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괴담][2ch괴담] 열대어 이야기

S_Sosa 작성일 13.05.03 15: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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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가게 점원에게서 들었다. 내가 여기서 일하기 바로 전에 알바생이 있었는데, 그 알바생 구하려고 가게 앞에다가 알바 모집 전단지 붙였는데, 어떤 여자가 그거 보고 면접보고 싶다고 전화했어. 저번에 뽑았던 알바생이 그만둬서 그렇게 된 거지. 면접도 보기 전이었는데 그 여자의 목소리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어. 그리고 면접 보던 날. 점장이 예상한 대로 인상 좋은 여자가 찾아왔어. 그 여자를 K라고 할게. K는 근처 대학에 다니는 18살 여자. 열대어를 좋아해서 집에도 기르고, 이 가게에도 온 적이 있다고 말했어. 확실히 익숙한 얼굴이었어. 그날은 또 다른 사람하고 면접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는 나중에 알려준다고 말하고 헤어졌지. 그렇게 말했지만, 점장 마음속에는 이미 결정을 내린 뒤였고. 그리고 한 이틀 정도 지나서 점장이 K에게 채용되었다고 연락을 넣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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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 K가 알바를 시작했어. 주말 포함해서 주 5일. K는 완벽하게 일을 해냈어. 수조 청소, 먹이 주기는 물론, 품종에 대해서는 점장보다 더 자세히 알 정도였으니. 고객들이 [00라는 물고기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곧바로 대답할 것 같은 포스를 풍겼지. 점장도 거의 가르칠 일도 없어서, 존나 좋은 사람 채용했다고 웃으면서 말하더군.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그때부터 K가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지각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가게에 와서도 마음이 딴 곳에 가있는 모습이랄까? 그냥 멍한 채로 있었어. 그래서 점장이 걱정되서 괜찮냐고 물어봤어.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조금 사정이 있어서..] 점장은 그냥 뭐 집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잔소리는 안 하고 그냥 지켜보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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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주 정도 지나서, 어느 순간부터 가게의 열대어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 K에게 물어보니까 히터가 끊어진 수조가 몇 개 있었고, 그중에서 대부분이 죽었다고 말했어. 죽은 고기는 가게 뒤에 묻었다고 말했어. [알겠어요. 고마워요.] 그런 일이 있으면 왜 말하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상태가 별로 좋지 않던 K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어. 그리고 그날 K가 돌아갈 때, 점장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어. 이 열대어 가게는 입구에서 두 개의 통로가 쭉 이어져서 안쪽에 계산대가 있어. 각 통로의 양쪽에 크고 작은 수조가 줄지어있고. 사람이 수조에 접근하면 대부분의 열대어가 먹이를 받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반사적으로 다가오거든? 그런데 K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열대어의 움직임이 정말 이상했어. K가 통로를 걷다 보면 뿔뿔이 흩어지게 움직이고 있던 열대어들이, K를 피하는 것처럼 통로의 반대편으로 일제히 모이는 거야. K가 지나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뿔뿔이 흩어지고. 마치 패닉에 빠진 것처럼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열대어도 있었어. 그날은 그냥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어. K가 수조에 먹이를 줘도 아무도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K가 수조에서 벗어나면 겨우 먹기 시작했고. 점장은 오랫동안 열대어를 봐왔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 보는 거였어. 그래도 제대로 일을 하는 k를 보니까,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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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알바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야. 그날 점장이 밤늦게까지 일하고 오후쯤에 가게에 왔어. [어? 어?? 이...] 가게의 풍경을 보고 점장은 놀랐어. 수조 속에 아무것도 없었어. 열대어가 모두 사라진 거야. 처음에는 꿈이라고 생각해서, 뺨을 꼬집거나 때리거나 했지만, 역시 현실이었어. K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K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조차 되지 않았어. K가 뭔가를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점장은 가게 입구에 CLOSED 간판을 걸고 K의 이력서에 적힌 주소로 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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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가게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10분 정도 지나서 K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어. 지은 지 수십 년은 지났을법한 오래된 아파트, 빛바랜 노란색 외벽은 너덜너덜 벗겨져 있었어. K의 집은 이 층 구석. [띵똥. 띵똥.]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어.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당연히 열리지 않았어. 집에는 없다고 생각한 점장이 일단 집으로 가서 밤에 다시 오기로 했어. 그날 밤. 점장은 다시 K의 아파트로 향했어. 아파트에 도착하니까, 뭔가 요란한 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띵똥. 띵똥.] [K씨 있습니까?] [K씨!!! 문 열어요!] 몇몇 사람들이 K의 집 앞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벨을 누르고 있었어. 점장은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듣지 않고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어. K의 현관문으로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어. 통로도 물에 잠기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K가 사는 집 아래층 사람이 찾아온 모양이야. 아파트 관리인에게 연락도 끝난 상태였고, 30분 정도 지나서 여기 올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그리고 점장은 사람들에게서 K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사람이 말을 해도 대답도 안 하고 인사도 안 하고 뭔가 기분 나빴다고 하더라. 점장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리자가 오길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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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각!] 관리자의 만능열쇠가 K의 집 문을 열었어. 연 순간, 물이 기세 좋게 흘러나왔어. [우왘!] 점장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어. 물이랑 열대어 시체가 발밑에 펼쳐졌어. 현관 왼쪽에 욕실이 있고, 물은 거기서 나오고 있었어. 아무래도 배수구가 막혀있는 것 같아서, 배수구 뚜껑을 열었지. 예상했던 광경이었지만, 주민도 관리자도 기절했어. 엄청나게 많은 열대어 시체가 배수구를 막고 있었던 거야. [K씨! 없습니까?] [아... 저, 저기!!] 아래층 사람이 벽장을 가리켰어. 벽장 틈새로 뭔가 액체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어. 그리고 벽장을 연 순간, 벽장 안을 본 모든 사람이 패닉에 빠지고 말았어. 거기에는 목이 밧줄에 감긴 채로 벽장 윗단에 앉아 있는 K가 있었어. 밧줄 끝은 천장 구멍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네. 한마디로 자살이지. K의 입에는 많은 양의 열대어가 가득 차 있었어. 벽장 틈새로 나오던 액체는 K가 실금한 흔적이었고. 관리인은 경찰에 신고하고 주민과 점장은 그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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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그때 면접 볼 때 K가 열대어를 좋아한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열대어를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열대어가 죽었을 때 가게 뒤에 묻었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해봤어. 근데 아무리 흙을 파도 아무것도 없었어. 자살할 때도 입에 열대어가 가득 들어있었는데.. 혹시 살아있는 열대어를 그대로 먹은 걸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후로 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라고 내가 묻자, 점장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어. [K... K가 오고 있어.] 나는 점장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봤어. 다른 열대어들은 이상 없는데, 점장이 가리키는 수조를 보니까 거기 있는 열대어만 한 곳에 뭉쳐 있었던 거야. [죽어서도 열대어가 먹고 싶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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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그 점원의 이야기다. 그후론 한 번도 그 가게에 간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한 달 전에 점원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인사 같은 말도 없이 단지 이렇게 한 문장만 보내왔다. [K... K가 오고 있다.] 이게 점원과 나눈 마지막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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