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할머니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 친구의 할머니는 젊었을 때 나가노쪽의 시골에서 병이 있는 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그 집 정원에는 크고 훌륭한 감나무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가을 저녁에 툇마루에서 차를 마시며 멍때리고 있는데, 문득 감나무에 눈이 갔다. 다 익은 감이 몇 개 정도 달려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가지를 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그 나무에 목을 달고 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슬픈 것도 싫은 것도 전혀 없는데도, 문득 라면이 갑자기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갑자기 자살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곧장 헛간으로 가서 목매달 줄을 가지고 와서 가지에 동여맸다. 폐렴 앓고 있는 어머니가 있었지만, 그 사실마저 까맣게 잊고서, 일사불란하게 자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목을 매려는 순간, 감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거추장스러워 보여서, 다시 헛간에 가서 긴 장대가위을 찾기 시작했다. 5분 정도 지나서 드디어 장대가위를 찾아냈다. 정원으로 돌아와서, [자 죽자!]라고 생각하며 감나무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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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거기에는 자신의 어머니가 목을 매고 있었다. 이유도 모른 채, 한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가지고 있던 장대가위로 줄을 잘랐다. 굵은 줄이어서 자르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어머니는 희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 후, 의사에게 데리고 가서 진찰한 결과, 겨우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나중에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캐묻자, 물을 마시고 싶어서 툇마루 옆을 지나가는데, 그 감을 보고 갑자기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 후에 어머니는 폐렴으로 죽고, 친구 할머니도 재작년에 폐병으로 돌아가셨지만, 그 체험은 잊을 수 없다면서 생전에 친구에게 자주 이야기해준 모양이다. 발작적으로 죽고 싶어지다니.. 뭔가 묘하게 무서웠다.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자신도 가끔은 그런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거 같다면서 웃었다. 지금은 그 감나무는 사라지고 없고, 대신 그루터기만 남아있는데 최근에 죽은 줄 알았던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는 나중에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거기서 열리는 감을 따 먹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게는 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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