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릴적 겪은 얘기를 함 써보려 합니다.
무서운 얘기도 아니고 재밌지도 않으니 그냥 읽어주세요
제가 국민학교 4학년때 쯤에 겪은 일입니다.
90년대 초반 대부분의 애들처럼
저도 태권도 학원과 속셈 학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태권도 학원이 끝나고 바로 속셈학원을 갔지요
가정집을 학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신발을 벗고
수업을 받아야 하는 곳이였는데
집에 가려고 보니 제 신발이 없어진 겁니다
메이커도 아닌 낡은 시장표 운동화인데
현관과 신발장을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구요
뽀려간놈이 완전범죄를 꿈꿨는지 도둑넘 신발도
없었고요..
원장 선생님한테 집에 가야 하는데 신발이 없어졌다고 하니
집에 남는 신발을 줄테니 신고 가라고 하더군요.
원장쌤이 준 신발은 핑크생 털실내화였습니다.
겨울에 학교에서 신던 털실내화..그것도 핑크라니..
선생님이 남는게 이거 뿐이니 이거라도 신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흰 태권도 도복에 촌스러운 핑크색 털실내화..
어린나이에도 창피함에
학원을 나온 저는 누가 볼까 집까지 전력질주로 달려 갔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엔 넓은 골목이 하나 있었는데
(승용차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넓이)
그 골목의 중간 지점을 달리던 도중
어떤 아저씨가 "야 꼬마야" 하고 절 부르더군요.
바쁜 와중에도 예의바른.. 저는 "네? 왜요?" 하고 아저씨한테 다가 갔습니다.
아저씨가 무섭게 생겼으면 안갔겠지만 정말 인상도 좋고
그냥 동네 친근한 아저씨처럼 생겼었어요
아저씨는 이리 오라는 손짓을 멈추고
제게 말했습니다.
"꼬마야 신기한 병아리 가져가지 않을래?" 하고
저는 신발 때문에 창피해서 빨리 갈려고 했는데
병아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게 웬 떡이냐 생각했습니다.
그토록 기르고 싶었던 병아리를 공짜로 준다니..
그것도 신기한 병아리라니
레어 병아리를 키우고 싶었던 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가지고 싶다고 했죠
아저씨는 씨익 웃으며 병아리가 다른데 있는데
아저씨랑 거기까지 같이 가서 가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저씨 거기가 어딘데요 멀어요?저 지금 빨리 가봐야 되는데요 "하고 말하니
골목안에 있는 다른 길을 가르키더니
저쪽으로 들어가면 아저씨가 사는 집이 있는데
거기 있으니 같이 가자 라고 했습니다.
핑크색 털실내화가 창피했던 저는 그쪽으로 가면
다른 사람이 신발을 볼까봐 "아저씨가 가지고 오면
안돼요? 여기서 기다릴께요"라고 말을하니
아저씨는 같이 가지 않으면 줄수 없다고 하며 같이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갈까 말까 고민 하던 차에 골목입구로 사람들이 들어 오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핑크색 실내화를 보고 사람들이 웃겠다는 생각에
"아저씨 됐어요 저 빨리 가봐야해요" 하고 뒤도 안보고
집까지 냅다 달렸습니다.
집에와서 부모님한테 병아리를얻어올뻔 했다 하고
말하니 등짝 스매쉬를 날리시며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된다고 절 혼내셨습니다.. 그당시 어린이 유괴가 많았던지라
많이 혼났죠 ㅎ..
가끔씩 생각하는데 그때 제 신발이 안없어졌더라면
받은 신발이 핑크색 털실내화가 아니였다면
어찌 되었을지 궁금하네요
정말 신기한 병아리를 받았을지
아니면 어니 팔려가거나 죽었을지
반가워열의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