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
다마오키 요시오의 머리 속은 그 말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이 고통스러운 가운데 죽음은 그것을 지워줄만한 훌륭한 수단 같이 느껴졌다.
집에 남겨 온 가족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요시오는 수해(樹海)를 향해 발을 디뎠다.
가지고 온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집에서 입고 온 옷 그대로 수해에 들어왔다.
이대로 가다가 길가에 쓰러져 죽으면 좋을 것 같다.
수해에는 들개가 많다고 들었다.
개한테 물려 죽는 것도 좋다.
신분이 밝혀지지 않도록,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 만한 물건은 전부 집에 두고 왔다.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자신이라는 것이 알려져 가족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그저 계속해서 걸었다.
수해는 문자 그대로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무 줄기의 다갈색이 시선을 덮는다.
하늘을 우러러 보면 초록색 잎들이 가득 덮여 하늘을 가리고 있다.
가만히 계속해서 걷는다.
힘이 빠져 주저 앉으면, 그곳에서 죽는 것으로 하자...
곧 해가 지고, 수해는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인다.
손전등 같은 것은 물론 가지고 있지 않다.
이미 자신이 눈을 뜨고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게 하는 어둠이 요시오를 감싸고 있었다.
양손을 헤엄치듯 내저으면 곧 나무들에 부딪힌다.
그런 완전한 어둠의 세계를 다만 걷고 또 걷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런 상황에서라도 배는 고프다.
물론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식량 같은 것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죽기 위해서 수해에 들어왔는데도 배고픔이 그를 습격한다.
무엇이라도 좋다...
나뭇잎이라도 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만 걸었다.
문득 나무뿌리 같은 것에 걸려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높이 자란 잡초를 헤치자 동물이 도망치는 소리가 난다.
드디어, 죽을 곳을 찾은 것이다.
굶어죽던, 아까 그 동물에게 잡아 먹히던 빨리 생을 끝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강렬한 공복감이 있어 무엇이라도 입에 집어넣고 싶었다.
그런데 코 끝에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아까 그 동물은 좋은 향기가 나는 저것을 먹고 있었던 것인가...
코를 베어가도 모를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주위를 살핀다.
그러자 손이 푹하고 따뜻한 그릇 안으로 들어갔다.
희미하게 물렁물렁한 것이 손에 잡혔지만 밥과 반찬 같은 것이 확실했다.
아마 캠프를 하러 왔던 누군가가 먹고 버리고 간 것 같다.
아직 따뜻한 잡탕죽인 것 같았다.
요시오는 죽을 양손으로 떠내 얼굴 가까이에 대고 다시 한 번 냄새를 맡았다.
썩기 시작하고 있는지 조금 시큼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분명히 사람이 만든 음식이었다.
요시오는 허겁지겁 양 손의 잡탕죽을 먹었다.
쌀의 맛이 감격스러울 정도로 맛있다.
틀림 없는 닭고기의 씹히는 맛.
야채의 단 맛.
그것이 그리운 가족의 요리와 같은 맛이어서인지, 지금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한심해서인지 계속 눈물이 흐른다.
[맛있다... 맛있어...]
혼자 독백하면서 요시오는 잡탕죽을 먹었다.
배가 반 정도 찼을까.
갑자기 몰려온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요시오는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아, 배도 부르고, 이제 이대로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마지막 소원을 빌고 요시오는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요시오는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깼다.
옆에는 수면제 병을 손에 쥔 남자가 쓰러져 있다.
[으악!]이라고 고함치는 요시오.
남자의 사체는 들개에게 물어 뜯긴 듯 배가 찢겨져 있었다.
덜렁거리는 피부 속에는 찢겨진 위 주머니가 보였고, 그 안에는 그 사람이 최후에 먹었던, 어제 그 잡탕밥이 가득 차 있었다.
*아오키가하라 수해 ; 후지 산 북서쪽에 위치한 약 3000 헥타르에 육박하는 거대한 숲.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자살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매해 70명 이상의 시체가 발견되는 곳이며, 2003년에는 무려 105명의 자살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 크기가 너무나 광대해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으며, 안에는 자살한 사람들의 인육을 먹고 자란 개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