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뛰어간다 내몸을 긁는 무언가의 덩쿨을 헤치며 그곳만 빠져나가길 기도하며
한없이 앞으로만 뛰어갔다
내 양팔과 몸은 그 덩쿨에 찢겨 나가듯 살점이 떨어져나가 너덜너덜 해졌지만
그 아픔의 통증보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캄캄한 그곳을 벗어나는 것에만 집중했다
달리고 또 덩쿨을, 찢겨져 덜렁거리는 살점을 무시한채 손으로 헤짚으며 또 달렸다
문이 보이고 나는 그 문에 몸을 날려 밖으로 빠져나왔고 뒤돌아보니
이사온 집을 나온 것이지만 문에서 방문 까지의 거리는 10걸음도 안되는 거리인데
마치 1km 정도를 뛰어 온것 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얽매이기 보단 다른곳으로 도망쳐아 한다는 생각에 텅 비어 버린
거리와 동네를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또 달렸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같은곳만 바라보며 달리는
내 모습에 아무리 달려도 동네만 뱅글뱅글 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참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달릴때쯤 내 맞은 편에 무엇인가 서있는 형체를 보았고
그 모습은 검은 망토와 뒷짐에 무언가를 숨긴듯, 얼굴은 망토의 모자를 걸쳐쓴것 처럼 보인 그 사이로
빨갛게 빛나는 눈 동자는 내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만들었고
난 직감적으로 사람도 아닌 것처럼 서있는 저 형체가 죽음으로 인도하는 자라는 걸 느꼈다
마치 땅과 주변이 접혀지듯 한번 두번 접혀 질때마다 난 그 형체와 가까워 졌고
그 형체와 마주봤을때 나는 그 형체에게서 나즈막한 속삭임을 들었다
"오랜만이구나, 곧 니 아버지를 데려갈텐데" 라는 속삭임에 아버지 생각에
그 형체의 잡히지도 않는 바지자락쯤을 붙잡고 빌었던 것 같다
참 많이 울고 비는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란 그런것 같다 어줍짢은 공포 보단
압도적으로 어찌 할수 없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되면.. 빌 수 밖에 없어지는것 같다.
아버지에게 아무런 무엇도 해주지 못한 내가 아버지를 이렇게 보낼수 없다고 빌었다
그때 아버지 나이 70을 향해 가는 나이셨다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항상 늙어만 가는 아버지를 위해 해줄수 잇는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단 하루만이라도 더 붙잡고 싶다는 생각만이 절박했다.
그랬기에 내 귓가에 들려오는 한마디의 말이 그 다음날의 내 행동을 변화 시켰다
"5일"
그게 5일동안의 시간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날짜의 5일인지
그 어떤것인지 알수 없었지만 당시의 나는 5일동안의 시간을 주는 것인줄 알고
잠에서 깨자마자 울며 아버지를 붙잡고 미안하다고만 외쳤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