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세 살 되던 해, 중고로 대형차를 샀습니다.
나도 딸도 신이 나서, 커다란 차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주 정도 지날 무렵, 딸이 차에 타려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래?] 라고 물었더니, [저 오빠가 화가 났어.] 라고 대답합니다.
[어디에 오빠가 있다는거야?]
[저기에 오빠가 앉아서 째려보고 있잖아.] 라며, 딸은 아무도 없는 맨뒷좌석을 가리켰습니다.
등골이 오싹했지만, 다시 한 번 딸을 껴안아 차에 태우며, [괜찮아.]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딸은 [응. 이제 화 안 내.]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로도 딸은 몇번이고 차에 타는 걸 거부하곤 했습니다.
그 오빠는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있고, 있어도 웃고 있을 때와 화가 나 있을 때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딸이 [오지 마!] 라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래?] 하고 묻자, [차에 있는 오빠가 집으로 온대.]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무서워졌지만, 딸을 달래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는 집이니까 괜찮아.]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딸은 [벌써 현관까지 왔다구! 무서워! 화내고 있어! 들어오려고 하고 있어!] 라며 마구 날뛰면서 엉엉 울었습니다.
나도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그래도 현관 쪽으로 가서 [얘! 그만 둬! 들어오면 안 돼!] 라고 소리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무서워서 반쯤 울고 있었습니다.
굳게 닫힌 현관을 보며 펑펑 울고 있는 딸을 꼭 껴안고,
[괜찮아! 엄마가 지켜줄거야!] 라고 말하며 같이 떨고 있었습니다.
원래 어릴적부터 [천장 구석에 할머니가 있어.] 라던가
[오늘은 할아버지가 왔네?] 라며 이상한 걸 보는 딸이었지만, 그 '오빠'처럼 두려워 했던 존재는 없었습니다.
나는 집에 있던 소금을 현관에 뿌리며, 위협하듯 큰 목소리로 [들어오지 마! 우리 딸 겁주지마!] 라고 계속 외쳤습니다.
그리고 현관에서 가장 먼 방에 들어가 딸과 둘이 꼭 껴안고,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1시간 정도 그렇게 있자, [이제 간 거 같아.] 라고 딸이 말했습니다.
겨우 마음이 놓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후 친척의 소개를 받아, 영능력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그 차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나이의 남자 아이 영이 달라 붙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혼이, 딸과 같이 놀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매일 함께 놀고 싶은데, 딸이 차를 타지 않아 화가 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영이 집까지 찾아오는 건 위험한 일이니 집 근처에 소금을 뿌려두고,
차 안에 귀여운 인형이라도 둬서 영을 달래주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그 말대로 하고 1달쯤 지난 후부터는 딸도 문제 없이 차에 타고, '오빠'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차는 지금도 타고 있고, '오빠'가 타고 있다던 맨뒷자리에는 딸과 아들이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봤던 것에 대해 물어도, 전혀 기억을 못합니다.
성장에 따라 영능력도 점차 사라지는 것일까요.
집 앞까지 그것이 나타난 적은 한 번 뿐이었지만,
나에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두려운 체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번역 : VKRKO