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다.
아주 예전에 혼자서 바닷가 마을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시기적으로 해수욕의 계절이 아니었기에 민박집에는 나 이외의 손님은 없었다.
조용한 밤이었다.
나는 한손에 캔 맥주를 들고 밤바다로 나왔다.
도로와 해변을 연결하는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소리가 반복되는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활속에서 지긋지긋 했던 일들도 있고 해서, 센티멘탈한 기분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때, 파도에 밀려 시꺼먼 덩어리 같은 것이 밀려들어왔다.
커다란 생선처럼 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그 거뭇한 덩어리에 다가가 보았다.
바닷바람에 섞여 썩은 내가 나서 그 정체를 깨달았다.
익사체였다.
경찰을 불러와야 할까.
아니야, 우선 민박집에 알리는게 좋을거야.
당시에는 지금처럼 휴대폰이 보급된 시절이 아니었다.
공중전화가 어디있는지 파악되지 않는 해안가였기 때문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 순간. 익사체가 일어섰다.
움직일리가 없는 익사체가 뜻밖의 속도로 온몸에서 뚝뚝 알수 없는 액체를 흘리면서 내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왔다.
간이 콩알만해 지는 느낌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나는 모래 사장에 주저앉고 말았다.
가로등에 비춰지는 익사체는 여기저기 썩은 고기 조각이나 작은 생물 같은 것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게나 새우도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은 모래 위를 퍼덕이는 자그마한 물고기였다.
익사체는 내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패닉으로 움직이지조차 못하는 나의 입을 미끌미끌한 손가락으로 강제로 열었다.
머리카락이 드문 드문 남아있는 끈적끈적한 머리통을 내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머리 뿐만 아니라 어깨 팔까지도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서늘한 감촉이 목구멍을 통과하여 뱃속으로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때때로 단단한 것이 지나가는 느낌이 났지만, 나는 그것이 뼈가 아니라
익사체가 달고있던 갑각류의 한 종류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악취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공포로 호흡을 멈추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익사체는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주륵주륵 내 입속으로 들어갔다.
허리께까지 들어갔을 때 나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일단 마구 몸부림쳤다.
기억나는 것은 그 익사체의 내부의 감촉이었다.
뼈다운 뼈도 없이 두부같던 감촉.
엄청난 썩은 내가 풍겨왔다.
입을 다물고 싶었지만 다물수가 없었다.
혓바닥이 움직이면서 미묘하게 시큼한 맛이 났다.
언제까지 몸부림쳤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새부터인가 내 기억은 끊기고 말았다.
아마도 기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식을 되찾았을때, 나의 온몸은 얼음장 같았다.
계속 바닷바람을 맞았기 때문일것이다.
모래 사장에서 일어나 머리 속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면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주위에 그 익사체는 없었다.
해변에는 익사체에서 뚝뚝 떡어지던 고기 조각도, 생물체도, 그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꿈이었을까.
하지만 그 생생한 감촉은 선명하고 강렬히 남아있었다.
메슥메슥거려 나는 그 자리에서 토했다.
꿈이었다 할지라도 그 경험은 견디기 힘든 불쾌한 장면이었다.
민박집에서 대접받았던 요리를 남김없이 해변에 토해내고 눈물이 어린 눈으로 그 흔적을 바라보았다.
나의 토사물 속에서 일부분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일부분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시큼한 냄새를 참아가며 얼굴을 가까이 하여 그것을 보았다.
위액 범벅이 된 몇마리의 갯강구였다.
내가 기절한 사이에 갯강구가 입으로 들어갔나?
그럴 수가 있나?
아니면 익사체가 내 입에 들어갔던게 현실이고 익사체에 달려있던 갯강구가 위에 남아있던 것인가?
몇배의 불쾌감이 나를 관철했다.
더 이상 토할 것이 없는데도 나는 계속해서 토했다.
내장을 뱉어낼 정도로 토했다.
아니 내장을 다 빼버리고 싶었다.
내장을 꺼내서 씻고 싶은 기분이었다.
갑자기 전등 불빛이 나를 비추었다.
누군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민박집 사장님이었다.
밤에 산책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는 내가 걱정이 되어 찾으러 나왔다고 했다.
나는 울면서 지금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면서 두번 정도 토했다.
더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민박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었다.
그 무렵에는 나도 이미 침착을 찾았었다.
목욕창에서 나와보니 사장님이 연락을 취한건지 두명의 경찰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경찰관들에게 해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지만 그다지 믿는 기색이 없었다.
경찰 측에서도 이미 해변 쪽을 확인해보았지만 토사물 이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일단 밤이 깊었기 때문에 경찰관들은 돌아갔고 나도 잠을 청했다.
비정상적인 체험을 하고 난 후라 잘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체력 소모를 해서 그런지 뜻밖에도 죽은듯이 잠이 들었다.
다음날 걱정스러워보이는 사장님에게 아침밥은 들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먹어도 위가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다시한번 경찰측과 현장을 확인하러 가봤지만 익사체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밝은 모래사장에 서니 어젯밤의 기억에 확신이 없어졌다.
갯강구는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었다.
결국 나는 만취한 나머지 해변에서 환각을 본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캔맥주를 마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경찰의 태도에 불만을 제기할 힘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그 마을을 떠났다.
지금도 가끔 떠올린다.
공포체험담을 읽어보면, 도망치치 못한 사람이 정신 이상이 된 채로 발견된다거나 하는 패턴이 있다.
그 중 몇명은 체내에 무엇인가가 들어갔기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지는 경우는 없었을까?
나는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똑같은 일을 한번 더 겪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확실하게 미칠 자신이 있다.
아니, 미치는게 더 편할 것이다.
그 후로는 바닷가에 접금하지 않는다.
바닷바람만 맞아도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당연히 생선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일을 볼때도 언제나 불안하다.
갯강구가 섞여 나오는 것은 아닐까?
땀 대신 썩은 체액이 섞여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이상한 불안감이 몇번이고 머리 속을 헤집는다.
그저 망상이라고 웃어넘기고 싶다.
하지만 그게 되질 않는다.
그 익사체는 아직도 내 몸속에 남아있을거라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