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어릴때의 일이다.
나에게는 두살 아래의 여동생이 있는데, 동생 친구가 항상 우리집에 놀러왔었다.
동생은 말도 없고 친구도 적어서, 거의 그 아이가 유일한 친구나 다름이 없었다.
그 아이는 전반적으로 평범한 아이이긴 했지만 이상한 점이 한가지 있었다.
놀러왔다 하면 밤이 늦도록 집에 돌아가지를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어려도 남의 집에서 식사시간이 넘도록 주구장창 있으면 안된다는 건 알아야 할텐데,
우리 어머니가 " 너 안가도 되니?" 라고 물어도 "괜찮아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뻔뻔하고 눈치없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나.
하지만 그 아이는 단순히 뻔뻔한 아이가 아니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그 아이는 우리집에 놀러오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흐른 뒤 문득 그 아이가 떠올라서 어머니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요즘 OO쨩 우리집 잘 안오네?"
그러자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아이는 어머니가 체포되는 바람에 보호자가 없어져 보호 시설에 맡겨졌다고 한다.
학교도 전학가게 되어 더이상 우리 집에 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죄목은 살인죄였다.
그 아이 밑으로 동생이 두명이 있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어머니가 동생들을 죽여버렸다는 모양이다.
죽은 시체는 쓰레기통에 방치해 두었다고 한다.
사체가 부패하는 악취를 맡고 이웃집에서 신고를 하여 어머니는 체포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그 동안 형제들의 시체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집에가기 싫어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