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

파페팽 작성일 14.05.21 02: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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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반말로 하겠습니다..이해좀 부탁드립니다.




"니랑 나랑 여행? 별로"


퉁명스런 내 대꾸에 녀석은 열성적으로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연설하기 시작한다.


여행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5월 햇살을 뒤로하고 아련한 뒷모습만 보인채 떠나는 두남자..


뭔 말같지도 않은 개소리는 결국 '3개월간 쳐먹고 놀다보니 미쳐버리겠다' 를 듣기 그럴싸하게 말한것뿐..



막 며칠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딱히 부서 사람들과 사이가 안좋았던것도, 누구처럼 아싸 아닌 아싸로


있는듯 없는듯 다닌것도 아니지만. 활동적인 일만 추구해왔던 내가 지리하게 책상머리에 앉아 나 자신과의 싸움아닌


싸움을 하며 근근히 하루를 버텨내는 일과에 지쳤었다. 이제 좀 몇주 쉬며 다른일을 구하려는 이 황금같은 휴식기에


이놈이 헛소리를 시작해댄다.


잠에서 막깬뒤 컴퓨터를 부팅 시키고, 어제 못본 드라마, 예능 그밖외 영화등등...한심하기 짝이없는 한량으로 좀 지내며


눈칫밥도 좀 먹어보고, 밤마다 미쳐 날뛰는 개마냥 이 클럽 저 클럽 갈아타가며 낮이 밤이되고, 밤이 낮이되는 일따위를


꿈꾸는 이시점에 말이다..



"그니까 그 두남자에서 한남자를 빼면되. 그럼 그 여행은 성립되는거야"


초여름에 온기탓인가..미지근한 소주는 역했다.


이녀석이 이리 성화인건, 이녀석도 3개월차 백수에 접어들며 한거라곤 방구석에 쳐박혀 24시간이 모자랄정도로 영화, 소설등만 쳐 읽어대며 오늘이 내일인지, 내일이 오늘인지 모른채 2평 남짓한 좁은(냄새나고) 방안에 쳐박혀 있었기 때문일거다.


한심한놈. 귀중한 그 시간을 개월단위로 끊으며까지 버리는것도 신기했지만, 사람이 한번쯤은 '아 오늘은 상쾌한 공기를 마셔볼까' 혹은 '오늘은 신나는 주말을 보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그저 주구장창 집구석에 틀어박혀

은거기인 마냥 혼자놀기에 진수를 보여줬으니...백수생활 막바지로 들어든 지금에야 '아 일하기 전에 한번 콧구녕에 음이온이나 한번 쐬어보자' 라는 마음이 드는건 당연할거다.



가네마네 한참 쓸대없는 실갱이가 오고 갈때쯤 한녀석이 왔다.



"나 목요일부터 휴무 들어가는데 2박 3일로 짧게 갔다오자"


1박 2일도 길다고 느껴질판에...




M과 I와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친구다.(M = 백수 3개월차, I = 일의 노예로 살다 대체휴무로 여행길에 나를 꼬드긴 천하의..)


지금 쓰려는 이야기는 3년전 이맘쯤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우린 26살이었고, 여친은 없었다.(이건 비밀인데 M은 지금까지 모태솔로다. 아직 파이어볼 시전은 본적이 없다. 잘생긴 얼굴로 미루어볼때, 게이의심됨..가끔 술처먹고 자면 날 껴안고 자려는 습관때문에...생략)





꿈을 꾸는데 아프다...옆구리가 몽둥이로 맞는거처럼 욱신거린다..뱃속 내장들이 전부 터져버리는 느낌이다.


얕은 신음소리와 함께 잠을 깼다.


M은 자고있는 내 옆구리를 발로 사정없이 차댔다.


"일어나 지금 몇신데 아직도 쳐자빠져 자냐"


저만치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I가 더 밉다. 아마도 이 계속되는 구타 행위를 말릴 생각이 없는거 같다.




여행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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