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이야기니까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주의.
몇 년 전, 어느 산길을 지나가던 때의 일.
갑자기 눈앞에 젊은 여자가 비틀거리며 나타났다.
서둘러 급브레이크를 밟아 무사했지만,
심야에 깊은 산 속.
죽을 정도로 놀라 눈을 씻고 다시 보니
귀신이 아니라 살아있는 여자였다.
겉모습은 화려했지만 나랑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고
많이 지쳐 있길래 왜 여기서 헤매고 있는 지 물어보니
남자친구와 드라이브를 하다가 크게 싸웠는데
남자친구가 그녀를 차에서 내리게 하고 그냥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녀는 휴대폰도 지갑도 차 안에 두고 내린데다가
산 속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헤매고 있었다.
너무 안되 보여서 차에 태워 주려고 조수석 문을 열다가 눈치 챘다.
그녀는 학생시절에 나를 왕따 시켰던 무리의 주동자 였다.
그 녀석도 내 얼굴을 보고 기억이 났는지 갑자기 실실 웃으며
「어머 싫다! 너 00? 아- 역시00이네!」라고 지껄였다.
전혀 거리낌없이 차에 타더니
이거 니 차야? 00주제에 좋은 차 타고 다니네? 라든지,
이런 시간에 혼자 있다니 남자 친구 없어?
아, 있을 리가 없지 00이니까w 라는 둥, 지 멋대로 떠들어댔다.
나는 이 녀석 때문에 아직까지도 악몽을 꿀 정도로 괴로워했는데,
이 녀석은 행복하게 살면서 학창시절 나에게 했던 일은 깨끗이 잊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밖으로 내쫓았다.
그녀는 내가 반항하는 걸 처음 보고 무척 놀랐다.
비상용 해머로 위협했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운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으니까
그대로 그녀를 놔두고 차를 몰아 그 산을 떠났다.
나쁜 꿈을 꿨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쭉 잊고 살았는데
최근에야 그녀가 몇 년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느 산 속에서 여러 사람에게 강간당한 다음에 살해 당했다고.
지방 신문에도 실렸다고 해서 찾아 보니
사건이 일어난 건 나와 만난 다음이었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내가 그 날 차에 태워줬다면 그녀는 살았겠지.
하지만 불쌍하지도 않고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범인이 고마웠다.
나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가 너무 비인간적인 생각을 했다는 건 안다.
평생 아무에게도 말할 생각 없고,
참회도 하지 않는 대신에 여기에 토해 놓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