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말하는 "영감" 같은 것은 그다지 믿지 않습니다.
[그래도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설마 진짜로 귀신이 보이겠어?]라는 게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그 날은 휴일이어서 평소 휴일에 하던 것처럼 점심을 먹고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산 뒤 평소 단골인 찻집으로 갔습니다.
가게 안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만 애초에 가게가 넓은 편이 아닙니다.
혼자 4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기에는 좀 미안했기 때문에 가게 가장 안 쪽에 있는 벽자리에 앉기로 했습니다.
자리를 정한 다음 문득 가게 안을 둘러보니 내가 앉아 있는 대각선으로 맞은편인 곳에
요즘에는 보기 힘든 검은색 긴 생머리를 하고 살갗이 흰 예쁜 여성이 앉아 있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내 이상형이다!]라고 마음 속에서 생각은 했지만 갑작스레 헌팅을 할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담배에 불을 붙이고 사온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집중을 해서 주위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인데,
그 날은 왠지 집중할 수 없어서 4,5 쪽 정도 읽고 그 여자를 돌아보고, 또 책을 읽는 것을 1시간 정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왜 내가 독서에 집중하지 못하는지, 그 위화감의 원인을 알아차렸습니다.
책을 읽고 있을 때 나의 시선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의 한가운데를 응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야의 경계에 있는 여자의 모습이 지독하게 확실히 보이는 것입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중심외 시력은 중심 시력에 비교해 극단적으로 낮아,
시선의 중심에서 5도 정도만 벗어나도 0.1 정도의 시력으로 보게 된다고 합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가볍게 혼란스러워하며 책에서 눈을 떼고 그 여자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거기에는 조금 전까지 시야의 경계에 잡히던 여성의 모습이 없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나의 오른쪽 귀를 스치는 느낌이 나고
그와 동시에 나의 오른손에 놀라울 정도로 찬 무엇인가(아마 손이라고 생각합니다.)가 접촉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혼란과 공포가 뒤섞여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 나의 귓가에 가냘프지만 분명하게 들려 머리의 중심을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무도... 알아차려주지 않은 나를... 그렇게 쭉 바라봐 주다니... 기뻐.]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를 것 같은 것을 겨우 참고 결사의 각오로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가게 안에도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바로 카운터 너머에 서 있던 가게의 마스터에게
[저 쪽 자리에 앉아있던 긴 머리의 여자는 어디로 갔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손님이 들어오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저기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나의 주위에서는 특히 무엇이 바뀌거나 한 것도 없고 평안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 때 오른손에 닿았던 그 손의 느낌과 계속해서 내 눈에 어렸던 그녀의 모습만은 아직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