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12년 전의 사진

금산스님 작성일 13.12.06 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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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은 머리가 대단히 좋았지만 다른 사람을 대하는데 서투른 사람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착실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 당하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줄곧 고민하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대학을 휴학하고 쉬고 있던 형이

갑자기 [그림 공부가 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확실히 형은 어렸을 때부터 매우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하지만 워낙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의사가 그림을 그리면 더 우울증이 심해질 것이라는 말을 해서 그림은 그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휴학 중이라고는 해도 언젠가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엘리트 코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던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했습니다.

그렇지만 형은 부모님의 반대에 실망한 탓인지 점점 방 안에 틀어박혀있는 시간만 늘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어머니는 형의 사진을 가지고 어느 역술가에게 찾아가 상담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역술가는 사진을 보고 대뜸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드님이 원하는 대로 시켜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목을 달아서 자살할지도 모릅니다.]

그 역술가는 형의 사진에서 목 주변을 가리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목 주변에는 놀랍게도 엷게 로프의 자국이 보였다고 합니다.

경악한 어머니는 그 역술가에게 들은대로 매일 한 잔의 물을 떠 놓고 공양을 하고,

매일 아침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며 형을 위해 필사적으로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장롱 깊숙한 곳에 숨기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부모님은 그 역술가의 말을 따라 형이 가고 싶어했던 외국의 예술 학교 입학 시험 응시를 허락했습니다.

놀랍게도 형은 한번에 그 학교에 합격했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고, 형은 이제 나름대로 유명한 화가가 되어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형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처음으로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때, 12년 전의 그 사진을 장롱에서 처음으로 꺼냈습니다.

 


그것을 보고 어머니는 경악해서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곧이어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습니다.

12년 전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던 로프 자국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습니다.

 


번역 :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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