욕설은 지금도 들어본 적이 없어

 

개씹창x보x년이 라고 시작해서 속사포 날리듯이 쏴대는데 그 아줌마 승철이 기세에 완전히 눌려서 말 어버버 거리면서 도망치듯 나가버렸어

 

나가는 그 양아치놈 엄마 보고 들으라는 듯 "미이이이이~~~~친녀언" 이라고 한 마디 던지더라고 그게 아직도 기억난다.

 

신기한게 그 사건 있고나서부터 고교 3년동안 승철이 건든 놈 아주 없진 않았는데 본전도 못 건지고 깨깽했지

 

양아치 애새끼 하나 깨물어서 병원 보내버린 새끼라고 학교에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서 어떤 놈도 감히 함부로 못 건든거야

 

다른 반까지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서 걔한테 별명이 미친개, 좀비, 거머리, 자라 기타등등 별명이란 별명 다 붙더라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걔 별명이 뭔지 아냐? 피의 이빨 줄여서 '피빨'

 

사담이 좀 길었는데 그 놈이 졸업하고 피방 편의점 알바 등 알바 거리 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피방이나 편의점 시급
나도 군대가기 전에 피방 알바 편의점 알바 해봤지만 일이 절대 만만하거나 쉬운 땡보같은 일이 아냐


그 일을 안해본 놈들 모르는 놈들이나 땡보취급을 하지 근데 급여는 최저시급이잖아 지금도

 

그 땐 최저 시급도 안 지키고 시급은 사장 맘 이런 놈들 얼마나 많았냐고? 지금도 있는데 그런 업주놈들이

 

한 달에 한 두번 쉬고 거의 풀로 일하는데도 월급이 많이 받아야  80 ~ 90만원 이러니까 돈이 모이겠냐?

 

차라리 공장 이런 델 들어가자 라고 생각한 거야

 

근데 걔가 덩치가 작고 말랐으니까 면접 보러 오라고 해도 면접 보고 나도 연락이 한 번 안왔어 힘든 일 못할 거 같고 얼마 못 버틸 거 같으니까 안 뽑은거지 또 아직 우리가 군대 이런 게 미필이기도 하고

 

겨우 노동부에 구직 등록도 하고 한참 기다리다가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연락이 온 거야 일해보겠냐고

 

집에서 거진 2시간도 더 걸리는 거리 버스 타고 면접 보러 나가서 합격은 바로 했데

 

근데 공장 규모가 좀 소규모 작은 공장이였지 일할 사람 한 명이 아쉬운 그런 데 있잖아 그나마 일하는 사람들도 여기 아니면 갈 데 없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나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기타등등 사람들

 

근데 좀 소규모 공장이니까 뭐 기숙사 그 딴거? 없었던 거야 기숙사가 뭐임 먹는거임? 식으로

 

그 동네 근처 빨빨거리고 하루 웬종일 돌아다니면서 방 구하러 다닌거지 겨우 보증금 100...150이였나? 월세 17 식으로 방 하나 구했어


어떤 영감탱이가 집주인이였는데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이 영감탱이가 지옥에나 떨어질 개가튼 영감탱이였어


방은 지하방이였고 단칸방에 꼴에 옵션이라고 한칸짜리 조그만 냉장고 알지? 그런거랑 화장실은 변기 하나랑 세면대 하나 그리고 조그만 세탁기 하나 그나마도 집주인 영감탱이가 저게 옵션이라고 월세 15만 +@ 3만원 = 18만원 하려던 걸 중개업소 아저씨랑 어떻게 잘 사바사바해서 겨우겨우 17만원까지 맞춘거지


단칸방식이긴 했어도 그렇게 좁은 방의 이미지까진 아니였어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수준

 

그 집의 진실을 알았다면 누구라도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안 살았을거야

 

당시 승철이 이야기론 그 때가 하필 좀 바쁜 시기 그러니까 피크타임이였어

 

안 그래도 공장일이 빡세긴 하지만 일은 바쁜데 TO가 모자라니까 주간 나갔다가 연장으로 야간까지 풀로 뛰고 이런 일도 적지 않았나봐

근데 월급 명세표 보면 그 때 기준으로 봐도 진짜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짰어

 

지지리 운도 없지 거기도 사장이 악덕인지 자동차 부품공장 생산라인보면 조금만 방심해도 사람 손모가지 우습게 날아갈 설비들이 많데

 

실제 승철이가 일하면서 다쳐서 실려나간 사람도 여럿 봤고 안전장치나 센서 같은거 설치하면 그런 거 줄일 수 있는데 비용문제니 어쩌니 하면서 본척 만척 한거야

 

설사 다쳐도 회사에서 치료비지원 그딴거 10원 한 푼 없는 회사였고 또 사원의 거의 절반이 외국사람 어디가서 하소연할데 없는 불체자 또는 여기 아니면 갈 데가 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들 딱 두 분류였어

 

일이 졸 힘들어도 이 시키가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가 입사한지 2주 정도 됐나? 주간 야간 풀 근무 뛰고 집에 돌아와서 완전히 퍼진거야

 

몸이 땀으로 범벅인데도 씻을 기운도 없어서 신발도 겨우 벗고 누웠데 근데 피곤해서인지 몰라도 이놈이 태어나서 생전 처음 가위에 눌린거야

 

몸은 움직일 수가 없고 눈알만 겨우 굴릴 수 있었는데 느닷없이 화장실 문고리 돌리는 소리 그게 들리더니 끼이익 소리 내면서 화장실 문이 열리더라는 거야

 

눈이 감기지도 않으니 자연히 화장실 문이 열리는 거 주시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때가 밤인지 새벽인지 왜 그 어두울 때 눈 뜨면 눈이 바로 어둠에 적응하질 못해서 한 치 앞도 안 보이잖아?

 

근데 시야가 어둠에 슬슬 적응했을 때인가? 보기 싫어도 계속 보고 있으려니 화장실 안에 무슨 형체가 꾸물꾸물거리고 있다는 것처럼 보이더래

 

그대로 계속 보고 있다가 날이 좀 밝아서야 가위에서 깬거야

 

그 때 눈치챘어야 하는데 승철이가 말하길 자기가 문 단속 잘하는 습관이 배어있어서 청소할 때나 그럴 때 빼고 문을 다 닫아놓는 편인데

 

분명 자기가 쓰러져서 잘 때쯤엔 화장실 문이 닫혀있었는데 가위눌릴 때 본 것처럼 화장실 문이 절반 약간 넘게 열려있었던 거야

 

화장실엔 어떤 흔적도 없고

 

그 땐 승철이가 뭐 내가 착각했나보지 라고 생각했나봐

 

근데 그 날을 기점으로 계속 가위에 눌리기 시작한거야 사흘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한 동안 안 눌리다가 잊을만하면 또다시 한 번 눌리고

 

가위 내용은 비슷비슷했데 처음처럼 화장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뭔가가 보이는 것도 있고 웬 여자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있었고 승철이 말론 그 화장실까지야 어떻게든 참겠는데 울음소리는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하더라고

 

일이 정말 많이 힘든 것도 있고 가위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잔것도 있고 해서 그런지 몸이 이리 삐끗 저리 삐끗 많이 안좋아지더래

 

내가 심심해서 그 놈 자취방까지 놀러갔다가 안 그래도 마른 놈이 더 마른 것처럼 보이고 한 눈에 보기에도 피곤에 쩔어있어서 그 새낄 붙잡고 설득했어

 

미친X아 니 몸뚱아릴 보라고 의사가 아니라도 너 보면 지금 당장 쓰러져 뒈질 새X 같다고 졸 욕하면서 그만두라고 했지

싫고 그리고 안된다네 왜냐고 물었더니 자긴 돌아갈 집이 없다고 하는거야

 

쉬파...알고보니 말야

 

이야기 들어보니까 집에서 그년(새엄마)랑 시비 붙어서 졸 싸우다 못해 그년 머리채를 잡은거야 머리채 잡고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됐을진 말 안해도 알겠지?

 

그 년은 아빠 오니까 아빠한테 뻥튀기 해서 다 일러바쳤고 애비라는 건달 X끼는 꼴에 지 마누라라고 마누라 편이나 들고 앉았고

 

그 이후로 말 그대로 뛰쳐나온거지

 

그 때쯤 슬슬 승철이도 이 집 뭔가 이상하다. 라는 걸 느끼긴 했는데 돈도 아직 제대로 안 모였고 회사는 기숙사같은 거 만들 생각도 없고 하니 어디 갈데가없었던 거야 집이야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거고...

 

승철이가 신검에서 공익 나왔는데 자기 이야기로는 방위산업체? 그걸로 알아보고 있었나봐 일단 이 회사는 오래 다닐 게 아니라 다른 자취방 구하고 여유 좀 있을때까지만 버텨보자 이런 생각이였지

 

그렇게 버티다 버티다 너무 힘들었는지 회사에 한 일주일 정도만 쉬겠다고 하고 허락받은 다음에 쉬다가 평소에 집청소를 안했으니 오늘 함 청소 좀 하자 하고 팔 걷어붙이고 청소 시작을 한 거야

 

그러다가 화장실 근처 장판 밑을 청소하다가 우연찮게 보고 깜짝 놀란 거야 그 일반 싸구려 노란 장판 있잖아?

 

그 밑에 무슨 검은 자국이 동그랗게 있었던 거지 그것도 의외로 넓게...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게 피일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데

 

피가 맞다는 확신이 드니까 그 때서야 '아 이 집이 좀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뭔일이 있었던 X같은 집이구나' 가만 생각해보니까 집주인 영감탱이나 그 중개업소 아저씨의 행동도 뭔가 이상했다는 것도 떠오른거고 그리고 핏자국으로 추정되는 걸 발견한 그 날 최악의 가위를 경험을 한거야

 

그 첫번째 가위처럼 화장실 문이 끼익 열린 건 비슷했는데 그 날은 뭔가 꾸물거리는 게 그나마 보이기 시작한거야

 

화장실 문을 열면 바로 변기가 보이는데 변기를 끌어안다시피 하는 여자가 보인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변기를 끌어안던 여자가 뒤 돌아보더니 입 벌리고 뭐라뭐라 하면서 왜 있잖아 그 일본영화 링 보면 사다코가 TV에서 기어나오는 것처럼 천천히 자기 쪽으로 기어오더래 눈은 흰자만 보이고 입에는 피거품 무는 채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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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저 미췬뇬이 나 잡으면 난 그날 뒤진다!! 바로 이승 하직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막 몸을 움직이려고 애썼데 그 때 울고 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나님한테 기도하고 부처님한테 기도하고 알라신에게 기도하고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겨우겨우 가위에서 풀렸는데 그 여자가 마지막에 자기 얼굴을 할퀴려는 것처럼 손자국을 남기더래 그걸 마지막으로 가위에서 깬거야

 

깨고 나니까 뭐 가끔 공포영화나 공포영상물에서 악몽 꾸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되는 모습이 나오잖아? 자기 모습이 딱 그렇더래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불 켜고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거울 보고 비명을 질렀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왜냐면 자기 얼굴 오른쪽 뺨에 그 여자가 남겼던 자국이 빨갛게 남아있었던 거야

 

그 이후로 새벽같이 도망치듯이 집을 나오고 잠시 근처 피방에서 진정 좀 하고 낮이 될때까지 있었데 그 여자가 쫓아오는 거 같아서 너무 불안했었데

 

그리고 제 정신이 좀 드니까 아무래도 저 집을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바로 형사마냥 탐문수사 들어갔어 예상밖으로 정보는 의외로 쉽게 얻을 수 있었어

 

여기까지 들었으면 역시나 라고 하겠지만 사람 죽은 집이 맞았어 그것도 좀 처참하게..,그 동네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거야

 

여기 저기서 토막적인 이야기만 듣다가 제일 자세한 이야기를 근처 공인중개사(집 소개해준데 말고)들을 수 있었는데

 

어떤 중국인 남녀가 같이 살았었데 그 집에 부부인지 애인관계인진 모르겠는데 남자쪽이 의처층 그런게 좀 있었던 거 같아 아니 좀이 아니라 심했던 듯해

맨날 그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끊기질 않아서 민원제기도 많이 들어가고 경찰들도 몇 번 출동하고 동네에서 제일 시끄러운 집으로 유명했데

 

어느날부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지고 사람들이 며칠째 조용해지니까 이상하다 싶어서 문 열고 들어갔는데

 

여자가 칼로 여러군데 찔려서 화장실 변기 쪽에서 변기 붙잡고 변기에 머리 박고 죽어있었던 거야

 

그 방이 모두 피바다였데

 

그 중국인 남자는 나중에 잡혔다곤 하는데 그 이후는 모르겠고

 

근데 그 중국인 여자도 살려면 어떻게든 현관문쪽으로 기어갔어야지 왜 화장실 변기쪽에서 죽었는지는 의문이지

 

그리고 알고 봤더니 집에 기본적으로 있었던 한 칸짜리 냉장고랑 세탁기도 그 집주인 영감탱이가 지가 옵션으로 넣은 게 아니라

그 중국인 남녀가 들여왔었던 물.품.이.였.던.거.야

 

당장 폐기해도 모자랄 물건들을 갖다 돈 2~3만원 더 받아먹겠다고 영감탱이가 옵션이니 어쩌니 한거니 지옥에나 떨어질 영감탱이가

 

왜 몇 달 넘도록 승철이가 몰랐냐고?? 일이 바빠서 새벽같이 저녁 밤늦게 나가고 집이라기보단 잠만 자는 집이였다보니 주변 소문엔 둔감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모든 사실 알고 집주인 영감한테 당장 방 빼달라고 말했데 보증금 내놓으라고 영감탱이가 뭐가 문제가 있어서 나가냐고 되레 큰소리 치다가

 

승철이가 열 받아서 왜 사람 죽었는데 숨기셨냐고 왜 죽은 사람 물건 가지고 장사하시냐고 잡아먹을 기세로 뭐라 하니까 아차하고 찔린다는 표정으로 암말도 안하고 바로 보증금 빼주더래


그리고 나서 어떻게 아버지랑 연락 한 번 안하다가 통화를 했나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우리집에서 한 이틀동안 있으면서 해 준 이야기가 지금까지 말한 위 이야기야

 

그 후에 얼마 안 있어서 나 군대 갔잖아 백일 휴가 받고 나와서 연락하니까 없는 핸드폰 번호라고 하더라고?

 

걔 컴퓨터 잘 안해서 버디버디나 MSN 그런것도 거의 안하다시피했고 E메일이야 말할 것도 없고

 

승철이랑은 그대로 연락이 끊겼어

 

상병 때인가 정기 휴가 받아서 혹시나 하고 그 놈집에 찾아갔는데 이사한지가 좀 됐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승철이 아버지가 건달이였다고 이야기했었잖아?

 

그 동네에선 유명인사더라고 술처먹고 시비걸고 꼬장 부리는 걸로 동네에서도 미X개 + 개또X이 개차반 취급받은 모양이야

동네 반응이 그런 사람 없어졌으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다 이런 반응만 듣고 뒤돌아서야 했어


이군은 그 말을 마치고 한숨을 쉬고 담배 연기를 뿜었다.

 

"근데 말야 며칠전에 수원역에서 승철일 봤다."

 

친구가 데리러 온다고 해서 수원역 역전앞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 기다리는 사람 보다가 어디 낯익은 뒤통수가 있는거야

 

그 때 승철아~ 하고 반가운 마음에 불렀어

 

승철이가 뒤돌아봤는데 깜짝 놀랐다.

 

완전 북한에서 막 탈북한 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삐쩍 말라있고 얼굴은 까맣게 타 있고 뭔 생고생을 했는지 몰라도 거의 40대는 되어보이더라 사람이...

 

욕 먹어도 할 말은 없는데 반가움은 잠깐이고 놀란 감정이 컸어 애새끼가 뭔 고생을 저리 쳐했길래 저렇게 됐나

 

근데 녀석이 자리 피하듯이 아마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도망치듯 사라지더라고

 

난 진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 뭔 고생을 하고 살았길래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는 이군의 표정엔 친구를 잃었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쓸쓸함과 약간의 분노가 보였다.

 

어떻게든 주제는 다른 이야기로 돌려졌지만 이 날 그 자리가 파할 때까지 이군의 표정에선 약간의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이군과 김군과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그를 회상했다.

 

친하진 않았던 친구지만 그의 인상이 희미하게나마 뇌리에 떠올랐다.

 

"만약 그가 제대로 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란 사람이였다면 그의 현재 모습은 어땠을 것인가?" 라는 생각이 집에 갈 때까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부디 그의 인생이 앞으로라도 편안하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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