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상냥하고 나를 귀여워해주셔서, 나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 그만 할머니에게 화를 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날은 오전부터 양로원에서 회의가 있어서,
할머니는 나가시면서 [연필이나 펜이 있으면 좀 빌려 주겠니?] 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황급히 가방에서 펜을 꺼냈습니다.
우연히 손에 잡힌 것은 생일날 친구가 선물해 준 귀여운 펜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친해진 뒤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기도 했기에 나는 그 펜을 무척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바로 나가셔야 했기 때문에 일단 그 펜을 빌려 드렸습니다.
저녁이 되서 할머니가 양로원에서 돌아오시자, 나는 펜을 돌려받으러 갔습니다.
할머니는 가방 안을 아무리 찾아도 펜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할머니께 [친구한테 받은 소중한 건데!] 라고 화를 내며 2층으로 올라가 내 방에 들어가 문을 잠궈 버렸습니다.
잠시 뒤 밖이 어두워질 무렵, 화가 식은 나는 할머니한테 사과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녁밥을 준비하고 계시던 어머니에게 할머니는 어디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 네 펜을 찾으러 가셨어. 그렇게 할머니한테 화를 내면 어쩌니.]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초조해졌습니다.
할머니가 돌아오시면 꼭 사과하자고 생각하며 할머니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꽤 늦은 시간이 되도록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찾으러 나갈까 싶어질 무렵, 전화가 와서 어머니가 받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전화를 끊더니 새파란 얼굴로 [A야! 할머니가 사고를 당하셨대! 빨리 병원으로 가자!] 라고 외치셨습니다.
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됐습니다.
아직 아버지와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기에, 나는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셋이서 함께 병원으로 서둘러 떠났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숨을 거두시고 말았습니다.
나는 울었습니다.
그 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할머니는 밖에 나가시지 않으셨을테고, 돌아가시지도 않으셨을텐데..
후회로 머릿 속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고 얼마 뒤,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할머니의 꿈이었습니다.
꿈에 할머니가 나왔을 때, 나는 [이건 꿈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나는 갑자기 눈물이 울컥 치솟았습니다.
꿈 속에서 나는 할머니 품에 안겨 엉엉 울면서 할머니에게 계속 사과했습니다.
할머니는 내 등을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나야말로 미안하구나. 펜은 이 할미가 찾았단다. 나는 이제 가지만, A는 건강해야 한단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습니다.
깨어났을 때는 자면서 울었던 것인지, 베개가 젖어 있었습니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때, 거실에 계시던 어머니가 나를 부르셨습니다.
[A야, 이거!]
나에게 달려 온 어머니의 손에는 그 펜이 들려 있었습니다.
[금방 전에 양로원에서 타나카 할머니가 가져다 주셨단다.]
그렇게 말하시는 어머니를 보자, 꿈에서 들었던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어떻게 찾은 것인지 물어보자,
회의가 있던 날에는 다들 들떠 있어서 책상 아래에 흘린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타나카 할머니가 그 날 아침 책상 아래에서 발견했던 것입니다.
죄책감 때문에 꾼 꿈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할머니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계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