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살인자의 후손들

금산스님 작성일 13.04.19 23: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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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한 아이가 살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다.
 
모태신앙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이를 키웠고, 너무도 우러나는 신에 대한 염원에 입각, 감동하여
 
아이의 이름을 아담이라 지었다.
 
아담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다. 아내가 교회에 나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던 그는
 
매주 휴일 몰래 교회에 다녀오는 아내를 폭행했다.
 
성경책을 찢어버리곤 화덕에 넣었다. 아내는 다만 눈물만을 흘렸다.
 
그러나 항상 다음주 교회 예배에 빠지지 않고, 이런 폭력을 무의미하게 되풀이되었다.
 
아담이 18살 나던 해, 술에 심하게 취한 채 집에서 부지깽이를 들고 있던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머리를 맞아 죽고 말았다.
 
아담은 그걸 보았다, 아버지에게 맞은 부분이 흉하게 패어 들어간 채 눈, 코, 귀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그날 밤, 아담은 장작을 패는 도끼로 술에 곯아 떠떨어져 자고 있는 아버지의 머리를 찍었다.
 
그래서 그는 훌륭한 아들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18살나이에 그는 마약을 팔기 시작했다. 어린 소년이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자 그한테 패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20살, 아담은 두번째 살인을 했다.
 
이미 아버지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고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던 그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그가 속한 집단에서 다른 갱의 조직원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는 그대로 했다.
 
차가운 권총을 그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하는 그에게 조소를 머금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고나자 그는 다른 사람보다 저 우월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어느덧 그의 밑에 따르는 휘하 조직원들이 생겼다.
 
그는 그렇게 소년에서 청년이 되었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어른이 되어갔다.
 
그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아니, 너무나 행복했다.
 
하는 일이라고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목하는 자를 죽이는 것이었다.
 
하품나올 정도로 쉬운 일을 하면서도 그는 매일 밤 따뜻한 침대에 잠들었고, 늦게까지 일하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부자에게 관대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냉혹한 법도 그에겐 소용이 없었다.
 
여자를 원하면 거리에 나가 강간을 하면 되었다, 당장 주머니에 돈이 궁하면,
 
가게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돈을 꺼내오면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초면이라도
 
당장 총을 쏴서 죽여버리면 되는 것이다. 걱정할것은 없다 시체를 치워줄 부하들이 그에겐 많이 있었다.
 
아담이 더 이상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숫자를 기억하지 못할 즈음에, 그는 경찰에 잡혔다.
 
'붉은 십자가 아담' ..그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결국 그는 37명의 사람을 죽인 죄로 법정에 섰다, 아담은 오만하게 판사를 쏘아보았다.
 
"사형"
 
땅,땅,땅! 의사봉이 세번 내려쳐졌다.
 
두 단어를 듣는 동안에도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질 않았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오면서 약자는 강자에게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자신의 차례가 온것 뿐이라고 여겼다.
 
그는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감옥에 수감되었다. 그에게 주어진 형벌은 가혹한 것이었다.
 
평방 10m밖에 되지 않는 감옥에서는 약간의 지하수만이 흘러들어왔다.
 
그곳에 말린 식량들을 일부 넣고 굶어죽을때까지 내버러 두라는 것.
 
어둠의 공포속에서 천천히 굶어 죽어가며 참회하라는 혹독한 형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수감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끈질기게 버티었다. 죽은 줄 알고 문을 열어보았다가 폐인꼴이 된 그가
 
살아있는 걸 보고 다시 문을 닫은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루 세입의 건량만을 베어 먹으며,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허기는 실낱같이 흘러나오는 지하수에
 
의지하며 살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다급한 비명과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자신이 수감되어있는 감옥이부서질듯 요동쳤다.
 
엄청난 굉음과 고함소리에 그는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어둠속에서 고통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공포를 이기려 잠을 청했다, 누군가의 비명소리.. 돌과 암석이 무너져내리는 소리..
 
심지어 강하게 떨리는 지진에도 모른척 잠을 청했다.
 
그리고 마침내 깨어났을 땐, 구석 모퉁이가 박살나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는 자신의 감옥을 보았다.
 
벌떡 일어났다. 황급히 모퉁이게 다가가자 처참하게 부서진 수용소가 보였다.
 
날카로운 돌들의 모서리에 손바닥을 찢기며 위로 기어 올라왔을때,
 
그는 사람 한명 없는 황량한 대지를 보았다.
 
주변에 있는 모든 건물들이 무너져 박살나 있었다. 드문 드문 보이는 쓰러지지 않은 나무들..
 
버려진 자동차들.. 무슨 천재지변이 닥쳤던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망연히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한없이 걸어도 보이는 것은 부서진 잔해들 뿐이었다.
 
사람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아담에게 조급한 마음이 떠올랐다.
 
적어도 무언가가 닥쳤기 때문에 이런 파괴를 불러왔다면, 사람들의 시체 한구라도 보여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심지어는 새 한마리, 풀 벌레 한마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럴리 없을 텐데.. 하면서도 아담은 마치 살아남은 존재가 자신뿐인 것처럼 불안했다.
 
결국, 하루를 꼬박 걸어 피곤한 그는 건물 파편속에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어두컴컴한 하늘에 별들만 가득 떠있었다. 사방이 조용한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음이 번졌다
 
웅- 하고 묘하게 울리는 공명음이었다. 그 순간 찬란한 빛이 하늘에 보였다
 
아담이 놀라 상체를 일으키자 부드럽게 회전하며 그의 앞으로 내려앉았다.
 
평생 신이나 그 비슷한 걸 입에 담아본적 없는 아담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신이시여..를 내뱉었다.
 
동그란 원형의 빛은 잠시 부르르 떨며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기괴한 각도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츠륵- 츠르륵- 묘한 각도로 간 판들이 내부로 접히기를
 
반복하면서 원형의 비행체는 삽시간에 큰 자동차 한대 크기로 줄어 들었다.
 
아담은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작아진 비행체 안에서 인간과 비슷한 무엇인가가 내렸던 것이다.
 
세놈이었다. 그들은 매우 커다란 눈망울에 걸맞는 커다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아이 만한 신장을 지녔지만 그렇게 작아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곧 아담의 귀에 거슬리는 묘한
 
공명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 인간수컷이 최후의 인간인가?] ,아담은 눈을 크게 떴다,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묘한 울림에 불과한

그소리의 의미가 뇌리속으로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 수컷 한마리 뿐이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렇게 묘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그들은 아담을 쳐다보며 그 이상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귀로 들려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뇌리에 저절로 의미가 떠오르는 신비한 언어였다.
 
[인간, 너희들 종족은 멸망했다 시간이 없으니 간략히 알려주겠다]
 
아담은 눈을 크게떴다. "너, 너희들은 뭐지?"
 
[신, 창조자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분명한 건 우리는 너희를 만들었고..]
 
그 괴생물체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이어 말했다.
 
[또 파괴했다] 그 묘한 공명음에게 왠지모를 죄책감 같은 감정을 전해 느낀 아담은 크게 놀랐다.
 
"어째서..?"
 
[인간은 타락했다, 너희는 창조 근본부터가 잘못되었어, 너희는 결코 우리처럼 될 수 없었다]
 
아담은 분노를 느끼지 못했다. 본래부터 세상을 사랑하던 사람이 아니기에..
 
[이번이 첫번째는 아니다, 과거에 수없이 실패했고, 이번에도 실패했을 따름이지]
 
"그런 식이라면 창조를 하지 않았으면 되지 않나?" 아담은 자신이 마지막 인간이라는 사실이라는 데에만
 
절망을 느끼며 항변했다.
 
[애당초 너흰 실험체다, 너희가 창조해낸 사회구조나 폭력성, 과학발전의 다른 방향성 같은 것은 우리에게
 수많은 향상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끝내는 종족 전체의 탐욕과 이기심을 이기못하더군.
 너희는 단점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멸망을 자초한것이다]
 
아담은 이제 완연히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포기한거야? 더이상 인간은 없는 건가?"
 
그는 몸을 일으켜 소리쳤다. "그럼 이따위것을 왜 나에게 설명하고 있는거지? 죄책감때문인가?"
 
그 창조자들은 커다란 눈으로 아담을 바라보며 전했다.
 
[아니다, 다시 시도 하기위해 왔다] 그는 순간 멍해졌다. "또 다시.. 시도한다고?"
 
[본래 지구라는 것도 인간 양성을 위한 우리들의 작품이였다. 우리의 고향은 이곳에서도
 
물리적인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곳에 있다. 시간과 공간의 괴리를 넘어 존재한다.
 
우리 별을 본따 지구를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17번째의 인간 양성 계획이 실패하면서
 
지구는 거의 멸망직전의 상태다. 따라서 우린 이번 18번째 계획을 마지막으로 실행 한뒤,
 
지구를 파괴할 계획이다.]
 
너무도 빨리 전해진 놀라운 소리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인간을 증식시킬생각이지?"
 
아담은 빠르게 물었다.
 
[네가 신 인류의 아버지다] 창조자의 대답은 확고하게 전해졌다. 아담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안돼, 이 인간의 DNA를 이미 보았어, 성향적으로도 본능적으로도 너무나 충동적이고 폭력적이야.
 선한 인간의 유전자를 사용하고도 실패했어, 이 수컷을 사용해선 안돼]
 
그들중 다른 존재가 아담과 대화하던 이를 만류했다.
 
[그럼 어쩌자는 거지? 인간 샘플 보존실에 냉각시스템이 정지되었어, 인간수컷을 창조해낼수 없다고]
 
아담은 그제서야 이해했다 "내가 인류의 시조가 되라는 건가?"
 
[맞다, 애석하게도 방법이 없다. 저들의 말대로 네 유전자는 너무 폭력적 성향을 가졌다.
 때문에 염려가 되지만, 우리가 가진 인간의 샘플링이 파괴되었다. 방법이 없다]
 
"나 혼자서 인류를 복원 시키라는 건가?", 이번에 그들에게서 웃음과 같은 공명이 퍼졌다.
 
[물론 아니다, 우린 너에게 인간 여성을 만들어 줄것이다]
 
우웅- 갑작스레 아담의 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빛나는 비행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무슨 짓이야?" 온화한 공명음이 들렸다
 
[두려워 하지 마라, 인간. 최대 수명이 80을 넘지 못하는 빈약한 육체로 인류를 이루어낼수 있을리
 
없다. 우린 단지 네 몸을 강하게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큭- 크윽!"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인간을 창조할때 우린 힘을 제한하긴 했지만, 최대한 우리의 능력도 이전시켜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육체
 
적으로도 지적으로도 너희는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하더군, 너는 뇌가 가진 힘을 1%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들이 흔히 부르는 초능력(超能力)을 무시하고 믿지 못하더군, 본능을 속이는 일이지.
 
또, 500년의 수명을 지닌 우리들에 비해 너무도 쉽게
 
노화한다. 우린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네 몸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아담은 아득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무심코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절로 세포들이 허공을 부유하며 여자의 몸을 이뤄내고 있었다
 
[너의 짝이다, 그녀도 너와 같이 긴 수명과 강한 육체를 받을 것이다. 후손들에게 적합하고
 
이로운 유전자를 모두 주입시켰다, 두뇌, 운동신경, 미적인 부분 어느 부분에서나 모자람이 없다]
 
여지껏 아담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던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네 후손들은 살인자의 후손이다. 네 뇌리에는 인간을 죽인 기억이 셀 수 없이 많군.
 하지만 기억해라, 인간이 지닌 면은 적게 잡아 수백억개, 네 폭력적 성향을 후손에게 주지 않으려
 노력해라,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너의 후손을 마지막으로 없는 존재가 될것이다]
 
아득해져 가는 의식속에서 그는 마지막 말을 들었다.
 
풀밭에 놓여진 그는 하늘 멀리로 멀어지는 찬란한 한 빛을 보며 그렇게 아득한 정신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옆에는 한 여자가 누워있었다.
 

 

 

그렇게 그는 아담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후손들은 어딘가에서 마지막 기회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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