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냔들아 글재주 없는 베일이가 썰을 하나 풀어볼까해.
삼사년쯤 되었을거야. 나냔은 형제가 오빠랑 나 이렇게 딱 둘뿐인데
하루는 오빠가 거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어.
엄마는 그 옆에서 마늘까면서 티비보고 계셨는데, 중간에 오빠가 잠이
깬거야. 근데 눈을 안떴는데도 거실 풍경이 훤히 보이고 몸이 전혀
안움직여서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가위인가보다 했대.
그래서 가위에서 풀려날라고 한참 애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안방쪽에서
왠 남자애가 나오더래. 근데 그 애가 눈하고 코는 없고 입만
있더라는거야. 걔가 안방에서 엉금엉금 기어서 나오는데 무슨 축지법을
쓰는것처럼 되게 빨랐대. 다다다닥 이러면서 순식간에 오빠앞으로
와서는, 티비보면서 마늘까는 엄마 한쪽팔을 가리키면서 그랬대.
“베일아 베일아(오빠이름), 엄마 아파. 엄마 아프다.”
근데 오빠가 보는데 말을 하는 그 애 입안이 완전히 쌔맣고 이가 하나도
없었는데 그게 그렇게 소름이 끼쳤대.
그순간 오빠는 가위에서 탁 풀리고 벌떡 일어났는데 눈뜨고 보니까
그 애는 없고 엄마만 티비보다가 깜짝 놀라니까 그냥 개꿈이라고만 생각했대.
그러고 나서 일주일 뒤에 엄마가 동네 아줌마들이랑 같이 등산을
갔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났어.
그나마 다행히 팔 하나 부러진 거 말고는 별다른 이상은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부러진 팔이 그 애가 가리킨 그 팔이었다는 거야.
나중에 밥먹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엄마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면서
우셔서 진짜 깜짝 놀랐다능. 나랑 오빠가 당황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말해주는데,
사실은 엄마도 잠을 자면 가끔씩 꿈에 그 애가 보였대. 눈코가 없는 애가
엄청 빠른 말투로 엄마어딨어엄마어딨어엄마어딨어 이러면서 온 방안을
기어다니니까 처음에는 엄마도 엄청 무서워했는데, 자꾸 보니까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더래. 그게 뭐냐면, 사실 오빠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가
유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애가 아닐까 싶었다는 거야. 그런데 이번에
오빠 말을 듣고는 그걸 확신하게 된거지.. 그날 엄마는 엄청 울었고
나냔은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리고 이건 후일담인데 그뒤로도 엄마 꿈에 몇번 나타난적이 있는데
엄마가 엄마 여깄다, 하고 막 불렀는데도 오빠는 못알아듣고 게속 엄마
찾아 돌아다녔대.. 그 말을 듣고 너무 슬프더라.
그 일이 있고나서 결국 엄마랑 오빠는 근처 절에 가서 죽은 오빠 천도제를
드렸음. 그 뒤로는 엄마도 오빠도 못봤다고 하네..
가끔이지만 여름에 공포방 들락거리고 무서운 이야기 들을때면
생각나서 글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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