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반항기

금산스님 작성일 13.05.26 00: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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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 무렵 꾸었던 무서운 꿈에 관한 이야기다.

 


꿈에서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 무렵 나는 반항기여서, 부모님 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방해처럼 느껴졌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참견이나 해대는데다 끈질기다.

 


남동생도 남동생 나름대로 귀찮다.

 


아버지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엄하게 나를 혼내곤 했다.

 

 

 

 


그런 가족이 나는 점점 싫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집에 도착했다.

 


[다녀왔니? 저녁밥 다 됐다.]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방에 틀어 박혔다.

 


평소와 마찬가지다.

 

 

 

 


너무 초조해서 배도 고프지 않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혼자서 우울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는데, 갑자기 내 방 문이 열렸다.

 

 

 

 


어째서인지 가족 전원이 들어온다.

 


게다가 모두 나를 보고, 그야말로 억지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미소를 짓고 능글거리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은 싫다.

 

 

 

 


정말로 모두 귀찮을 뿐이다.

 


내 잠마저 방해할 생각인가?

 


이제 싫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저기, 내일...]

 


[시끄러워! 매일 매일...! 너희들 얼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아! 빨리 문 닫아!]

 

 

 

 


나는 마침내 이성을 잃었다.

 


가족들은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고 천천히 문을 닫았다.

 


[하...]

 

 

 

 


나는 다시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침이었다.

 


아무리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해도, 역시 밥은 먹어야 한다.

 

 

 

 


나는 마지 못해 거실로 갔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는 신문을 쫙 펼쳐서 읽고 있다.

 

 

 

 


남동생은 아침부터 TV로 만화를 보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밥은?]

 

 

 

 


그러자 어머니는 나를 향해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머니의 얼굴이 없었다.

 

 

 

 


반들반들한 것이 마치 달걀귀신 같았다.

 


[거의 다 됐단다.]

 


[으아아아아악!]

 

 

 

 


나는 소리 쳤다.

 


거기에 놀란 것인지 아버지와 남동생도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 두 사람 역시 얼굴이 없었다!

 

 

 

 


[왜 그러냐?]

 


[형, 괜찮아?]

 


나는 무서워서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한동안 미친 듯 달렸다.

 


[헉... 헉...]

 


숨을 헐떡이면서, 심장은 경악 때문에 미친 듯 뛰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괴물이다...! 어째서 얼굴이 없는거야!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데...]

 


나의 마음은 공포에 침식당했다.

 


저런 건 사람이 아니다!

 

 

 

 


저런 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리 없다!

 


그 괴물들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내 마음 속은 점점 검게 물들어 갔다.

 

 

 

 


[죽여버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내 손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것인지 모를 날카로운 식칼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집 앞으로 돌아왔다.

 

 

 

 


[죽여버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내 머릿 속에는 그 말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등 뒤로 식칼을 숨긴채, 아버지의 뒤로 소리 없이 다가간다.

 


그 때 남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뭘 들고 있는거야!]

 

 

 

 


큰일났다!

 


들켰다!

 


나는 서둘러 아버지를 찔렀다.

 

 

 

 


[크아아아악!]

 


아버지는 달걀귀신인 얼굴 그대로 등에서 엄청난 피를 쏟으며 죽었다.

 


얼굴이 없으니까 죽을 때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죄책감이 조금 줄어들었다.

 


나는 공포심도 들었지만, 죽이고 말았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남동생도 찔러 죽였다.

 


남동생은 조금 다리를 떨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그리고 나는 가장 밉살스러운 어머니가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등을 돌린채 무엇인가를 또 만들고 있다.

 


나는 미움을 가득 담아 어머니의 등을 푹 찔렀다.

 

 

 

 


어머니는 소리조차 지르지 않고 떨면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어?

 


달걀귀신이 아니다...

 

 

 

 


어머니의 얼굴이다.

 


어머니는 괴로운 듯 나에게 딱 한 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뒀다.

 


[미안... 해...]

 

 

 

 


부엌에는 큰 케이크가 하나.

 


케이크 가운데에는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어머니의 서투른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버지와 남동생도 얼굴이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른다는 듯, 슬퍼보이는 얼굴로 입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남동생의 손에는 아직 전원이 켜져 있는 게임보이가 전자음을 울리며 돌아가고 있다.

 

 

 

 


[으아아아아!]

 


나는 쓰러져 울며 소리쳤다.

 


나는 딱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가족을 내 손으로 모두...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가 보고 있던 얼굴은 환각이었던 것일까?

 

 

 

 


사실은 다들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너무나도 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떴을 때 역시 나는 울고 있었다.

 


급하게 거실로 나가자 언제나처럼 가족들이 모두 있었다.

 


다행이다.

 

 

 

 


나는 꿈을 꿨던 거구나.

 


그 날로 나는 반항 따위는 그만 뒀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뒤,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우연히도 그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죽기 직전 손수 케이크를 만들고 계셨었다.

 


그 케이크는 내가 꿨던 꿈과 똑같이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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