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북도 청주의 지네장터에는 지네를 위한 당집이 있었다고 한다.
옛날, 지네장터에서 몇십 리 떨어진 마을에 앞못보는 아버지를 봉양하는 순이가 살고 있었다. 순이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남의 집 일을 해주며 밥과 옷을 얻어다가 아버지를 봉양하였다. 순이는 아버지께 호강 한번 못 시켜 드리는 것을 늘 안타까워하였다.
하루는 순이가 부엌에서 밥을 푸고 있는데, 두꺼비 한 마리가 조그마한 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었다. 순이는 두꺼비가 불쌍하여 밥 한 숟가락을 떠 주었다. 두꺼비는 고맙다는 듯 눈을 끔벅이고 맛있게 밥을 먹고 돌아갔다. 그 후로 두꺼비는 끼니때가 되면 순이를 찾아왔고, 그 때마다 순이는 밥을 주었다. 그러는 사이 순이와 두꺼비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두꺼비는 무럭무럭 자라서 큰 강아지만큼이나 되었다.
어느 날, 장터 마을에 큰 지네가 나타나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네를 물리칠 방법을 의논해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지네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더해만 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지네를 위하여 당집을 짓고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기로 하였다. 그런데 제물로 바칠 처녀를 아무리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다른 마을에서 처녀를 사 오기로 하였다. (지네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움)
순이가 사는 마을에도 이 소문이 퍼졌다. 순이는 앞못보는 아버지를 호강시켜 드리기 위해 몸을 팔기로 결심하고 처녀를 사러 온 사람들을 찾아갔다. 사람들은 데리러 올 날짜를 약속하며 순이에게 흔쾌히 돈궤를 내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순이는 그 날부터 아버지께 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 드렸다.
이윽고 약속한 날이 되었다. 순이는 아침 일찍, 지금까지 일해 왔던 집을 찾아가서 어른에게 인사하고 아버지를 부탁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순이는 유서를 써서 돈과 함께 아버지께 드렸다. 그리고 부엌에 가서 두꺼비한테 밥을 듬뿍 퍼 주며,
"두껍아, 이젠 너와도 마지막이다. 내가 떠나면 너에게 밥 줄 사람도 없을 테니, 실컷 먹고 이제
너 갈 데로 가거라." 하고 눈물을 흘렸다. (지네에게 바칠 제물로 팔려가게 됨)
약속한 시각이 되자, 장정 두 사람이 순이네 집으로 왔다. 순이는 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눈물을 머금고 집을 떠났다. (집을 떠남)
순이는 저녁때가 되어서야 당집에 도착하였다. 사람들은 흰 베로 순이의 손과 발을 묶어 당집 안 넓은 마룻바닥에 앉혀 놓고 제를 지냈다. 제를 다 지내자, 사람들은 순이만 남겨 두고 문을 잠그고 가 버렸다. (당집에 홀로 남게 됨)
순이는 이제 죽는가 보다 하고 눈을 감고 있는데,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친하게 지내던 두꺼비였다. 순이는 매우 반가웠지만 몸이 묶여 있어서 어떻게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저 두꺼비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하는 사이, 첫 닭이 울었다. 그러자 당집의 촛불이 꺼지며 찬바람이 일고, 천장에서 붉은 불빛이 비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두꺼비는 천장을 향해 푸른빛을 쏘아 올렸다. 천장에 있던 지네도 독을 뿜으며 두꺼비와 겨루기 시작했다. 푸른 불줄기와 붉은 불줄기가 어우러져 맹렬히 싸우기를 날이 샐 때까지 계속하더니, 마침내 천장에서 무겁고 커다란 것이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두꺼비와 지네의 싸움)
날이 밝자, 마을 사람들이 와서 처녀의 시체를 거두려고 당집 문을 열었다. 흉측한 지네가 바닥에 처참한 몰골로 죽어 있었고, 혼절하여 쓰러진 처녀 옆에는 두꺼비가 죽어 있었다. (두꺼비의 보은)
정신을 차린 순이가 간밤의 일을 이야기했다. 두꺼비는 그 동안의 은혜를 갚기 위해 순이를 뒤따라와서 독을 뿜어 지네를 죽이고 기운이 다하여 자기도 죽었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훗날, 사람들이 당집 있는 이 장터를 '지네장터'라 부르게 되었다. (지네 장터 지명의 유래)
원문출처 : http://pann.nate.com/talk/319911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